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릉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 정헌종
괘릉은 신라 제38대 원성왕(재위 785∼798)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원성왕의 이름은 경신이며 독서삼품과를 새로 설치하고 벽골제를 늘려 쌓는 등 업적을 많이 남겼다.
왕릉이 조성되기 전에 원래 작은 연못이 있었다는데 관에 물이 차지않게 하기 위해 관을 걸쳐 놓았다 하여 '괘릉(掛陵)'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둥근 모양의 무덤 아래에는 무덤의 보호를 위한 둘레석이 있다. 조각 솜씨가 좋은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이며 신라왕의 무덤 중에서는 가장 빼어나게 조각되어 있다.
▲괘릉을 지키는 능의 오른편 석조물 ⓒ 정헌종
▲괘릉은 주변 송림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 정헌종
▲괘릉 주변의 사자상 ⓒ 정헌종
봉분 바로 정면 약 80m 양 옆으로 왼쪽에는 돌사자 두마리와 문인석 그리고 오른쪽에는 역시 돌사자 두마리와 무인석이 무덤을 지키고 있으며 육각 돌기둥 모양의 화표석(華表石)이 마주보고 서 있다. 특히 오른편의 무인석은 서역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하여 서역과의 문화적 교류가 빈번하였고 활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괘릉의 십이지신상은 다른 능의 것보다 뛰어나다 ⓒ 정헌종
▲괘릉. 이 무신상은 당시 외국과의 문화 교류를 잘 보여주고 있다. ⓒ 정헌종
괘릉은 당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십이지신상과 같은 세부적인 수법은 신라의 것이다. 이 능은 원형봉토분으로 지름 23m, 높이 6m인데, 봉분 밑의 호석은 지대석 위에 높이 95㎝, 길이 120㎝ 크기의 판석으로 된 면석을 올렸다.
면석의 사이에는 봉분 내부로 뿌리가 길게 뻗어 있는 탱석을 배치했다. 탱석에는 두칸 건너서 하나씩 십이지신상을 조각했으며 십이지신상의 조각품 중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손꼽힌다.
신문왕릉, 원래는 망덕사 동쪽의 효소왕릉?
경주시 배반동에 있는 신라 제31대 신문왕의 무덤 밑둘레에는 벽돌 모양으로 잘 다듬은 돌을 5단으로 쌓고 가로·세로 90cm, 두께 50cm되는 삼각형 받침돌 44개를 등간격으로 받쳐 무덤 외부를 튼튼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신문왕릉은 숲 속에 있지 않고 도로변에 있어 찾기가 쉽다. ⓒ 정헌종
이 삼각형 둘레돌 가운데 남쪽을 향한 한 돌에는 '門'자를 음각했는데, 그 뜻은 알 수 없다. 기록에는 신문왕을 낭산(狼山) 동쪽에 장례를 지냈다고 하였는데, 지금의 위치도 바로 낭산 동쪽에 있어 거의 일치한다.
▲신문왕릉은 보는 각도에 따라 관람하는 맛이 다르고 웅장하다. ⓒ 정헌종
▲신문왕릉. 왕릉의 웅장함을 말해주듯이 봉분을 받치는 둘래의 호석들이 인상깊다. ⓒ 정헌종
▲신문왕릉. 주변의 경관은 시야가 확 트여 시원함을 느끼고 ⓒ 정헌종
신라 제31대 신문왕(재위 681~692)은 본명이 정명(政明 혹은 明之)이며, 문무대왕의 큰 아들이다. 재위 기간 동안 삼국통일 이후의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를 정비하는 데 주력했으며, 685년에 9주(九州)를 완전히 정비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692년 7월에 왕이 죽자 시호를 신문(神文)이라 하고, 낭산 동쪽에 장사지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능은 낭산의 남쪽 방향에 있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망덕사 동쪽에 있다고 한 효소왕릉과 그 위치가 부합되므로 이 능은 효소왕릉이며, 신문왕릉은 낭산 동쪽인 황복사지 아래에 십이지석이 남아 있는 폐왕릉일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도 있다.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지금 경주에선 떡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곧이어 벚꽃 축재도 열릴 예정이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아니면 친구와 함께. 고대 신라왕들의 무덤들을 둘러 보면 무덤이 주는 스산한 느낌과는 달리 따뜻하고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야말로 봄날이 주는 주말의 여유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3월 13일 경주의 왕릉들을 들러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