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이른 아침. 도동항 오른편의 행남등대를 향하는 가파른 능선에서 본 하늘과 파도는 독도 입도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잔뜩 흐린 먼 수평선과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햇살에 금싸라기처럼 출렁이는 파도는 아름다웠습니다만, 나의 바람과 기대는 잔잔한 수평선과 눈부신 맑은 하늘이었으니까 실망스러운 건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계속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키 큰 동백을 피해 먼 바다를 볼 수 있는 산 중턱 바위 능선까지 올랐습니다. 오늘도 독도에 오를 수 없다면 독도에 오르려는 희망을 언제 다시 가질 수 있을지 진실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내 안의 내가 보기에, 독도에 기를 쓰고 가려는 몸짓을 이해 못하는 구석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이유를 어떤 비유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무슨 거창한 애국이니 사명감이니 하는 것은 정말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독도가 외롭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는 건지도 모른다면 지나친 감상일 수 있지만 말입니다. 독도의 벗이 되겠다는 수많은 무리들과 독도를 지켜보겠노라고 때를 진 정치집단들 그리고 독도를 생명이 아니라 지도 위의 검은 바위섬으로 치부하는 또 다른 무리들.
나는 독도에 둥지를 튼 한 마리 괭이갈매기가 부럽습니다. 갈매기만이 비바람과 눈보라와 긴장과 외로움과 날카로운 파도에 쌓여, 밤마다 잠 못 이루고 윙윙거리는 독도의 진솔한 친구이니까요.
그 날 오후 우리는 거짓말처럼 독도를 오르고 말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도의 다른 풍경을 두차례 더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