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장수풍뎅이, 넓적사슴벌레, 왕사슴벌레, 홍다리사슴벌레 등 딱정벌레류가 알→애벌레→번데기→성충으로 커가는 성장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진 곤충체험장이다.
나비와 함께 상수리나무나 졸참나무에서 수액을 빨아먹는 자연상태에서의 생활상까지 직접 만져보고 관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왕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를 잡아 손에 들고 마냥 즐거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린 날의 나를 연상케 한다.
우리 고향 뒷산 졸참나무 숲에는 왕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었는데 여름이면 사슴벌레나 풍뎅이를 잡아다가 실로 묶어 날려보기도 하며 놀았었다.
제2전시실을 나와 제 1전시실로 들어서면 대전대학교 생명과학과와 남상호 교수(한국곤충학회장, 한국생태학회부회장) 등이 40여년간 채집한 30만점의 소장품 가운데 어린이 학습용으로 엄선한 500여종 5천 개체의 곤충건조표본이 사람들을 맞이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군에 속하는 상제나비, 붉은점모시나비, 꼬마잠자리, 물장군, 소똥구리 등 사라져가는 토종곤충과 함께 메뚜기류 등 식용곤충, 한약제로 쓰이는 바퀴류와 자양강장제로 사육되는 풍뎅이류와 땅강아지류, 애완곤충으로 길러지는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 반딧불이류, 화분매개곤충으로 역할하는 가위벌류 등 미래에 상업적 부가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곤충들도 두루 전시되고 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나비와 곤충 표본으로 만든 '생명과 곤충대탐험전'이라는 글씨다. 나비와 곤충을 배열해서 만든 글씨가 매우 아름다웠다. 표본으로 쓴 글씨를 일별하고나면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된다. 먼저 상제나비, 붉은점모시나비, 꼬마잠자리, 물장군, 소똥구리 등 토종 곤충들이 자태를 드러낸다.
흰나비과에 속하는 상제나비는 숲 가장자리나 인가 주변에 사는 나비다. 몸은 검으나 회백색 털로 덮여 있어 희게 보인다. 날개는 희고 바깥선두리는 흑색이다. 수컷의 더듬이는 끝만 황색이나 암컷은 절반 가량이 황색이다. 흰옷을 입은 상제처럼 생겼다 해서 상제나비라 이름붙인 모양이다. 희귀종에 속하는 나비의 하나다.
다음으로 만나는 건 멸종위기에 처해있어 보호대상이기도 한 붉은점모시나비이다. 호랑나비과에 속하는 붉은점모시나비는 기린초 및 엉겅퀴 군락에 모여 산다.
붉은점모시나비의 경우 애벌레 상태에서 기린초를 먹이로 삼고 성충으로 자란 후 엉겅퀴를 밀원식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붉은점모시나비의 번식을 위하여 강원도 집단 서식지의 엉겅퀴와 기린초의 채취를 금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배 길이 약 46∼50mm, 뒷날개길이 40∼43mm 정도인 검은 물잠자리는 수컷의 경우 날개는 검은색, 가슴과 배는 청록색으로 금속 광택이 나며, 암컷의 경우에는 날개는 옅은 흑갈색, 가슴과 배는 흑갈색으로 광택은 나지 않는다. 암수 모두 날개의 가두리 무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고생대 시절부터 지구의 하늘을 날아온 곤충답게 잠자리의 영어 이름은 'dragonfly'다. 용파리. 어렸을 적 개울을 따라가면 검은 물잠자리떼의 군무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잠자리 혹은 잠자리채를 빼놓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애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잠자리들도 절멸의 위기에 놓인 종들이 적지 않다. 유충들이 살 수 있는 맑은 물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들판이나 숲의 가장자리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왕사마귀는 몸길이가 70∼95mm로 사마귀보다 약간 크다. 유충일 때는 진딧물과 같은 작은 곤충을 잡아먹다가 점차 자라면서 힘이 강해지면 나뭇가지나 잡초 위에서 숨어 있다가 메뚜기·나비·매미·벌 등 곤충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늦가을에 거품 같은 분비물인 알집에 싸인 알을 낳는데, 이 알집이 공기 중에서 굳어진 상태로 월동한다. 어렸을 적엔 이 왕사마귀도 잡아서 놀곤 했었다.
말로만 듣던 곤충을 직접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박각시가 바로 그런 곤충에 속한다.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다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한울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 백석의 시 '박각시 오는 저녁' 전문
시골의 정답던 여름 저녁 풍경이 눈에 삼삼하게 떠오른다. 체험이나 혹은 직접 사물과 부딪친다는 것은 관념에 의미를 불어넣는 작업이기도 하다. 아마도 내가 만일 박각시를 직접 보지 않았다면 백석의 시 한 구절은 한낱 관념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안 또는 바깥의 나무껍질 속에 사는 집바퀴는 왕바퀴과의 곤충이다. 몸길이 20∼25mm로 크기는 중형이며 바퀴보다 크다. 몸 빛깔은 검은색 또는 검은빛을 띤 갈색이다. 더듬이는 실 모양이다. 수컷은 약간 가늘고 날개가 발달해 배 끝보다도 길게 나 있으며 끝이 넓고 둥글다. 암컷은 몸이 약간 통통하고 날개가 아주 짧아서 배의 반만 덮고 있다.
집안 곳곳에 숨어 집단 서식하는 곤충인 바퀴벌레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골치거리다. 이제 완벽하게 다 죽였다 싶으면 어느 새 다시 살아나오는 그 끈질긴 생명력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화석으로 짐작할 수 있는 바퀴벌레의 역사는 무려 1억 5천만년 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니 어쩌면 기껏해야 진화의 역사 불과 백만년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 저 오래 진화의 내력을 가진 곤충을 박멸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먹바퀴, 이질바퀴 왕바퀴 잔날개바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곤충이 소금쟁이다. 마치 스케이트 타듯 물 위를 자유롭게 돌아 다니는 소금쟁이를 검정고무신로 건져 물 채 담아들고 집에 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금쟁이는 몸이 가벼운 데다 다리 끝에 난 잔털 사이에는 기름기가 묻어 있고 또 공기가 들어 있어서 물 위에 잘 뜰 수 있다. 만일 물에다 비눗물을 풀면 잔털 사이에 있는 기름기가 녹아서 소금쟁이는 가라앉고 만다.
건드리면 죽은 시늉을 하는 장구애비도 빼놓을 수 없다. 하천이나 저수지 등 수면의 흐름이 적은 곳에 많으며, 맑은 물보다는 바닥에 낙엽이나 나뭇가지 등이 있는 고인 물을 더 좋아한다. 숨 쉴 때는 수면 가까이로 올라와 호흡기를 물 밖으로 내놓는다. 대개 작은 물고기나 올챙이 등의 체액을 빨아먹는다.
내가 인제
나븨 같이
죽겠기로
나븨 같이
날라왔다
검정 비단
네 옷 가에
앉았다가
窓 훤 하니
날라 간다
- 정지용 시 '나비' <文藝(문예)>,1950
정지용 시 '나비'에 등장하는 나비는 유리창나비로 추측된다. 유리창나비란 이름은 앞날개 끝 부근에 있는 투명하 막질의 타원형무늬에서 유래한다. 앞날개의 길이는 32~35mm인데 앞 ·뒷날개 모두 주황갈색 바탕에 큰 검정무늬가 있다. 수컷은 활발하게 날아다니나 암컷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유충은 풍게나무 ·팽나무를 먹으며 번데기로 월동한다.
전시장의 맨 끝에는 타이완 나비 표본들이 모여 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대만산 아틀라스 나방이다. 날개 길이만 20㎝가 넘는 세계 최대 크기의 나방이다. 이렇게 큰 나비나 곤충들은 덫을 놓고 빛을 이용해 유인해 포획한다고 한다.
전시를 주관하고 있는 대전대 생명과학과 남상호 교수는 "지구상의 동물 가운데 80% 이상을 차지하는 곤충이 4억년 전부터 존재해 온 생명체인데 반해, 인간의 역사는 200만 년에 불과하다. 이는 대자연의 극히 일부분이며, 곤충보다 더 일찍 멸망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라는 점을 미래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곤충을 그저 징그러운 벌레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함께 공존공생하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자원임을 일깨우고, 자연의 신비로움을 체험하는 산교육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표본 개체의 과명, 학명, 등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자세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다.
'인간과 곤충'이란 주제로 4월 15일부터 시작해서 6월 19일까지 열 예정인 이번 전시회는 아이들에게 우리 주변의 다양한 곤충을 소개하고, 또 이들 곤충의 신비로움을 알고 곤충과 우리 인간이 공존해야만 하는 이유를 체득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덤으로 사랑제비나비, 붉은 점 모시나비 등 우리말로 붙여진 나비의 이름들이 아이들의 정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