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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 비주류 성향의 학자에게 창립 19주년을 맞은 LG경제연구원은 여전히 높은 벽이었다. 일방적인 성향의 패널을 불러놓고 자화자찬하는 데에는 너그러웠지만 비주류의 반론에는 인색했다. 12일 오후 서울 플라자호텔 별관에서 개최된 LG경제연구원 창립 19주년 세미나에는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 이성용 베인&컴퍼니 한국지사 대표가 패널로 초청됐다. 소위 상류층과 주류를 대표하는 관료와 학자들이다. LG경제연구원쪽 연구원들의 발제가 끝난 뒤 이어진 토론에서 이들은 규제완화와 경쟁강화, 전면적 대외개방 등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론을 설파하며 주류경제학의 '비교우위'를 적극 과시했다. 송병락 교수 "미국은 대국, 강대국, 초강대국 가운데 초강대국" 첫 테이프는 '친재벌 논객'으로 알려진 송병락 교수가 끊었다. 좌파세력에 대한 반격으로 말문을 연 그는 "한국사회는 전투사회고 미국사회는 전략사회"라고 규정한 뒤 "투쟁만 하려하는 사회주의로는 (미국같은) 전략사회를 당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대국, 강대국, 초강대국 가운데 초강대국"이라고 한껏 미국을 치켜세우고는 "미국의 비전은 생명, 자유, 행복인데 이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미국을 물러가라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도 했다. 송 교수는 "일본 도요타의 경우 노조도 없고 사외이사도 없고 출자총액제도 없고 변호사도 없다"면서 "세계 1등을 하는 우리 기업의 얘기를 듣고 규제를 막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반기업정서 세계 1위"라는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박병원 차관보도 성토대열에 가세했다. 박 차관보는 먼저 "왜 수십억불어치를 써가면서 해외에 유학을 가겠느냐"고 반문하며 교육부의 교육정책을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교육을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라며 교육개방 반대론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파워엘리트가 IT강국을 주도했다는 논지를 펴며 파워엘리트 양성론을 주장했다. 이성용 베인&컴퍼니 한국지사 대표 "100년을 내다본다면 한국어는 경쟁력이 없다" 예민한 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우리 경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동전을 뒤집어 보면 고급화"라며 "하지만 고급화에 대한 국민들의 광범위한 거부감이 있다"고 국민정서를 문제삼았다. 특히 그는 재경부가 사치재의 특별소비세 부과 완전 철폐 법안을 냈다가 국회에서 수정된 사례를 들며 "국민의 여론에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고급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세번째 토론에 나선 이성용 베인&컴퍼니 한국지사 대표는 한술 더 떴다. 미 하버드대 MBA를 거쳤다는 사회자의 소개를 받은 이 대표는 "한국에서 서비스산업이 잘 육성되지 않는 것은 언어 문제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영어공용화론을 들먹였다. 그는 만약 공용화론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의 IT·서비스산업은 "국제시장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100년을 내다본다면 한국어는 경쟁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발언 시작한 방청객 반대토론자 이 대표의 토론발언이 마무리될 즈음, 한 방청객이 반론을 요구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을 강철승 중앙대 교수라고 소개한 이 방청객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송병락 교수의 반기업정서 발언을 집중 반박했다. "반기업 정서를 자꾸 이야기하는데 기업들의 자기 실수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포문을 연 강 교수는 "삼성·LG·현대 등 대기업들은 불법대선자금을 제공했고 회계투명성, 집단소송제 등도 반대했다"며 재벌들의 근본적 반성을 촉구했다. 박병원 차관보를 향해서도 "서비스업을 살려야 한다고 하는데 금융산업이 서비스산업의 주축"이라며 "신불자를 양산한 것은 LG카드나 삼성·비씨카드 등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왜 언급이 없느냐"고 되물었다. 강 교수로부터 '의외의' 질문을 받은 토론자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때문인지 사회를 맡은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은 강 교수의 발언을 제지하기 시작했고, 강 교수는 "반대쪽 얘기는 듣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계속 반론을 이어갔다. 이 원장이 또다시 "이제 그만하라"며 발언권을 뺏으려 들자 강 교수는 테이블 위로 책자를 내려치며 한층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장내 방청객들이 동요할 조짐을 보이자 이 원장은 서둘러 세미나의 종료를 선언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결국 이날 주류학자들의 세미나는 강 교수라는 '비주류 복병'을 만나 서둘러 끝을 맺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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