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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은 비싸 자취생에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크게 마음먹고 3000~4000원짜리를 하나 사놓으면 4일~5일 정도 꾸준히 조금씩 먹을 수 있다.
과일과 야채는 20대 후반이 멀지 않았다는 위기감에 의식적으로 먹기 시작해 입에 맞게 된 것이고 원래 나의 주된 야참 재료는 바로 ‘면’이다.
특히 잔치국수와 쫄면을 좋아한다. 인스턴트라면 종류는 짜고 맛이 질려 특별히 바쁜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면 먹지 않게 된다. 대신 소면 하나를 사서 일주일에 한두 번 국수장국에 유부와 파, 쑥갓을 썰어 넣은 잔치국수를 끓여 먹는다. 선배들과 우연히 포장마차에 들려 잔치국수를 먹다가 그 맛에 반해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찾아본 후 집에서 해먹고는 했는데 이제는 제법 맛도 낼 줄 안다.
잔치국수보다 간단하고 부담 없이 양을 조절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쫄면이다. 출출하지만 야참은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한주먹이 안 되는 양의 음식을 먹고는 한다. 쫄면의 경우 큰 봉지 하나를 사다놓으면 2~3주일은 간다. 이때 인근 마트에서 파는 야채와 나물을 300원어치씩 사다가 쫄면에 넣으면 맛이 더 좋다.
앞서 말한 음식들은 굳이 야참이 아니더라도 끼니를 놓쳤을 때 먹는 늦은 저녁 대용으로도 좋다. 혼자 자취하는 사람은 찌개를 끓여먹거나 국을 해먹으면 매번 남기기가 일쑤여서 음식쓰레기도 많이 나오게 된다. 저녁에 요리를 하기 힘들다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제도 집에 들어와 인터넷 서핑을 하고 기획서를 쓰고 나니 어김없이 배가 출출했다. 저녁을 너무 일찍 먹었나 후회가 되면서 쫄볶이를 해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여타 기름기 없는 음식에 비해 쫄볶기는 열량이 높다는 생각이 언뜻 스쳐 갈등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내 저지르고 말았다. 냉동만두 3개, 파, 느타리버섯 2개, 쫄면, 햄 3조각을 넣고 쫄볶이를 한 것이다.
텔레비전을 켜놓고 음식을 먹고 나니 다 비워진 접시 위에 후회가 쌓여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녹차를 마셨다. 중국 사람들은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뒤 녹차를 마신다고는 하는데, 몸이 찬 나에게 녹차는 사실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차를 찾아볼까 생각중이다.
20대 중반인 나에게 읽을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는 일 이외에 오감의 만족을 채워주는 요소이지만 절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은 바나나 하나로 대체하는 게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