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일 대학로 까망소극장에서 연극 "맞짱부부"를 보았다. 연극 속에 등장한 맞짱부부는 서로 투덕거리면서도 애정으로 똘똘 뭉친 중년의 아내와 남편이다. 이들 중년부부가 열심히 생활하여 마련한 집, 그 집으로 이사를 한 첫날에서 연극은 시작된다.
무대 중앙의 벽에 또박또박 쓰인 알뜰살뜰 이라는 가훈이 그들의 생활을 잘 보여주듯 아내는 짠순이, 남편은 짠돌이의 모습으로 생활하여 내 집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애써 마련한 집이기에 이들 부부는 앞으로 남은 것은 행복뿐이라며 부푼 꿈을 꾼다. 하지만 회사에서 받은 건강 진단서에서 남편 김춘식은 자신이 위암말기임을 알게 된다. 자신의 죽음이후 슬퍼할 아내와 어머니에 대한 연민으로 마음 아파하다가 종래에는 그것이 착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행복한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이다.
이렇듯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시종일관 쏟아지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 침실로 갈 때마다 남편이 아내를 안아 올리려는 모습의 반복, 시어머니 점순의 익살연기가 재미있었다. 또 코믹한 설정 속에서 남편 김춘식과 아내 노봉자의 주고받는 대화도 웃음을 자아냈다.
"행복은 주머니 속의 행복"이라는 말이 무대에서 두 번 들려온다. 한 번은 아들 김춘식이 가난한 사람의 행복은 주머니 속의 행복이라며 중얼거리고 또 한 번은 어머니 점순이가 세상 떠난 남편, 춘식의 아버지가 들려주었다며 행복은 주머니 속의 행복이라고 되뇐다. 주머니에서 나오면 멀리 달아나 버릴 것 같은 행복, 그렇기에 주머니 속에 잘 간직해야만 할 것 같은 행복이라는 주제를 객석에 던져주었다.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고 평하고 싶으나 뒷심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남편 김춘식의 독백에서 부터 결말에 이르는 부분까지 속이 환히 드러나 보이는 내용이 식상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로만 가득 찬 대학로 혜화동에서 성인부부에게 알맞은 연극이란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4호선 혜화역 지하철 입구와 대학로 길에서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 연극 팸플릿과 공연안내 포스터들이 어린(?) 커플만을 겨냥한 것과 달라서 좋았다. 앞으로도 중년에 이른 남편과 아내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를 바란다.
4월 10일까지 대학로 까망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문의 02-766-0773)
덧붙이는 글 | * 국정넷포터와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