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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과 대학서열을 논하는 대학생천국의 토론게시판 댓글 내용. 입사원서 학력란철폐에 관한 댓글 찬반논의는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학벌과 대학서열을 논하는 대학생천국의 토론게시판 댓글 내용. 입사원서 학력란철폐에 관한 댓글 찬반논의는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 대학생천국
학력란철폐 반대, 찬반 논의는 팽팽

질문은 대학생천국 게시판 두 곳에서 이뤄졌다. 하나는 토론게시판을 활용해 학력란 철폐에 대한 찬반 댓글을 들어보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투표게시판을 이용해 사지선다형 선택을 하게끔 하는 것이었다.

토론게시판은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1일까지, 투표게시판은 지난 4월 9일부터 16일까지 이뤄진 답변을 종합했다.

댓글 형식으로 토론을 붙인 질문에서는 32개의 의견 중에서 학력란철폐 찬성이 26개, 반대가 6개로 집계됐다. 반면 객관식 사지선다형 질문에서는 95명이 답변을 한 가운데 학력란 철폐에 대한 찬성 29명, 반대 66명으로 조사됐다.

대학생들은 토론게시판과 투표게시판에서 학력란철폐에 대해 상반된 시각차를 보였다. 아이디로 의견을 남기는 토론게시판에서는 학력란철폐 의견이 압도적이었는데 비해, 아이디가 드러나지 않는 투표게시판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투표게시판의 의견이, 먼저 진행됐던 토론게시판의 학력란 철폐 찬성 의견과 상반되게 나오자 한 회원은 다음과 같이 분석하기도 했다.

"여긴 대천(대학생천국)...학벌이 꽤 상위권인 사람들이 많지. 사실 학벌 좋은 사람들에겐 (학력란이 철폐되는 것이) 좀 아쉬운(?) 일이잖아."(슬픈모습)

게시판에서 이뤄진 학력란 철폐에 대한 찬반논쟁은 팽팽했다.

“1. (학력란철폐) 학벌폐지론자는 아니다만 폐지가 옳다고 본다. 학력이 능력의 일부라면 분명 그 능력이라는 것의 포스(전체 평가)는 학벌이 아닌 다른 걸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오히려 수능 당일 몇점 차로 들어간 대학을 들먹이며 실력이 어쩌고 하는 게 우습지.”(차카게살고싶었어)

“1. 찬성-한국의 고질적인 사회병폐다. 이는 구세대에서 자연스레 신세대로 대물림 되었고 소위 명문대는 학벌사회를 공고히 하기 위해 무던한 애를 썼다. 일례로 ‘서울대입학=인생성공’이라는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몇십년을 지배했었다. 이제는 미약하나마 사회 곳곳에서 개혁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뽕브라단속반)

“2번(학력란존재) 반영해야 한다. 학력도 능력의 일부분이다. 그들은 고등학생 때도 성실히 공부했고, 좋은 대학교에 가서 양질의 수업을 받았다.”(P.A.I 07경영)

“2. 학력을 적지 않는다면 기 써서 좋은 대학 간 이유가 안 생긴다. 솔직히 학벌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이만큼 발전할 수 없었다.”(KoreaTiger)

“2. 학력란을 철폐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거 아닌가? 오히려 역차별일 것 같은데.”(GG!!!!!!!!!!)

대학생천국 조사결과는 한 가지 시사하는 점이 있다. 댓글을 남기며 적극적인 주장을 펼친 토론게시판에서는 학력란철폐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것에 비해 투표게시판의 결과는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결국 대학생들은 드러내 놓고 학력란철폐를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의 학력을 감안하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대학생천국 대학생들의  입사원서에서 학력기재란 철폐 관련 투표 결과. 대학생들은 학력은 능력의 일부라는데 많은 의견을 주었다.
대학생천국 대학생들의 입사원서에서 학력기재란 철폐 관련 투표 결과. 대학생들은 학력은 능력의 일부라는데 많은 의견을 주었다. ⓒ 대학생천국
오자환(20ㆍ광운대인문사회과학)군은 “학력란을 철폐하는 것에 반대한다. 학력은 개인노력의 산물이다”고 전제한 뒤 “학력란철폐는 대학서열화가 고착된 우리나라에선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학벌주의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난 50년 동안 너무나도 고착화 되었다”면서 대학 간 학력격차는 엄연히 존재하기에 학벌주의 타파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동인(20ㆍ부경대 산업시스템안전공학)군은 “학벌사회는 전형적인 관료주의 사회모습 중 하나”라고 학벌사회를 비판하며 “부경대의 경우 수능점수로는 국립대 상위에 위치하지만 신생ㆍ지방 대학이라는 한계를 넘기 힘들다. 학벌에 대한 사람들의 관료주의적이고 중앙집중적인 인식 때문이다. 하루빨리 수평적이고 지방분권적으로 바뀌었으면 한다”며 학벌인식은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천세환(21ㆍ한양대 경영)군은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며 입사원서를 일일이 챙기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학력란철폐를 요구하는 것은 인사담당자들이 지원자의 능력을 학력과 학벌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판단하지 말라는 것임을 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지원자 입장만을 생각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천군은 “학력 또는 학벌을 공개해도 차별이 생기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정부나 기업에는 완전한 정보를 요구하면서, 스스로는 익명성을 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이익추구에 지나지 않는다. 학력 또는 학벌은 차별의 근거이기 이전에 인재를 평가하는 최소의 근거다”고 인재를 평가하기 어려운 기업의 현실을 감안해 학력란철폐 반대의견에 힘을 실었다.

조사를 담당했던 대학생천국 운영자 ‘멘토’는 “참여한 대학생 수가 적기는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학력란철폐 반대가 우세했던 것은 학벌에 민감한 카페의 특수성 때문은 아니다”며 “지난 4년간 카페를 지켜본 것을 감안했을 때 이번 결과는 학력과 학벌에 대한 대학생들의 일반적인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 보면 맞을 거다”고 분석했다.

대학생들 입사원서 학력란철폐 의식 조사
학력란철폐 반대 우세 속 찬반 논의는 팽팽

이번 조사 대상으로 커뮤니티 모임인 대학생천국의 대학생들을 택한 것은 이들이 학벌과 대학서열에 대해 매일같이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학벌과 대학서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 조사 관련 질문은 모두 <오마이뉴스>에 기사화한다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

*토론게시판의 질문과 토론항목 및 응답 숫자(3월 25일~4월 1일 의견)

질문) 최근 중앙인사위원회에서는 국가공무원 시험 응시원서에서 학력기재란을 없애기로 했다. MBC 등의 기업도 입사지원서에 출신학교 등의 기재란을 삭제했다. 입사원서에서 학력란 등의 삭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총 32개 댓글)

1. 학력, 연령, 출신지역 등의 항목은 폐지해야 한다 - 26개 찬성 댓글
(다른 수단으로 능력과 실력을 판단해야 한다)
2. 학력, 연령, 출신지역 등의 항목은 반영돼야 한다 - 6개 찬성 댓글
(능력과 실력을 판단하는 최소한의 항목으로 학력 등은 필요하다)

*투표게시판의 질문과 사지선다형 선택항목 및 응답 숫자(4월 9일~16일 의견)

질문) 입사원서에서 학력란을 철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총 95명 답변)
1. 학력란은 존재해야 한다(출신학교를 명시하고, 학벌도 평가받아야 한다) – 53표
2. 학력란은 존재해야 한다(출신학교 이름 명시 않고, 고졸, 대졸 등만 표시) – 13표
3. 학력란은 철폐해야 한다(고졸, 대졸 상관없이 기업기준에 의해 능력평가) – 17표
4. 학력란은 철폐해야 한다(일반기업도 공기업처럼 입사시험을 도입해 평가) – 12표

[조사 협조 : 대학생천국(http://café.daum.net/hoolis) 및 카페운영자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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