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2월인가요? 어느 선원에 들어가서 용맹정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주 맹렬하게 정진을 했습니다. 전심전력을 다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절박한 마음으로 내 존재의 근원을 향해 파고들었던 순간입니다. 독특한 체험이었습니다. 간화선 공부를 한 것입니다.
하루 15-16 시간을 꼿꼿하게 가부좌하고 앉아 혼신의 힘을 모았습니다. 8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내 존재의 실체가 어른거렸습니다. 측은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나흘째부터 불쑥불쑥 뒤집어지는 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반가움과 당혹스러움이 범벅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8일째는 매우 다른 날이었습니다. 초각을 이루었다고 주변에서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껄떡지근한 게 남았습니다. 뭔가 목구멍에 걸린 듯 했습니다만 이 만큼 다다른 것도 감사하게 받아들였던 기억입니다.
오늘 우편물이 왔습니다. 가르침을 주셨던 스님이 지어주신 법명입니다.
목암(牧庵).
친필로 쓰시고 낙인까지 찍어 보내셨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깊은 산속 암자지기 하면서 살라는 말일까? 내 마음 살림에 암자 하나 지으라는 걸까요? 더 이상 못된 짓 그만하고 산속에 초막하나 짓고 살라는 말일까요? 산 깊고 물 맑은 심산유곡처럼 늘 맑고 소박하게 마음 다스리라는 말일까요?
법명이 마음에 듭니다. 법명이 이렇게 올 줄 몰랐습니다. 공부가 끝나고 한 달 후에 법명을 주신다기에 저는 정해 준 날에 먼 길을 갔었는데 스님이 너무 바쁘셔서 안 주셨습니다. 오늘 이렇게 뜻하지 않은 감동으로 받으라고 그랬나 봅니다.
한지에 묵직하게 쓴 법명이 혹여 구겨질까 두꺼운 골판지에 넣어 우편봉투에 이중으로 봉해 보내왔습니다.
목암(牧庵) .
읽을 때의 음색이 마음에 듭니다.
목암(牧庵) .
들여다볼수록 차분한 뜻이 새겨집니다.
다소곳하고 무게 중심이 잡히는 기분입니다.
이런 날 누가 한 잔 하자고 하면 금주령을 잠시 풀고 한 잔 하고 싶습니다.
근데 좀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 우편물이 보면 볼수록 심상치가 않습니다. 의단(疑團ㆍ의심 덩어리)을 뿌리 채 뽑아내라는 남의 생의 과제물을 받은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