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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밖은 싸늘하다. 얼추 둘러보니 꽃은 없다. 사무실 뒤편의 버짐나무는 방울만 대롱대롱 달려있을 뿐 겨울 모습 그대로이다. 양지 바른 건물 벽에 기대 선 개나리, 대부분 아직 꽃봉오리로 남아 머뭇거리는데 몇몇의 용감한 봉오리가 꽃눈을 터뜨렸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눈길을 끌만한 화려한 꽃잎이 없는 회양목. 웬만한 사무실엔 회양목 서너 그루가 있지만 회양목이 꽃을 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비록 꽃잎은 보이지 않지만 암술과 수술은 또렷하다. 좀 더 굽어보면 볼 수 있는 회양목의 꽃, 꽃 주위에 벌이 없었으면 나도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우리는 꽃을 평가할 때 예쁜 겉모양과 색깔을 중요시하지만 벌은 숨은 향기로 그 꽃을 평가한다. 우리는 꽃을 평가하듯 사람도 겉모양으로만 평가하곤 한다. 화려한 꽃보다 향기로운 꽃을 찾는 벌처럼 사람도 그렇게 평가하고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산자락에 난 오솔길에 접어들었다.
빛바랜 억새가 너저분하게 있고, 낙엽수는 아직 새 옷을 마련하지 못해 초라하다. 버드나무였다. 봄은 버드나무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다른 나무들은 아직 미적거리는 이때, 버드나무는 뭐가 그리도 급한지 싸늘한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을 피우고 있다.
그 옆의 산수유는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린다. 산수유 축제가 낼 모랜데, 여기 이 산수유나무는 몸을 사리는가 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경기도 이천시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며, 사무실은 설봉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