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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전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등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이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4월 임시국회는 비교섭단체에 따뜻한 봄이 될까, '잔인한 달'이 될까?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7일 열린우리당에 이어 8일에는 한나라당이 대표연설을 하게 된다. 그러나 20석 이하로 비교섭단체에 해당하는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대표들은 국회연설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

이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규정한 국회법에 따른 것이다. 국회법 104조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매년 첫 번째 임시회와 정기회,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 1회씩 40분까지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당대표연설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지난 3월 31일 비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나 "각 정당 대표들은 국회에서 국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책무가 있고, 국민은 이것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반발하며 "비교섭단체 3당이 15분씩 대표연설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김원기 의장은 "비교섭단체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양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답했고 그 뒤로도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 의장이 "양당과의 협의"를 전제로 내건 것은 국회법이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의원의 발언시간 및 발언자수'에 대해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정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회의장 의석 배정도 교섭단체가 결정... "국회법 위 '교섭단체 협의'"

정당대표연설, 정당간 이견으로 무산
민주당 "항의 기자회견 통해 압박해야"

민주노동당은 양당의 '허가'가 없어도 오는 8일 한나라당 대표연설이 끝난 뒤 국회 본회의장이나 맞은편 예결위 회의장에서 연설을 하자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비교섭단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었으나 정당대표연설을 이틀 남긴 6일 정당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항의 기자회견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의원모임을 열고 정당대표연설을 않기로 입장을 정했다.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대표연설은 성립되기 어려울 테고, 예결위회의장에서 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정당대표연설을 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일정은 물론 상임위원장 및 위원 구성, 상임위 회의 안건 처리 및 각종 회의의 발언 순서, 심지어는 본회의장 의석 배정까지 국회 운영의 모든 것을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협의'로 결정하도록 되어있다. 이 때문에 비교섭단체가 발의한 안건은 교섭단체 대표의원들의 협의가 없이는 제 때 처리되지도 못한다.

교섭단체는 인적·물적 지원에서도 특혜를 받는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국회법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인용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각각 35명, 28명의 정책연구위원을 지원받았으나 비교섭단체는 단 한 명의 정책연구위원도 지원받지 못했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의원회관에 정책연구위원 사무공간과 정책·활동비도 지원받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모두 470평 사무공간과 월 평균 5020만원의 지원비를, 한나라당은 410평 사무공간과 월 평균 4618만원의 지원비를 제공받고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각각 30평의 사무공간과 137만원, 120만의 지원비를 제공받았으며 자민련은 15평의 사무공간과 53만원의 지원비를 받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비교섭단체들은 "교섭단체 간 합의가 안 되면 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없어 제도의 취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국회의 효율적인 운영을 방해한다"며 "국회법 위에 교섭단체 합의가 있다"고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운영을 비난해왔다.

▲ 2004년 11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이상열 민주당, 김낙성 자민련 원내부대표는 24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거대양당 원탁회의에 대한 야 3당 공동 입장`을 발표하고 양당위주의 국회운영을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거대 양당 "교섭단체 문제 지적, 일리 있지만 관행인데..."

작지만 변화의 단초도 나타나고 있다. 국회 일정을 결정할 때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서명하던 관행을 깨고 비교섭단체 원내대표들도 함께 서명해 이번 임시국회 일정을 결정한 것도 의미있는 변화다.

또한 비교섭단체들은 이번 임시국회부터 국회 문서에서 제 이름을 찾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회 문서는 비교섭단체 정당이나 소속 의원에 대해서 각 정당 이름을 쓰지 않고 '비교섭단체' 혹은 '교섭단체에 속하지 아니하는 의원'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같은 국회 관행 개선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뿐 실질적인 교섭단체 특권의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일련의 변화들이 비교섭단체의 국회운영 참여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비교섭단체 대표들은 국회일정 합의에 서명했지만 내용 합의과정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열린우리당·한나라당 지도부들은 비교섭단체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교섭단체 특권 문제가 나올 때마다 "일리있는 지적이지만 관행을 한꺼번에 깨기가 어렵다"며 유보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토론회 자리나 사석에서 교섭단체 특권이나 요건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낼 뿐이다.

이 때문에 비교섭단체들은 이번 정당대표연설을 계기로 6월 정치개혁특위 활동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교섭단체 문제를 포함한 국회개혁안을 적극 제안할 방침이다. 또한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운영 관행이 드러날 때마다 3당 연대의 형식으로 꾸준히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국회법 개정에 앞서 관행 개선 사례들을 축적해나갈 예정이다.

비교섭단체들은 이를 위해 초선의원연대 등의 초당적 모임을 통해 입지를 확보하고 시민사회에서도 교섭단체 문제를 여론화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비교섭단체들은 일단 비교섭단체 정당명 표기 등에 대해 "아직 사회적 여론화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국회에서 교섭단체 특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몇 석을 얻어야 교섭단체가 되나?
비교섭단체 "요건 너무 엄격해 소수정당 소외"

현행 국회법은 "정당 및 각 정치적 집단이 정당 및 정파적 이해관계를 과도하게 표출함으로써 국회운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로 교섭단체를 도입하며 그 요건을 20석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교섭단체들은 "너무 엄격해 소수 정당의 입지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의 경우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트, 스웨덴은 1석을 요건으로 정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 호주는 아예 요건 자체가 없다. 벨기에, 스위스,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일본 등은 5석 이하의 매우 적은 의석수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나라보다 하한선이 같거나 높은 프랑스·이탈리아(20석)·독일(30석)의 경우 의정 정수로 대비했을 때는 3%∼5% 수준으로 우리 국회의 6.7%보다 오히려 낮다.

이같은 외국 사례 등을 근거로 비교섭단체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교섭단체 요건에 대해서는 5석(민주노동당), 요건 폐지(민주당) 등으로 각각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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