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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금강산
겨울 금강산 ⓒ 백유선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 보이는 금강산

계절의 변화가 그런 모습을 느끼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보는 사람의 아쉬운 마음이 금강산을 그렇게 바라보게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사람이 달라진 것이겠지요.

민족의 명산 금강산은 사람과는 관계없이, 또 새로 더해진 인공의 흔적과는 관계없이 그 위용은 여전히 빛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문제는 사람입니다. 누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금강산의 모습은 많이 달라집니다.

아직 우리는 마음이 편치가 못합니다. 마치 남의 나라에 온 듯 때로는 눈치를 보며 금강산을 감상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동포를 만나면서 경계해야 하고 용어 사용을 신중히 해야 하고 또 그런 경외심으로 금강산을 보아야 합니다.

모르긴 해도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그 뒤에 많이 숨어 버렸을 것입니다. 아니면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어렵게 보는 금강산이니 만큼 때로는 더 큰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기도 하겠지요.

이렇게 여러 외적인 사정들이 금강산을 서로 다른 눈으로 보게 하고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합니다. 언제나 우리는 편안하게 금강의 품에 안길 수 있게 될 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대화하기 전에는 그토록 어렵게만 생각되었던 북한 사람들이 우리와는 문제없이 통하는 같은 민족, 같은 동포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분명 금강산이 또 다르게 보입니다.

겨울 해금강
겨울 해금강 ⓒ 백유선
기행기를 쓰면서 염두에 둔 두 가지

금강산 기행기를 쓰면서 늘 염두에 두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다른 계절의 금강산은 어떨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으로는 많이 보았지만 직접 보지 못하였으니 그 느낌이 어떠할지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겨울 금강산과는 그 느낌이 전혀 다를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계절에 따라 그 이름을 달리 부를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 그렇습니다.

흔히 이야기되는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주로 다른 계절의 것이었습니다. 꽃피고, 신록이 우거지고, 단풍이 드는 계절에는 또 다른 금강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라도 사정이 허용되면 계절에 따른 금강의 변화를 어떻게든 느끼고 싶습니다.

또 하나 염두에 두었던 것은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분단의 아픔을 금강산을 통해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금강산이 북한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한쪽인 북한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다행이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눈으로 북한을 보느냐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휴전선을 넘으며 본 북한 군인에게서 두려움을 느끼고, 금강산의 글발을 보면서는 북한에 대한 비난만을 늘어놓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 민족의 한편인 북한에 대해 애정 없이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는, 우리의 앞길을 밝힐 희망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남쪽에서 생각했던 북한에 대한 편견을 이곳에서 더욱 굳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금강산 관광은 남쪽의 경제력을 북한에 과시하는 것으로 밖에는 다른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금강산 관광으로 어떻게 해서 통일을 앞당길 수 있을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다수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 많은 학생들은 우리 민족에 대한 애정 어린 눈으로 북한을 보고 통일을 생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똑같은 사물, 똑같은 상황을 보는 데도 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고 전혀 다른 평가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안 없이 무조건적으로 비난만하는 사람들 속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지고, 그들의 모습을 인정하며 보는 사람들에게서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곳에 우리의 밝은 미래가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통일에 대한 희망은 다른데 있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통일의 대상이자 같은 동포인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에 있습니다. 냉전적인 사고 속에서는 그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겨울 금강산
겨울 금강산 ⓒ 백유선
중학교 2학년의 금강산 체험 시 한 편

금강산 체험활동에 참여한 한 중학생의 시를 통해 미래를 발견했습니다. 겨우 중학교 2학년(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이제 3학년이 되었겠네요)인 이 학생은 전쟁도 냉전시대도 잘 모를 것입니다.

이 새로운 세대가 보는 눈은 기존 세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이 학생은 휴전선에서는 안타까움을 보고, 남들이 두려운 눈으로 본 북한 군인에게서는 따뜻한 마음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무엇이 이 학생으로 하여금 그렇게 보게 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이 어린 학생은 애정을 가지고 우리 민족의 한편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학생의 시를 그대로 옮겨봅니다. 이 시의 문학적 완성도나 작품성을 말할만한 처지는 못 됩니다. 다만 다소 어설퍼 보이는 이 시 속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과 밝은 앞날이 보입니다.

그 곳에는···

금강산 그 곳에는 자연의 향이 살아가고 있고
봉래산 그 곳에는 폭포의 힘찬 물줄기가 살아가고 있고
풍악산 그 곳에는 붉게 노을 진 단풍이 살아가고 있고
개골산 그 곳에는 새하얀 눈이 살아가고 있다.

금강산 그 곳에는 낯선 사람들의 발자국도 있고
봉래산 그 곳에는 한국인이란 사람들의 땀방울이 떨어뜨리어져 있고
풍악산 그 곳에는 그리움의 눈물도 있고
개골산 그 곳에는 차가운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는 ‘한민족’이란 단어가 있다.

금강산 그 곳에는 일만 이천 봉이 있고
봉래산 그 곳에는 구룡폭포가 있고
풍악산 그 곳에는 붉게 물든 나뭇잎과 졸졸 흐르는 물들이 있고
개골산 그 곳에는 모든 것이 눈으로 뒤덮인 눈 시린 경치들이 있다.

내가 다녀온 개골산 그 곳에서 나는
나의 뿌듯함이 깃든 자랑스러움과
철판 하나로 경계선이 되어버린
안타까움을 보는 내 심장의 눈물과
열심히 인사하는 나를 보며 웃어주며
손을 흔들었던 군인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금강산 그 곳은
많은 것을 알려주고
많은 것을 남기고 돌아가게 하는
우리 한국의 아름다운 ‘산’이다
(보성여자중학교 2학년 박 선미).


아쉬움을 뒤로하며 이제 20편째를 마지막으로 기행기를 마치려 합니다. 우리가 처한 복잡한 정치적 현실 속에서 금강산 기행을 통해 받은 나름대로의 교훈을 한 마디로 정리해 봅니다.

“산은 그대로 입니다. 이제 사람이 변해야 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2월초 2박 3일 동안의 금강산 기행기의 스무 번째로 마지막편입니다.
모두 20편의 지루한 금강산 기행기에 그동안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실린 금강산 기행기 20편 모두는 글쓴이의 홈페이지('백유선의 고구려 유적답사기', http://noza.pe.kr )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링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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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콘서트>, <청소년을 위한 한국사>(공저), <우리 불교 문화유산 읽기>, <한번만 읽으면 확 잡히는 국사>(상,하)의 저자로 중학교 국사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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