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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 봐라! 저 자가 한초관을 베었다!”

병사들은 동요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한기원을 구하기 위해 김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군율을 어기는 자들은 가차 없이 베어라!”

비장과 두 명의 사내가 칼을 들고서는 달려오는 병사들을 날렵한 솜씨로 베어 버렸다. 병사들은 아연질색, 우두커니 그 장면을 바라보며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어서 적을 쳐라! 뒤로 물러서면 죽을 것이오, 적을 무찌르면 큰 상을 받을 것 이니라!”

병사들은 내키지 않은 발걸음으로 청나라 진지로 몰려나갔지만 그곳은 텅 빈 채 말과 소, 양이 고삐가 풀린 채 풀려 뛰어 다니고 있었다.

“적이 없다면 가축이라도 사로잡아 성으로 가져가자!”

병사들만 앞세운 체 뒤에 있다가 적이 보이지 않자 안도하며 내려온 장수들의 명령에 병사들은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건 오랑캐들의 간교한 속임수임에 틀림없습니다. 서둘러 물러나야 합니다!”
“시끄럽다! 네놈들이 뭘 안다고 그러느냐! 어서 가축을 몰아 성으로 들어가자!”

병사들은 서둘러 빠져나가자는 심산에서 이리저리 흩어져 가축들을 몰고 나가기 시작했고 이는 청의 장수들이 바라던 바였다. 좌측에서 청군의 화살이 쏟아지고 우측에서 기병이 짓쳐오기 시작했다.

“총! 총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자!”

당황한 조선군은 몰고 가던 가축은 나둔 채 흩어져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청나라 병사들은 무방비 상태의 조선군을 이리 치고 저리 치며 살육하기 시작했다. 겨우 언덕으로 올라선 조선군은 총을 들고 언덕을 올라오는 청군을 향해 산발적으로 발포했지만 곧 화약이 턱도 없이 모자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화약은 어디 있는 거야!”

병사들의 외침에 시루떡이 김류가 화약을 조금밖에 배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뒤를 보았지만 이미 김류와 여러 제장들은 성안으로 후퇴하고 있었다. 시루떡은 총을 거꾸로 잡고 달려오는 청군을 후려치며 속으로 소리쳤다.

‘장초관! 장초관이 있었다면!’

순간 시루떡은 어깨 쪽에 뜨끔함을 느끼며 그대로 땅에 주저앉았다. 청군의 화살을 맞은 것이었다. 그런 시루떡에게 청의 병사가 달려와 칼로 목을 찍으려는 찰나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병사는 쓰러져 버렸다. 운이 좋게도 누군가가 남은 화약을 재어 넣고 총을 쏴 시루떡을 구한 것이었다.

“어서 이리 오시게!”

도처에서 조선군의 비명소리와 청군의 고함소리가 뒤섞긴 가운데 시루떡은 다른 이의 부축을 받아 성안에 들어설 수 있었다. 성 위에 올라선 김류는 조선군의 처참한 패배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패한 것은 안타까우나 골치 아픈 놈들을 오랑캐들이 대신 없애버리는구나.’

김류는 속으로 자신의 말을 곱씹으며 입가에 지긋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근처에서 협수사 유백증이 이런 김류를 분노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여기 일은 끝났으니 난 이제 그 놈을 잡으러 간다우! 안첨지에게 한 몫 톡톡히 챙겨놓으라고 말 하라우.”

어느 새인가 김류의 곁에 있었던 비장과 두 사내는 전장을 뒤로 한 채 몸을 빼내어 숨기며 다음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 그 비장은 다름 아닌 이진걸이었다.

“그 놈이 이미 멀리 갔을 터인데 잡을 수 있겠습니까?”

이진걸은 히죽 웃으며 칼을 빼어들어 상태를 보았다.

“그 놈이래 오랑캐들에게 쫓겨 간지도 모르고 충청감사를 찾아 헤매고 있을기야. 산을 넘어 길을 막아선다면 지 놈이 어드래 날 피하갔어? 일단 암문으로 성안에 들어가 몸이나 추스르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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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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