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 위원은 지금 동북아는 미-일-중국의 새로운 패권시대 길목에 들어서 있다며 지금이라도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정립을 통해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그 민주주의를 동력으로 민족의 평화통일을 이루어 힘을 키우지 못한다면 미-일-중국의 새로운 패권시대에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식민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 위원은 지금 동북아는 미-일-중국의 새로운 패권시대 길목에 들어서 있다며 지금이라도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정립을 통해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그 민주주의를 동력으로 민족의 평화통일을 이루어 힘을 키우지 못한다면 미-일-중국의 새로운 패권시대에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식민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 장희용
지난달 24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회원 7명이 제기한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본 법원은 ‘청구권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65년 맺은 한일협정이 일제하 강제노동 등에 대한 소송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도 일본에서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역시 소송을 기각했다. 기각 이유는 여전히 동일했다. “강제노역과 임금 미불 사실은 인정하지만 한일협정으로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것이다.

재판에서 번번이 패소의 원인이 된 한일협정. 군부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일본군 장교 출신의 박정희와 친일파 그 세력들은 취약한 정권의 정통성과 통치기반을 보완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에 따라 '경제발전’이라는 것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사실상 ‘사죄와 그에 따른 배상’이 아닌 ‘경제원조’성격의 돈을 받고 체결한 것이 이 한일협정이다.

이 굴욕적인 한일협정에 대해 누구보다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일제강점 하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영 교수(군산대)다. 지난 80년대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활동을 해 온 김 위원은 그동안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일어난 많은 법적소송에 직접 관여했지만 그때마다 김 위원의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이 한일협정이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수백만의 우리 국민이 일제에 의해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광복 60년이 지나도록 그 맺힌 한을 풀어주지 못한 것은 근본적으로 광복 후 들어선 정권이 친미-친일정권이었기 때문이며, 특히 박정희 정권이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맺었기 때문임을 그 이유로 들었다.

김 위원은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개인적 견해를 섣불리 밝힐 수 없지만) “한일협정 재협상 문제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최소한 협정 체결 당시 협정의 8개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던 군대위안부나 사할린 교포 문제, 원폭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일본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이 밝힌 바와 같이 인권존중과 인류 보편적 규범의 준수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해방 후 친미-친일정권이 아닌 자주민주정권이 수립됐다면 지금과 같은 불행은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정립을 통해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그 민주주의를 동력으로 민족의 평화통일을 이루어 힘을 키우지 못한다면 미-일-중국의 새로운 패권시대에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식민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음은 지난 23일 군산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 위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과거사 정립→사회분열 극복→진정한 민주사회→민족통일"

- 광복 후 60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진상조사’라는 의미 있는 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상당히 오랜 동안 일제강점 하 강제동원에 대한 연구 활동을 했는데,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1980년대 후반 식민지시대 우리나라의 노동력 해외 유출문제로 박사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부터 이 문제에 관여했습니다. 3년 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 작업을 했고, 정말로 어렵고도 어렵게 법이 지난 2004년 2월 국회를 통과해 11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뭐랄까. 역사 앞에서 무거운 사명감을 느낍니다."

- 지난 65년 맺힌 한일협정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일재협상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상규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위원회가 우선 진상조사라는 틀에서 움직이고 있고, 또한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자격으로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재협상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역사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일일 겁니다.

단, 재협상 문제는 끊을 놓지 말고 그 문제대로 다루되 협정당시 협정의 8개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던 군대위안부나 사할린 교포 문제, 원폭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 피해자분들에 대한 배상이 근본적인 목적은 아니겠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본은‘한일협정’을 내세워 배상을 할 수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는데요.
"효력이 인정되는 외교적으로 맺은 협정임으로 우리는 이 문제에서 현실적으로 일본의 주장을 억제할 유용한 방안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사의 문제를 법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고, 또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일본은 독일을 배워야 합니다.

일본은 설령 법적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하더라도 노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인권존중과 인류 보편적 규범의 준수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또한 한일협정이 박 정권에 의해 맺어졌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가가 행한 일입니다. 국가의 잘못도 있으므로 정부가 책임질 부분을 책임져야 합니다."

- 그렇다면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겁니까?
"현재 위원회에서는 어디까지나 실태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향후에도 직접적으로 보상이나 배상 문제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답변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군대위안부나 사할린 교포 문제, 원폭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청구권 협정의 8개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은 보다 세밀하게 추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배상이든 보상이든, 혹은 지원이던 그것을 위해서는 피해실태가 우선이고,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으므로 우선 진상조사 문제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피해 조사 현장이 광범위하고, 자료 또한 많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사 기간은 3년에 불과합니다. 특히 피해 사실 판정을 위한 자료 대부분이 일본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이 이에 협조하겠습니까?
"특별법에 의하면 2년으로 되어 있고, 6개월씩 두 차례의 연기가 가능하므로 최대 3년이 됩니다. 그러나 이는 향후 조사 작업의 결과 필요하다면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작업을 계속해야 합니다. 자료는 부족합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해 많은 분들과 관련 단체에 확보돼 있는 것도 있고, 앞으로 조사하면서 상당한 자료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자료나 대다수 자료는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이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자료를 획득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 내 양심 있는 학자와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최대한 이를 해결할 것입니다."

"지금 동북아 미-일-중 패권시대로 가는 길목, 힘 길러야"

김 위원은 재협상 문제는 끊을 놓지 말고 다루되, 협정당시 협정의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던 군대위안부나 사할린 교포 문제, 원폭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은 재협상 문제는 끊을 놓지 말고 다루되, 협정당시 협정의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던 군대위안부나 사할린 교포 문제, 원폭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장희용
- 아직도 우리 사회는 60년이나 지연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는 힘이 있습니다.
"해방 후 60년 동안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보호는커녕 그들을 외면했을 뿐 아니라 친북, 좌익이라는 굴레를 씌워 오히려 탄압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해방 후 민족평화세력이 정권을 잡지 못하고 친미-친일세력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들의 막강한 힘이 우리 사회에서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야, 진보-보수 단체들이 이것을 정치적 문제로 보아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일제강점 하 강제동원 피해진상조사나 친일진상규명법 등 과거사 문제는 가까이는 일제 강점 하에서 고통 받은 수백만 우리 국민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며, 멀리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동해 평화적 민족통일을 이루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지금 동북아는 군사대국화를 이루려는 일본과 중국-미국 등으로 인해 새로운 패권시대로 접어드는 길목에 있습니다. 통일된 조국만이 동북아 시대에서 주권국가로의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정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것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미래가 걸린 문제입니다."

- 60년이나 지연된 것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친미-친일정권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전략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일본 교과서 문제나, 중국의 동북공정 등에 대해 우리 정부는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는‘강력 대응하겠다’라는 말을 매번 밝혔지만 일본이나 중국의 치밀함에 비해 우리는 '감정적’대응만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부족합니다. 지금 일본과 중국은 치밀한 전략아래 모든 것을 보이지 않게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동북아는‘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얼마 전 노 대통령이‘한·일간의 역사 문제와 독도 문제 등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책 추진이 가능하도록 정부 내 기구를 재정비하고, 이 문제를 중심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다뤄나갈 수 있는 상설조직을 신속하게 구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저희 진상규명위원회도 이 같은 역사의 흐름에 밑거름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10년 후 동북아에서는 미국에 이은‘막강한 세계 슈퍼 파워’가 탄생할 것입니다. 하나는 중국이고 또 하나는 일본입니다. 중국은 이미 정치ㆍ군사적 대국으로 경제권만 갖추면 되고, 일본은 반대로 현재 경제대국으로 정치ㆍ군사대국화만 남아 있습니다.

지금 일본과 미국은 상호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을 동북아 동맹 핵심으로 삼아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 등을 통해 향후 커지는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이 같은 미국의 활용해 자신들이 오랫동안 꿈꾸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될 경우 상임이사로서의 국제적 역할을 한다는 미명아래 정치적, 군사적 대국화를 실현시키려 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는 주변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또 다른 식민지 시대를 겪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당당히 주권국가로서, 더 나아가 동북아 시대 갈등을 조절할 정도의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분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힘을 길러야 하는데, 그 힘은 통일된 조국에서 나올 것이며, 통일을 위해서는 이 사회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하며, 또한 그 민주주의는 올바른 과거사 정립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 한-일 양국은 매년 ‘바람직한 한-일 관계’'동반자적 한-일 관계’등 관계 설정에서 여러 수사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어떻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사실 한일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세계평화를 위해 양국이 동반자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필요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우호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의 겸허한 역사반성과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이 지금처럼 나온다면 정부는 일본을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한-일 협정으로 경제적인 보상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일제 치하 피해자들의 억울한 넋이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사과라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발언은 정략에 의한 일회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국제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큰소리가 아니라 실력입니다. 일본은 여전히 경제 강국입니다. 우리가 큰 목소리만 낸다고 해서 경제 강국 일본이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 대통령의 지시처럼 독도나 한일문제 등에서 ‘중심적이고 지속적으로 다뤄나갈 수 있는 상설조직’의 신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신속히 조직되어야 할 것입니다.”

- 진상위원회가 앞으로 추진할 주요한 과제가 있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아직 묻혀 있는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 올바른 평가를 받게 하는 일입니다. 또한, 일본에 남아 있는 유해를 봉환하는 일 등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법적인 문제 이전에 인류사회의 보편적 윤리, 그리고 이웃 간 신뢰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 이곳 군산은 일제 수탈의 아픔이 그 어느 지역보다 많은 곳입니다. 군산시를 비롯하여 관련단체들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은데요.
“군산은 일제 식민지의 흔적과 유산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역사입니다. 군산의 근대사에 대한 보다 면밀한 조사연구는 물론, 역사 교육이 필요하고, 가능하다면 이러한 근대유산을 역사문화관광 자원화함으로써 후손에 역사를 가르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지금 우리 사회는 아주 중요한 역사적 시점에 서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20세기 세력과 21세기 세력의 갈등상태이며, 이 갈등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아닌 내용적으로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이를 사회의 작동원리로 삼아 21세기 평화적 통일국가를 절대 실현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이는 곧 분단의 상황이 지속됨으로 인해, 주변 강대국의 상호 자국 이해득실에 의해 민족의 운명이 흔들거리는, 그래서 또 다른 식민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20세기 식민지와 분단의 아픈 역사인 과거사를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과거사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역사가 아니라 미래로 가는 디딤돌이자, 비전이기 때문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누군가 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오지 않을 세상입니다. 오마이 뉴스를 통해 아주 작고도 작은 힘이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땀을 흘리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