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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날은 아이들 학교에 과학의 날 행사가 있어서 딸아이는 과학상자를, 아들은 동력기 재료를 가지고 등교를 했지요.
며칠 전부터 과학상자 조립을 해 본 딸아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재료만을 선별하여 가져갔기 때문에 시간 안에 작품을 만들어 제출했노라고 기분 좋게 말하며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위층 사는 이가 아이들 하교시간까지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아 위층 아이들이 먼저 우리집 현관문을 열었고 그 뒤로 우리 딸아이가 들어왔기에 아이의 얼굴을 찬찬히 볼 시간도 없었지만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아이에게 무언가 없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후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 모여 앉아 게임을 한참 동안 했습니다.
드디어 위층 아이들이 돌아갔고 아들과 딸에게 이것저것 공부해야 할 것들을 일러주는데 그날따라 딸아이는 신경이 무척 날카로웠습니다.
"엄마, 제발 이거해라, 저거해라 말하지 마세요. 학교에서 안경도 잃어버렸단 말이에요."
"어? 그러고 보니 안경이 정말 없네. 진수야, 누나 학교에서 올 때부터 정말 안경이 없었던 거니?"
"아까부터 누나 안경이 없었잖아. 엄마는 그것도 못 봤어? 정말 덜렁이 엄마!"
둘째에게 이런 핀잔을 듣고 있는 사이에 딸아이는 눈물까지 뚝뚝 떨어뜨립니다.
"그래, 어쩌다 안경을 잃어버렸니? 안경이야 다시 맞추면 되는 거니까 눈물 닦고 사실대로 말해보렴."
"누가 가져갔는지도 모르겠어요. 과학의 날 행사 조립을 내가 제일 먼저 마치고 조립한 것을 5학년 5반 교실에 가져다주고 나서 아이들이 헬리콥터 날리는 걸 지켜보고 있는데 어떤 애가 내 뒤에서 안경을 빼간 거예요. 내가 '내 안경, 내 안경!'하고 외쳐도 아무도 관심이 없고 아이들은 노느라 바빴어요."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그랬니. 안경이야 다시 맞추면 되는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채홍아. 그래도 다행이다. 만약 그러다가 눈이라도 다쳤더라면 어쩔 뻔했니? 그래도 비싼 인공와우 기계(청각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주어 손상되거나 상실된 유모세포의 기능을 대행하는 전기적 장치)를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
딸아이는 그 일로 많이 당황했던 모양입니다. 자신의 상황을 잘 설명할 줄도 알고 자신의 장애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말하면서 양해를 구할 줄도 아는 아이이기에 저 또한 많이 당황했습니다.
저는 딸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급해서 토요일 오후라는 것도 잊은 채 학교에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안 됩니다. 담임선생님 전화번호도 모르는지라 할 수 없이 월요일에 전화를 하기로 마음먹으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방심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가 청각장애를 이기고 학교생활을 잘 한다고 생각해 내심 우리아이를 자랑스러워했으니까요.
드디어 월요일이 됐고 학교로 직접 찾아가 말씀드릴까도 생각해 봤지만 너무 유난떠는 것 같아서 교무실로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담임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었던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무회의에서 아이들에게 주지시켜 주길 바랐습니다. 누가 벗겨갔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흘이나 지난 안경이 주인에게 돌아올 리는 만무하고 다음에 더 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고 싶어서 선생님께 말씀드린 것입니다.
"선생님, 이왕 잃어버린 안경이야 어쩔 수 없지만 너무 위험한 일이 벌어진 거니까 교무회의 때 다른 학년 다른 반 선생님들께도 말씀하셔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안 그래도 오늘 월요일이어서 교무회의가 있거든요. 제가 교무회의 때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 이제 닷새가 되었고 선생님께서 아신 지는 사흘이 되었지만 아직 아이들에게 주의사항이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허다한 일들 중에 경미한 어떤 일이었기 때문일까요? 눈을 다치게 된다든가 인공와우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때는 너무 늦은 일이 되지는 않을까요? 아직 철부지인 아이들이 저지른 일이지만 선생님의 주의사항 한마디로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특정학교 또는 선생님들께 누를 끼치고자 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냥 이런 일도 있더라는 참고 사항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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