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은 역대 어느 왕조에서나 영험하고 신령스런 산으로 여겨졌기에 산신제를 지냈는데, 주관하는 종교는 시대에 따라 달랐다. 고대에는 무속(巫俗)의 예로 치렀고, 신라에서 고려시기에는 불교적 의례에 무의 것을 습합한 형태를 취했으며, 조선시기에는 유교식 의례를 주로 하면서도, 일반에서는 역시 무속의식으로 지성을 들였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역사는 계룡산 안에 있는 절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전 방면의 동학사에는 사육신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이 때문에 절이지만 홍살문이 있다. 공주 방면의 갑사는 대표적인 불교사찰이다. 당간지주와 승탑은 갑사가 고찰임을 말없이 말해주고 있다. 공주와 논산의 접경지대인 신원사(新元寺)는 무속신앙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절 이름도 처음에는 신원사(神院寺)였다.
근세에 들어서는 신원사에 의한 불교식 산신대재로 봉행되는 한편 신원사 앞마을인 양화리에서는 지금도 무속신앙으로서 산신제를 변함없이 지내고 있다.
달아오른 굿판은 300여명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겐 단순한 구경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이 있는 듯 했다. 앞자리에 앉아 굿판에 심취해 있는 이필노(85) 할머니에게 물으니 ‘하나있는 자식 잘 되게 해달라고, 1년 전 먼저 가신 할아버지 좋은 세상에 가게 해 달라’고 빌었다고 하였다. 그들에겐 하나의 신앙인 것이다.
행사 진행자였던 이걸재(50)씨는 지난해부터 계룡산 산신제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져 이제는 제법 자리가 잡혀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하였다. 무(巫), 불(佛), 유(儒) 다종교 공존의 축제인 ‘계룡산 산신제’가 우리의 전통문화를 선향하고, 나아가서는 충청도민들 그리고 전 국민의 신명과 조화의 기운을 불러일으켜 주는 큰 만남의 마당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굿판에 왜 삶은 돼지가 아닌 생돼지를 놓는지에 대해 물어보니, 신에게 제사 드리는 제물은 생물을 쓴다고 하였다. 사과, 배 등의 과일도 깎지 않고 자연 상태로 놓는다고 하였다. 반면 인간에게 드리는 제사에는 삶은 고기, 보기 좋게 깎은 배와 과일 등을 놓는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