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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농성중이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농성중이다. ⓒ 이민우
지난 24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7층 인권상담센터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는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대표 박경석, 아래 투쟁단) 소속 회원 30여명은 25일 오전 11시 인권상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대통령 면담 요구

투쟁단 소속 회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관리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할 수 있는 강력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장애인의 기본적인 교육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과 함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농아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도로교통법, 영화진흥법, 선거법 즉각 개정을 요구"하고 "장애인의 정보접근권과 문화권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영희 공동대표는 여는 말에서 "언론과 사회는 장애인의 계속되는 죽음을 외면하고 있다"며 "장애인의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폭력"이라고 질타한 뒤, 농성과 대통령 면담 요청 이유를 밝혔다.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을 지킨다는 국가인권위가 과연 장애인 인권은 얼마나 지켜주고 있습니까. 장애인 문제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직접 만나 묻고 싶습니다."

"돈 많은 사람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회를 바꿔야"

이어 사회당의 양부연 대표 권한대행은 연대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전체 인구의 10%나 되는 장애인들은 국민 모두에게 보장돼 있는 교육도 받지 못해 결국 취직도 못하고 대다수가 빈곤층으로 살고 있다"며 "돈많은 사람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노동당 이영희 최고위원은 "장애인들은 시설비리나 이동권 등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장애인들이 사회적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징별적 손해배상을 비롯한 강제성이 있는 규정이 담긴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김혜미 대표는 "수많은 장애아들이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고 장애아동 교육 지원 대책을 마련을 요구한 뒤, 심지어 학교에서 교육을 거부하기도 하는 실정을 폭로하며 "장애는 결코 죄가 아니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낮 12시 5분께 투쟁단은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겠다며 인권위 앞 거리로 나섰으나 경찰 병력에 의해 움직일 수 없었다.

청와대로 향한 행렬을 경찰이 막아나서자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강력히 항의하는 가운데, 전경들은 경찰 지휘관이 “손 내리고, 그냥 막기만 해”하고 지시하자 방패 뒤에 바짝 붙어 행렬을 막고 있다.
청와대로 향한 행렬을 경찰이 막아나서자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강력히 항의하는 가운데, 전경들은 경찰 지휘관이 “손 내리고, 그냥 막기만 해”하고 지시하자 방패 뒤에 바짝 붙어 행렬을 막고 있다. ⓒ 이민우
"대통령 면담하러 간다는 데 왜 막느냐, 길 비켜라"

투쟁단 박경석 대표가 "차도도 아니고 인도로 가는 건데 왜 막느냐"고 항의하자, 경찰 관계자는 "신고되지 않은 행진은 집시법 위반이라서 허용할 수 없다"고 대꾸했다.

다시 박 대표가 "정 그렇다면 한 명씩 갈테니 길을 비켜 달라"고 요구했으나, 경찰 측은 "그래도 어차피 행진에 해당하는 거라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잠시 후 투쟁단은 방패로 막아선 경찰을 향해 "제대로 근거도 없으면서 왜 막느냐"고 거세게 항의했고, 전동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1급 장애인들도 함께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 지휘관들은 방패를 든 경찰들에게 "맞더라도 대응하지마" "손 내리고, 그냥 막기만 해"하고 여러 차례 확성기를 통해 지시했으나, 현장 채증 중인던 경찰의 캠코더를 투쟁단이 "찍지 말라"고 항의하며, 빼앗으려 하는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30분이 넘게 진행된 몸싸움 끝에 청와대에 면담요청을 전달하기 위한 투쟁단 대표가 전경들의 방패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30분이 넘게 진행된 몸싸움 끝에 청와대에 면담요청을 전달하기 위한 투쟁단 대표가 전경들의 방패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 이민우
낮 12시 42분께. 투쟁단과 경찰측은 박영희 공동대표 등 대표단 3인만 청와대로 차를 타고 가기로 합의해 전경들이 길을 비켜섰고, 자연스레 몸싸움도 끝났다.

청와대를 방문한 박영희 공동대표는 "청와대 민원실에 갔더니, 어떤 직원이 점심 시간이라 담당자가 없으니 그냥 민원함에도 면담 요청서를 넣고 가라고 했지만 기다려 담당자를 만나 직접 전달했다"며 "그 담당자에게 우리의 농성과 면담 요구를 설명하고 노무현 대통령과 하루 빨리 면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 시켜 온 기존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한다"는 취지에서 "4월 20일을 투쟁으로 장애인권을 쟁취하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자"며 84개 장애인 단체와 인권단체, 노동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연대기구다.

투쟁단은 노무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최소한 오는 4월 20일까지 인권위 농성을 계속하고, 지속적인 집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우리 사회 장애인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려낸다는 방침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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