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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휴 畵, <배암 나오라> 종이에 담채 66x127cm 1969
성재휴 畵, <배암 나오라> 종이에 담채 66x127cm 1969
마침내 엄마 개구리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의 맘을 되돌리기 위한 최후의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아들을 불러 앉혀 놓고 유언을 하기로 한 것 입니다. 말이 좋아서 유언이지 그건 일종의 압박이었습니다.

"얘야, 엄마가 죽으면 언덕에 묻지 말고 저 강가에 묻어다오" 이렇게 말하면 아들 개구리가 "엄마, 내가 잘못했어요. 앞으로는 엄마 말 잘 들을게요" 이렇게 나올 줄로 생각한 것이지요. 그러나 무심한 아들은 이렇게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게 엄마의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드릴게요" 엄마 개구리는 복장이 터져 거의 미칠 뻔 했습니다.

"이 녀석이 정말 내 속으로 난 놈 맞아?"

으이그, 이 녀석아!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참말로 회초리가 운다, 회초리가 울어. 마침내 걷잡을 수 없는 心火가 엄마 개구리의 온몸에 퍼지고...숨을 거두기 전 엄마 개구리는 다시 한번 자신의 유언을 청개구리에게 확인시키며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얘야, 날 언덕에 묻지 말고 저 강가에 묻어다오."

엄마 개구리는 아마도 속판으로는 양지바른 언덕에 묻히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아들 청개구리를 불신한 나머지 강가에 묻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지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자 청개구리는 엄마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엄마 주검 앞에서 눈물로 뉘우치고 또 뉘우쳤습니다.

"엄마 잘못했어요. 이젠 머리에 염색도 안하고 무스도 안 바를게요. 하지만 엄마도 내가 또 말을 안 들을 거라는 편견이나 예단은 버렸어야 했어요!"

청개구리는 엄마의 유언에 따라 엄마를 강가에 묻어드렸습니다. 비가 올 때마다 강이 마구 넘쳐 흘렀습니다. 아들 개구리는 엄마 무덤이 걱정되었습니다. 홍수에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가면 어떡하나?

"비야 비야 오지 마라.우리 엄마 무덤이 떠내려간단다."

세월이 흘러서 아들 청개구리도 어느덧 중년이 되었습니다. 엄마의 무덤을 더 이상 강가에 둘 수 없어 양지바른 언덕으로 이장한 아들 청개구리는 회상에 잠겼습니다.

내가 어린 날에 왜 그렇게 엄마 말을 안 들었을까. 내 생긴대로 산다는 것, 내 개성대로 산다는 것이 왜 그렇게 엄마를 힘들게 했던 것일까. 청개구리는 획일화되고 규격화되고 통제화된 이런 사회에서 리버럴리스트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어느덧 서산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삶이란 얼마나 외경스러운 것인가. 장엄한 노을이 청개구리의 마음을 가만히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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