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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천의… 그 아이는…?”

“죽지는 않았으니 신검산장으로 갔겠죠.”

말을 하다말고 운령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정확히 말한다면 그녀는 당새아의 손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다 멈춘 것이다. 아마 그녀가 말을 할 줄 알았다면 그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왜 신검산장으로 갔을까? 일행들은 장안에 그대로 머물고 있는데 왜 그 홀로 신검산장으로 향한 것일까? 그의 방향이 신검산장 쪽이라는 것 까지는 보고를 받았으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문제 역시 오사형 때문에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오사형은 그를 죽이겠다면 자신이 직접 베겠다고 했다. 그러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이유로 그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머리에 혼란이 왔다.

구효기가 숨만 붙은 채 그들 일행을 찾아갔다고 들었다. 그리고는 담천의가 홀로 신검산장을 향했다. 풍철한이 관련된 그 일이라면 일행 모두가 움직였을 것이다. 그 일이 아니라면 담천의는 무슨 이유로 신검산장에 간 것일까? 신검산장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알지 못할 불안감이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그 자 - 담천의란 자와 연관되면 더욱 불안감은 가중됐다. 반드시 죽여야 할 자다. 그 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자다.

“등사형…!”

그녀는 두 사람 사이에서 아무말없이 있다 그녀가 부르자 그녀가 무엇인가를 원한다고 느꼈다.

“무엇을 해주랴. 사실 나 역시 방사형을 따라 가고 싶구나.”

운령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급한 일이 있어요.”

“무슨…?”

“이 개봉에는 서가화와 함께 송하령이 와 있어요.”

그 말에 방백린과 등자후는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이제 그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를 죽이려는 것이다. 그녀가 왜 그리 집착하는지 모를 바도 아니었지만 그녀의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 방백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는 그녀를 막을 사람도, 방도도 없다. 그렇다면 그는 죽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 자신의 행보에서 그를 만난다면 그녀의 뜻을 존중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별일이야 없겠지만 관석당(寬晳塘)의 저택에는 호위무사 정도는 있을게다. 조용한 것이 좋다. 요사이 천관의 쥐새끼들이 이곳을 자주 기웃거리더구나.”

등자후는 고개를 끄떡였다. 사형이 말하는 것은 기우였다. 아무리 호위무사가 많아도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황궁이라도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다. 관석당이 지금도 중앙정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물이지만 그의 저택이 황궁만큼 삼엄하지는 않을 것이다.

“천관은 내버려 두는 것이 좋아요. 북경(北京)에 그가 있는 한 천관의 움직임은 완벽하게 파악되고 있으니까요. 낙양의 상대부란 자만 조심하면 천관을 역이용할 수도 있어요.”

그녀는 모든 것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그 자에 대한 일은 자꾸 꼬이고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는 그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자신들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였다. 그녀는 서둘러 일어나는 방백린을 보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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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외(黃員外). 두칠의 친구인 그는 사냥꾼이 아니었다. 머리에 호피(虎皮)로 된 털모자를 쓰고 있어도, 백관(百貫)이 넘는 멧돼지를 잡아 왔다 해도, 익숙하게 사냥용 소도로 그 멧돼지의 배를 가르고 있어도 그는 사냥꾼이 아니었다.

사람의 두 배나 됨직한 멧돼지는 정수리를 뚫은 일도(一刀)로 즉사했다. 그곳에 손가락 하나 정도 길이의 깨끗한 도흔(刀痕)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도는 그의 등 뒤에 매달린 한 자루의 날이 얇고 예리한 안령도(雁翎刀)였을 것이다. 정수리가 뚫렸다면 많은 피가 흘러 나왔을 법한데 그저 살갗만 살짝 베어진 듯 혈선만 그어진 상태였다.

그것은 도를 사용하는 자가 무섭도록 빠른 쾌도(快刀)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당하는 멧돼지가 도를 느끼지도 못한 상태에서 죽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멧돼지에게는 다른 상처가 없었다. 달려들다 일도를 맞은 멧돼지는 지나쳤다가 다시 목표물을 찾는 순간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었을 것이다. 더구나 단단한 멧돼지의 머리뼈를 전혀 개의치 않을 정도의 쾌도라면 그 속도는 빛살보다 빠를 것이고 암석이라도 가를 수 있을 정도로 파괴적일 것이다.

“……!”

담천의는 오랜 만에 포식을 하자며 잡아 끈 두칠의 옆에 서 황원외를 기이한 눈빛으로 주시했다. 본래 사냥꾼은 안령도를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안령도는 가볍고 흔한 병기였지만 사냥하기에 적합한 도가 아니었다. 그것 하나로 그는 사냥꾼이 아니라 무인(武人)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호랑이나 늑대 같은 맹수가 사냥을 한 후에 제일 먼저 먹는 부위가 어딘지 아시오? 그놈들은 내장부터 우선 먹어치우곤 하오.”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 그의 손놀림은 익숙한 사냥꾼이 그것처럼 민첩해서 멧돼지의 내장부분을 부위 별로 골라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시뻘건 간을 그릇에 담더니 몇 조각으로 잘라 그 중 한 조각을 불쑥 입에 넣어 씹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한 조각을 담천의의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보기에는 이상할지 모르나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느껴질 거요.”

아마 먹으라는 뜻일 것이다. 피 묻은 손에 걸려 있는 멧돼지의 간 조각은 비린내와 함께 끔찍해 보였다. 하지만 담천의는 그가 넣어 주는 그것을 입에 넣었다. 입에 넣자 역겹게 느껴졌던 비린내는 오히려 나지 않았다. 부드러운 그것은 몇 번 씹을 사이도 없이 고소한 맛이 느껴지면서 목을 타고 넘어갔다.

그때였다. 모옥의 안채에서 여자 한명과 그녀의 허리춤을 잡은 서너살 정도의 아이가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투박한 나무상이 들려 있었는데 아마 술상인 모양이었다. 여인의 모습은 비록 무명옷을 입고 짐승가죽으로 만든 겉옷을 걸쳤지만 고아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분명 외진 곳에 틀어박혀 사는 사냥꾼의 아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황원외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두려운 눈빛으로 멧돼지를 바라보는 아이에게 다가가 들려있는 간을 잘게 조각내 아이의 입으로 가져갔다. 아이는 싫은 듯 고개를 저었지만 아버지의 눈빛에 하는 수 없이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아마 이전에도 이런 일은 수없이 반복되었을 것이고 아이는 아마 자신이 싫다고 해도 억지로 먹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술이 한 동이 밖에 남지 않았어요. 모자라실 것 같은데….”

아내의 말에 황원외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한 동이면 충분할거요. 이제는 다시 술을 사오지 않을 거요.”

그 말에 황원외의 아내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언제나 뒤뜰에 술을 사다 묻어 놓곤 했다. 그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 편임에도 언제나 충분한 술을 준비해 놓곤 했다. 그리고 그 술이 떨어지고, 더 이상 술을 준비할 필요가 없을 때 그녀의 남편은 떠날 것이다. 그녀가 남편만큼 잘 아는 두칠이 상처 입은 저 젊은 청년을 데려왔을 때 그녀는 직감적으로 불길한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그 불길한 생각은 이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칠년을 살았다. 언젠가 남편이 떠나리라고 생각해 왔고, 준비했지만 막상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내의 도리가 어떤지 아는 여자였다. 술상을 내려놓고는 그녀는 한쪽에 지핀 모닥불 옆으로 다가가 마른 가지를 몇 개 던져 놓았다.

타타다닥--

불길이 점차 세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고기를 잘라 주세요. 이 정도면 아주 잘 익을 수 있을 것 같군요.”

황원외는 다시 한점을 아이의 입에 넣어 주고는 다리 부위를 잘라 아내에게 건네주었다. 무인에게 있어서 가정은 사치였다. 특히 황원외 같은 사람이 가정을 가졌다는 것은 행복이 지나쳐 불행이었다. 그는 아내와 같이 살아 온 칠년의 세월이 너무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가야 할 길은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두칠에게 고개를 젓는다면 두칠은 그냥 떠나갈 것이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이곳에 정착한 이후에도 그는 도를 놓지 않았다. 그것은 언젠가 이런 날을 기다려 온 것이었고, 그 사실은 누구보다 아내가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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