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지의 제왕>에는 전쟁 때문에 나무를 마구 베어내는 장면이 있다. 이에 격분한 나무들이 힘을 합해 홍수를 일으켜 사람을 구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자연과 사람의 관계가 어떠한지, 나무가 없는 자연이 어떠한지를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길에는 <나무, 그 품에 안기다>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작년에 이어 환경재단 그린페스티벌이 주최하는 세 번째 환경사진전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의 도시와 환경 사진전>에 관한 사진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초록의 나무세계를 4월 24일까지 볼 수 있다.
나무 한 그루, 두 그루가 모여서 이루어지는 숲은 많은 역할을 한다. 말없이 묵묵히 서 있는 나무, 그 나무들이 모여진 숲은 말없이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물과 곤충에게는 서식처로서, 먹이생산의 공간으로서, 또 비가 오면 산사태를 막아주기도 한다.
전시된 대형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자연에, 숲에, 나무에 참으로 부끄러웠다. 지난 식목일에 강원도 양양과 고성 일대를 태웠던 대형산불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어서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어린시절 뒷산의 나무들이었다.
어린 시절, 나뭇잎을 모아 인디언 놀이도 하고 뒷산의 나무 사이로 뛰어다니기도 했다. 졸졸 흐르는 물에서 돌멩이를 가만히 들추어내어 그 속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아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왠지 무서워 깊이 들어가진 못했다. 숲의 언저리에서 놀면서 숲을 바라보기만 했던 것. 나무 주변의 촉촉한 흙과 햇볕에 드러난 메마른 흙을 섞어 놀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아이들은 아파트와 콘크리트 속에서 살아 놀이터 이외에 그 어느 곳에서도 흙을 만져볼 기회를 얻지 못한다. 아이들이 나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경우는 집안에서 키우는 화분이나 길거리의 가로수 정도이다.
잘 가꾸어진 숲이 탄산가스를 흡수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름다운 숲 속 길을 걸으려면 계획을 세워 차를 타고 시외로 나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보다 더 많이 그리고 가깝게 나무와 만날 수 있도록 우리는 앞으로 나무를 계속 심고 잘 가꾸어야 할 것이다.
이 사진전에 참여한 작가는 16명. 우리나라 작가로는 배병우, 오상조, 김선규, 성남훈, 조성수, 양종훈등이 참여하였으며 외국인으로는 프란스 랜팅, 파스칼 메트로, 션 커난, 해리 그뤼아트 등이 참여하였다. 이들의 작품 총 84여점은 길거리인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 전시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국정넷포터와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