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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 귀를 세운 토끼

“서문대장 계시오! 급한 전갈이오!”

새벽부터 급히 달려 온 군관이 이시백을 찾았다. 이시백은 이미 병사들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군관을 맞이했다.

“남문으로 병사들을 증원해 달라는 전갈인가?”

“그러하옵니다!”

전날 새벽에 남문 쪽에서 급습을 받아 진지 하나가 무너진 데에 대한 앙갚음이라도 하듯 청나라 군사가 구굉이 지키고 있는 남문으로 들이닥친 것이었다. 성위에서 쏘아대는 요란한 총과 화포 소리에 서문의 병사들은 다른 위치에도 불구하고 이미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하고 있는 바였다.

“부장 김돈령은 초관 장판수와 창수와 검수를 이끌고 성문을 나가 오랑캐들의 뒤를 쳐라!”

이시백의 명령에 김돈령은 불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성위로 나아가 합류하는 것이 아니옵니까?”

“성 위에는 이미 우리 병사들이 자리 잡고 있느니라. 공격해온 적도의 수가 많지 않으니 성 밖으로 나가 뒤를 치면 협공하는 모양새가 되어 적을 치기 쉬울 것이니라.”

백여명의 병사와 함께 성문을 열고 나간 김돈령은 명령이기에 어쩔 수 없이 출전한다는 투였지만 장판수는 달랐다. 자신이 애용하는 환도에 박난영이 준 환도까지 차고서는 병사들을 독려하며 당당히 나갔다.

“평소에 연습한 데로만 하면 되는 기야! 창수가 앞장서고 검수가 뒤를 받힌다!”

청나라 군사는 공성추를 밀며 남문을 들이치고 있었으나 여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성위의 저항은 완강하였으며 공격에 가담한 청나라 군사는 그 수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김돈령은 주위를 살펴보며 병사들을 더 이상 전진시키지 않았다.

“와 기럽네까? 지금 옆을 들이치면 쉽게 끝낼 수 있습네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복병이 있을까 두렵네만.”

장판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땅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지금 오랑캐들의 포진은 공성추를 중심으로 뒤를 궁수들이 엄호하고 방패를 든 놈들이 성위의 공격을 막고 있습네다. 복병으로 우리를 유인해 칠 양이었으면 궁수들의 포진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고 병사들이 쏟아져 나올 길이 열려 있어야 합네다. 그러지 않으면 남문에서 나오는 우리 병사들에게 저들이 포위되기 때문입네다.”

장판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돈령은 결심이 서지 않은 듯 망설일 따름이었다. 보다 못한 장판수가 칼을 뽑아들고 병사들에게 전진할 것을 명했다. 자존심이 상한 김돈령이 명령을 철회하려 했지만 이미 병사들은 장판수의 자신 있는 태도를 따르기로 결심이 선 상태였다.

“창수 앞으로!”

조선군이 가까이 올 때까지 청나라 병사들은 성위의 공격에 집중하느라 이를 간파하지 못했다. 얕은 구릉이 많은 산성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 청나라 군사의 실책이었다. 이런 지형에서는 그들이 장기로 내세우는 기병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함성소리와 함께 조선군이 뛰어나오자 청나라 병사들은 허둥지둥 이를 막아보려 후진에 있던 한인(漢人)으로 구성된 창병을 내세우려 했고 진형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모두 쳐 죽여라!”

조선군이 먼저 들이친 곳은 겁을 먹고 허둥대고 있는 후진의 청 궁수대였다. 장판수의 환도가 번쩍일 때마다 무장이 빈약한 청의 궁수들은 비명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에이 이런!”

세 번째로 적의 목을 베었을 때 장판수의 환도는 부러지고 말았다. 장판수는 허리에 차고 있던 박난영의 환도를 뽑아 적을 베었는데 그 날카로움이 전의 검에 비해 더욱 뛰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지원군이 활약에 힘입어 마침내 남문에서도 사기충전한 조선군이 성문을 열고 쏟아져 나오자 청의 군사들은 자신들의 진지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쫓지 말라우! 이번에는 정말로 적의 복병이 있을 것이네!”

장판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의 기병이 포진해 전진해 오고 있다는 전령이 들려왔고 조선군은 신속히 성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렇게 남한산성을 처음으로 공략한 청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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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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