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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보 내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의 생각은 결론을 내기 전에 이어지는 추관의 보고 때문에 끊겼다.
“담천의란 자가 내력을 알 수 없는 인물 두 명과 함께 새벽에 신검산장으로 들어왔습니다.”
“담천의…? 그러니까… 아… 그 초혼령을 가지고 있었다는 아이 말인가? 장안루에서 당일기하고 투탁 거렸다는 아이…?“
“그렇습니다. 바로 그 자입니다.”
“그 아이가 무슨 일로?”
사실 대답을 들으려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기이한 느낌이 들어 물어 본 것뿐이었다.
“기이한 것은 풍철영의 태도입니다. 마치 자식이나 동생을 대하듯 막역한 사이로 보입니다. 그의 거처는 내원에 있는 청풍헌(靑風軒)으로 풍철한이 머물던 곳입니다. 또한 그와 같이 온 두 명은 사라져서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육능풍은 다시 또 고개를 흔들거렸다. 지금 무언가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을 철혈보만이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반당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수하의 죽음에서 보여주는 풍철영은 무섭고도 치밀한 자다. 그런 자가 어떻게 무림에 그저 평범한 인물로 알려졌을까?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욕구가 있다. 풍철영 같이 돈이 있고, 능력이 있는 자라면 능히 명예나 힘에 대한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지금까지 내비치지 않고 살아왔다면 정말 무서운 자다.
“풍철영이 내일 저녁을 같이 하자고 했다지?”
“예의상 청했는지, 다른 뜻이 있는 것인지 속하로서는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머물고 있는 사람 모두 참석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육능풍은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움직여야 할 시기였다. 더 이상 그에게 끌려 다녀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했다. 더구나 어차피 직접 만나 봤으면 하고 바라던 터였다.
“예물은 무엇이 좋을까?”
어차피 신세를 지고 있는 입장은 그들이었다. 그것에 대한 보답은 해야 했다.
“준비하겠습니다.”
하지만 자꾸만 수하의 시신이 눈에 걸리고 있었다. 물론 철혈보에 들어와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면 아무리 중한 손님의 일행이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는 이해는 했지만 당한 입장에서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친구는 형제에 대한 예우를 갖추어 처리해 줄 수 있겠나?”
육능풍의 말투에는 신경질적인 짜증이 묻어 나왔다. 계산되지 않은 변수는 항상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그래서 언제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신중하게 생각했지만 이렇듯 가끔 곤혹스럽게 하는 일이 터지곤 한다. 하지만 그것만을 탓하는 것은 바보나 할 일이다. 이제 그 변수까지 나타났다면 앞으로 펼쳐질 일은 그의 계획 하에 움직여야 한다.
추관은 고개를 숙였다. 형제에 대한 예우는 언제나 철혈보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의 장례부터 그의 가족에 대한 배려까지… 철혈보는 철혈보를 위해 죽은 자라면 아무리 하찮은 신분이었다 하더라도 결코 홀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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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류(飛流)와 암와(巖蛙)는 남수로 만든 관을 들고 해시(亥時) 초입에 운봉소축에 무사히 당도할 수 있었다. 주위에 혹시나 흑요가 남겨놓은 밀마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발견된 것은 없었다. 그녀를 만나보지 못한지 벌써 사흘이 넘었다.
“하나 뿐 이더냐?”
섭장천의 물음에 두 남녀는 고개를 숙였다. 탓하는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는 그들의 뇌리 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습니다. 노야.”
왜 하나만 있을까? 그렇다면 풍철한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말이다. 광지 일행 속에 괴의 갈유가 끼어 있었다는 사실도 그가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가 살아 있다면 더욱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한다. 그가 입을 열면 더욱 일이 급박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필요한 그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흑요는?”
“속하들은 사흘 동안 지하 석실을 샅샅이 조사했습니다.”
흑요의 밀마는 이틀 동안 없었다. 이미 누군가가 가로챘을 가능성도 있었다. 일곱 조각으로 분리된 균달의 시신은 그들이 확인한 이후 언제 치워졌는지 모르는 가운데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이 흑요가 밀마를 남겨두기로 한 매화나무 아래였다. 섭장천은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옆에 있는 정소청에게 물었다.
“자네는 이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 것 같은가?”
정운학(程雲鶴)의 얼굴이 굳었다. 이미 섭노야의 물음은 이 안에 그들이 원하는 물건(?)이 들어 있지 않다는 의미를 풍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풍철영은 왜 지하석실에 관을 놓아 둔 것일까? 혹시 빈 관이 아닐까? 하지만 비류와 암와는 빈 관을 구분하지 못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모르겠습니다.”
대답을 하면서 정운학은 섭장천의 얼굴에 불길한 기색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섭노야는 무엇을 생각하는 것일까? 의혹스러운 것은 비류와 암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스스로 무엇을 실수했는지 생각했다. 특별히 실수한 일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정운학이 비류에게 말했다.
“열어라.”
비류는 세심하게 만들어 놓은 관을 훼손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쇠못과는 달리 나무못은 한번 박히면 뽑기 어렵다. 비류는 자신의 품속에서 작고 얇은 소도를 꺼내 뚜껑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흠 하나 없이 관뚜껑을 분리하는 그의 솜씨는 그 어느 곳일지라도 못 들어갈 곳이 없다는 그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
관뚜껑이 분리되고 조심스럽게 열자 그 안을 바라 본 모든 사람은 한 순간에 얼어붙었다. 관뚜껑을 내려놓던 비류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섬뜩한 기운이 등골을 타고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흑요?”
그녀는 웃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나신(裸身)이었으며 언제나 쓰고 있던 두건까지도 벗겨져 있었다. 미색(美色)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밉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군살 하나 없이 매끄러웠고 굴곡이 선연했다. 체모만 아니라면 창백한 그녀의 시신은 돌을 깎아 만든 석상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섭장천은 또 다시 구역질이 나는 것을 느꼈다. 목까지 치밀어 오른 위액이 그의 목을 아리게 하였다. 비류와 암와가 가져 온 관을 보면서 이미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막상 이렇게 드러나자 그 조차도 일순간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비류와 암와는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종적이 발견되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이미 빠짐없이 노출되었고, 그들은 이 관에 누여져 있는 흑요와 같이 되었어야 당연했다. 그들을 살려 둔 것은 이 관을 이곳까지 가져오라고 놔 둔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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