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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20일) 아침, 회사동료 가족과 가덕도의 최고봉인 연대봉 정상을 오른 후, 대항마을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 아홉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로 하였으므로, 여덟 시경에 집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는 집에 남겠다고 합니다.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습니다. 우리는 줄을 서서 대기하는데, 터미널에서 나온 사람이 20명을 끊어서 입장을 시킵니다. 선배와 나는 매표소에서 표를 삽니다. 그런데 배에서 기다리던 나머지 일행을 태운 배는 우리만 내버려둔 채 그냥 출항하고 맙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고 매표소에 항의도 해 보지만, 우리는 여지없이 이산가족이 되었습니다. 참 입맛이 씁쓸합니다. 우리는 1시간을 선착장에서 기다려 다음 배를 타고 출발합니다. 신항만 공사가 한창인 바다를 30분 달려 우리는 한 시간여만에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동네어귀에 있는 골목길로 접어들어 등산을 시작합니다. 길가에는 돌나물이 소담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흙이 묻은 채로 뜯어내어 비닐봉지에 담습니다. 길가에는 할머니가 밭일을 하는데, 주위에 드문드문 유채꽃이 피어 있습니다.

20여분을 오르자 임도와 만납니다. 임도 옆에는 숭어를 가득 실은 물차가 보입니다. 왼쪽에는 산불감시초소가 버티고 있습니다. 인적사항을 적는데 산불감시 아저씨는 '라이터를 두고 가라'고 몇 번이나 당부합니다. 이제 제법 가파른 등산로가 이어집니다. 가축을 방목하기 위해서인지 길가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습니다.

20여분을 더 오르자 비로소 주위 경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 다닥다닥 많은 섬들이 붙어 있고 배 한 척이 하얀 줄을 그으며 바다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 다도해 모습
ⓒ 한성수

우리들은 배낭에다 낚싯대를 꽂았는데 내려오는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거듭니다.

"낚시하고 오는 길입니까? 하러 가는 길입니까?”
“하러 가는 길입니다.”

“어디서 하려구요?”
“연대봉 봉수대 꼭대기에 앉아 바다를 향해 던져 보려구요.”

“하, 하! 많이 잡으십시오. 나는 맨손으로 잡아서 회쳐 먹고 오는 길입니다.”

처음 만난 우리는 십년지기처럼 너스레를 주고받습니다. 가파른 등산로 위에 큰바위가 걸려 있습니다. 저 바위를 ‘신선바위’라고도 하고 ‘낙타등바위’라고도 하였다는데, 옛날에는 저 바위 정상에 봉수대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낚싯대를 짊어지고
ⓒ 한성수
정상에 올라서 우리는 봉수대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 옆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는데, 지진이 났다고 웅성거립니다. 또 한편에서는 해일주의보가 내렸다고 야단입니다. 나는 딸아이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보니, '우리 집도 조금 흔들렸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기상대에도 확인을 하니 기상특보는 내려 있지 않습니다. 우리 일행은 풀밭에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연대봉(烟臺峰) 정상에 있는 이 봉수대는 1980년대에 복원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왜구의 침입을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버지 이런 봉수대는 외적이 쳐들어오면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길로 서울까지 그 상황은 전해 준다고 학교에서 배웠어요. 그런데 오늘처럼 지진이 일어나도 봉화를 올렸을까요?”

나는 막막해 집니다. 전쟁이나 난리(민란, 반란 등)가 나면 이용한다고 생각을 했지, 천재지변에도 봉수를 올렸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연대봉의 봉화대
ⓒ 한성수
하늘은 맑은데도 주위의 바다는 희뿌옇게 흐려서 주위경관이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내려오는 길옆에 있는 진달래가 꽃망울을 머금고 있는 것이 며칠 후면 핏빛 꽃을 보여줄 것도 같습니다.

우리는 대항방파제에서 낚싯대를 바다에 던져보지만 낚싯바늘은 바위를 낚으려는지 밑걸림이 심합니다. 아이들은 방파제의 시멘트바닥에 퍼질러 앉아, 그들의 새끼손가락을 닮은 물고기를 낚고서는 까르르 웃습니다.

'부산-진해신항만'이 완성되고 '거가대교'가 개통되더라도, 이 아름다운 섬이 훼손되지 않고 더 훌륭한 관광지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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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소시민의 세상사는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싶어서 가입을 원합니다. 또 가족간의 아프고 시리고 따뜻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글공부를 정식으로 하지 않아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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