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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이게 뭐예요. 돈은 아닌 것 같고 관광 상품권, 이거 어디다 쓰는 거예요?"
"이거요? 이 걸로 놀이동산도 갈 수 있고,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가서 물건도 살 수 있고, 음식점에 가서 외식도 할 수 있고, 미장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럼 돈이나 마찬가지군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거 주는 건데요."
"시청자퀴즈에 응모하면 추첨해서 주는 거예요. 그런데 당첨되기가 아주 힘들어요. 작년에도 한 번 당첨 되었는데 그때도 응모한 지 7개월만에 당첨이 되었고, 이번엔 거의 1년만에 이렇게 당첨이 된 거예요. 끈질기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이렇게 당첨도 되니까 아저씨도 한번 해보세요."
아저씨는 빳빳한 35장의 상품권을 몇 번이나 만져보더니 못내 아쉬운 듯 미련어린 눈길을 제게 남겨두곤 오토바이를 타고 뿌연 황사 속으로 휑하니 사라졌습니다.
만 원 권으로 서른다섯 장이나 되는 관광 상품권! 그건 KBS '도전지구탐험대'라는 프로의 시청자퀴즈에 응모를 했다가 운 좋게도 당첨이 되어서 그 선물로 제게 온 것이었습니다.
작년 4월경에도 한번 받았으니, 꼭 일 년만에 다시 당첨이 되었던 것입니다. 처음 그 상품권을 받아들었을 때, 아니 TV화면 당첨자 명단에서 제 아이디를 확인하는 순간, 정말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쾌감을 느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그 달콤한 늦잠도 마다하고 TV 앞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을 했습니다. 그리곤 맨 마지막에 나오는 퀴즈에 응모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응모만 계속될 뿐 당첨의 기회는 7개월이 다 되 가도록 제게 찾아오지 않더군요. 하지만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을 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끈질기게 응모를 하였습니다. 결국 퀴즈에 응모한 지 장장 7개월만에 당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만 원권으로 30장의 관광 상품권이 우송되어 왔더군요.
그 상품권을 처음 손에 받아 들었을 땐 단순히 관광하는 데만 사용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용처를…. 작년 8월. 부산 사는 동생네가 쌍둥이 조카들을 데리고 여름휴가를 왔을 때 저는 누나로서 또 고모로서 아주 의기양양하게 한턱 크게 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 상품권으로 용인 에버랜드를 갔었습니다. 입장료에서부터 안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놀이기구 타는 것까지 또 맛있는 간식까지. 그날 두 쌍둥이들과 제 딸아이는 더운 줄도 모르고 아주 신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쓰고도 몇 장이 남았습니다. 그건 바로 딸아이가 미장원갈 때마다 한 장씩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달까지. 미장원에서는 만 원 권 한 장을 주면 오히려 2000원을 거슬러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일 년만에 또 이렇게 당첨이 되어 작년보다 오만원이 더 늘어난 자그마치 35만원어치의 관광 상품권이 우송되어 온 것입니다.
시청자퀴즈! 그건 제 평범한 일상에 뜻하지 않은 깜짝 보너스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저는 시청자퀴즈가 있는 프로는 거의 다 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결과 MP3, 백화점 상품권, 문화상품권, 29인치 완전 평면 TV,밀폐용기 세트, 식기건조기, 식품건조기, 화장품 세트. 이렇게 나열해보니 지난 일 년간 꽤 많은 상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일 년이 훌쩍 넘도록 응모를 하고도 아직 당첨이 한 번도 안 된 프로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응모하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당첨의 행운이 깜짝 보너스가 되어 제게 짜릿한 행복으로 덮쳐올 테니까요. 어차피 보는 TV. TV도 보고 상품도 타고 바로 그것이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