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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5일 오전 9시]

KBS노조, 정연주 사장 자진사퇴 촉구
도청사건 책임 물어...사내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아


▲ KBS 정연주 사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KBS 노조가 노무팀 직원의 노조 회의 도청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연주 사장 자진사퇴 촉구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해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진종철) 집행위원회는 24일 오후 긴급집행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노조 집행위원회는 자정 가까이 이어진 '마라톤 회의'를 통해 "도청 사건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사태"로 규정하고 정 사장 퇴진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노조 집행위가 제시한 정 사장 자진사퇴 시한은 오는 29일.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부 노조 위원들은 KBS의 대외이미지도 고려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집행위원회는 KBS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힌 사건인 만큼 정 사장 퇴진이 불가피하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집행위원회의 사장퇴진 투쟁 결의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KBS 내부에서는 도청 사건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묻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장퇴진 투쟁으로까지 이어지는 게 적절하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BS 구성원들은 25일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 직종별로 긴급 모임을 열고 이번 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사내여론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집행위원회 결정과 다른 입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연주 사장은 '불법도청'으로 노무관리 하나

다음은 KBS 노조가 24일 오후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편집자 주

'자유언론의 횃불'이라는 정연주 사장은 '불법도청'으로 노무관리를 하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보) 중앙위원 30여명이 회의를 열던 어젯밤(23일) 10시. 회의장소인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장 녹음실에서 사측 노무팀 직원이 불법도청을 하던 현장이 적발됐다.

KBS본부 확인 결과 당시 회의가 시작된 오후2시부터 노무팀 직원들은 회의내용을 청취하거나 메모를 했고, 자리를 뜰 경우에는 녹음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KBS본부는 증거물로 테이프 2개를 압수하고, 노무팀 직원에 대해 불법도청 사실에 대한 확인서를 받았다. 결국 사측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 넘게 진행된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 내용을 불법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어제 중앙위원회의는 4월 초 팀제 보완 인사를 앞둔 시점에서 조합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또한 이 회의에서는 최근 조합이 실시한 ‘사장평가, 팀제평가, 팀장평가’ 설문조사 결과 일부를 공개하는 자리여서 노사 모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측은 철저하게 노무팀 한 직원의 행동으로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범행이 적발된 밤 10시쯤 노무팀 사무실에는 또 다른 직원 한 명이 대기해 있었는데다 사건 성격상 노무팀 말단 직원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실행하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KBS본부는 최근 방송법 투쟁과 임시노사협의회 투쟁을 마무리하고, 팀제 보완과 채널정책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노사관계를 정상적으로 마무리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서 불법도청 사태가 터진데 대해 우리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에 밝혀진 불법도청 행위는 불법도청 행위를 직접 한 노무팀 직원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음은 물론,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도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KBS본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각인하고, 정연주 사장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1970년대 말, 한 마리의 작은 비둘기가 되겠다며 기자가 됐다던 정연주 사장. 언론자유가 군부 독재권력에 의해 압살당했던 암흑 속에서 선배들과 함께 ‘자유언론의 횃불’을 높이 밝혔다는 전력으로 KBS의 ‘개혁 사장’까지 오게 됐다. 그러나 이번 불법도청 사태는 정 사장이 들었던 ‘자유언론의 횃불’이 과연 진정한 ‘횃불’이었는지... 우리에게 깊은 회의감을 던져 주고 있다.


[1신 : 24일 오후 5시 40분]

KBS, 노조 회의 불법도청 '파문'


KBS(사장 정연주)가 노동조합의 회의 상황을 불법 도청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KBS노조가 23일 밤 노무팀 직원의 몰래녹음을 적발한 현장에서 압수한 테이프 2개. 왼쪽은 해당 직원이 불법도청 사실을 시인하고 쓴 확인서.
ⓒ KBS노조 제공
KBS는 24일 오후 '조합 중앙위원회 회의상황 녹음에 대한 회사 입장'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시인하고 노동조합에 공식 사과했다. 불법도청을 했던 직원은 노무팀 소속으로 확인됐다.

노무팀 직원 23일 밤 노조회의 몰래녹음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진종철)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중앙위원 30여명이 회의를 하던 23일 밤 10시 국제회의장 녹음실에서 노무팀 직원이 불법도청을 하던 현장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노무팀 직원들은 회의가 시작된 오후 2시부터 밤10시 넘게 진행된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내용을 청취하거나 메모를 했고, 자리를 뜰 경우 녹음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이날 4월초 팀제 보완 인사를 앞두고 대응방안을 논의하던 차였다.

노조는 특히 이번 사건이 노무팀 한 직원의 행동으로 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청 행위가 적발된 밤 10시쯤 노무팀 사무실에는 또다른 직원 한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는 점과 사건 성격상 노무팀 말단 직원의 독자 판단으로 실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노조 "독자 판단으로 실행 어렵", 사측 "조직적 행위 아니다"

그러나 회사측은 조직적 개입을 전면 부인했다. 회사측은 "간부나 해당 팀 차원의 조직적 행위가 아니라 업무 의욕 과잉으로 빚어진 우발적인 일로 확인됐다"면서 "노사간 교량역할을 하는 노무 담당직원 개인의 순간적인 판단착오에 의해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부사장 등 집행간부가 정중히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측 지시에 의했다거나 비밀녹음에 대해 묵인 내지 방조한 일이 없으며, 사전에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사실도 노조에 전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 윤리강령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노조는 이날 오후 집행위원회를 열어 대책방안을 논의 중이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노조는 불법도청 행위와 관련, 노무팀 직원에 대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를,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는 부당노동행위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KBS가 24일 오후 발표한 입장 전문.

어제 회사의 노무팀 직원이 노동조합 중앙위원회 회의상황을 몰래 녹음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데 회사는 노동조합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노동조합과 회사는 KBS를 끌고가는 중요한 두 축으로 '신의와 성실'이라는 원칙에 입각해 서로가 존중되어야한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기에 회사는 당혹스럽고 답답한 심정입니다.

회사는 이번 일의 경위를 파악해본 결과 결단코 회사 간부나 해당 팀 차원의 조직적인 행위가 아니라 업무 의욕 과잉으로 빚어진 우발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회사와 노조와의 교량역할을 하는 노무팀의 노무 담당직원 개인의 순간적인 판단착오에 의해 빚어진 일이었습니다.

회사가 파악한 이번 건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어제(2005. 03. 23)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본사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언론노조 KBS 본부 중앙위원회가 열렸습니다. 회사 노무팀의 담당자(부서전입 5개월)가 조합 중앙위원회 회의 진행상황을 궁금히 여겨 회의장에 갔다가 회의장 방송실에 녹음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담당자는 녹음을 하면 좀 더 쉽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업무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회의실 기계 담당자에게 부탁해 회의 내용 일부를 녹음했던 것입니다.

녹음된 분량은 전체 회의시간 가운데 5시간 정도 분량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담당자는 회의장에서 조합 간부들과 마주쳤으며, 조합측의 추궁에 녹음 사실을 시인하고 노조에 사과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상이 회사가 파악한 조합 회의 상황 녹음건의 전말입니다.

이에 회사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부사장 등 집행간부가 노조에 정중히 사과를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일이 결코 사측의 지시에 의했다거나 비밀 녹음에 대해 묵인 내지 방조한 일이 없으며, 사전에 인지하지도 못했다는 사실 또한 노조에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회사는 건전한 노사 신뢰관계를 해친 이번 행위에 대해서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방침임을 밝힙니다.

회사는 이번 일에 대해 경위야 어떻든 비밀녹음 시도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다시 한 번 KBS 노조에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회사는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직원 윤리강령을 확고히 할 것입니다. 회사는 이번 일을 거울 삼아 조합과는 대화와 협력정신을 기반으로 건전한 노사관계를 쌓아가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2005. 3. 24. KBS 한국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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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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