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열린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 최우수고교대회’에 이어 ‘제3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 주최)’가 4월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다.
이밖에도 2005년도 전국고교야구대회는 ‘제60회 청룡기(6.1-6.10 조선일보)’ ‘제12회 무등기(6.17-6.24 광주일보)’ ‘제59회 황금사자기(6.27-7.6 동아일보)’ ‘제27회 대붕기(7.8-7.15 매일신문)’ ‘제57회 화랑대기(7.18-7.25 부산일보)’ ‘제35회 봉황대기(7.28-8.14 한국일보)’ ‘제3회 미추홀기(8.18-8.25 인천일보)’ ‘제86회 전국체육대회(10.14-10.20)’ 등을 포함해 모두 10차례 개최된다.
하지만 4천여 개 팀을 갖고 있는 일본고교야구가 전국대회를 2차례(봄ㆍ여름 고시엔 대회) 개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교야구 등록 팀 58개(2005년도)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전국대회 수는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대한야구협회는 지난해 12월9일 열린 이사회에서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1. 전국고교야구대회수 조정의 건-고교선수들이 년 중 계속되는 대회의 참가를 위한 훈련과 연습으로 학생의 본분인 학업을 등한시 해온 문제점을 개선하고 학부모의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현행 전국고교야구대회수(9개)를 원칙으로 전국체전 포함 5개 대회 이상 개최하지 않기로 조정하였으며, 시행 시기 및 방법은 협회 집행부가 공동 주최사 및 학교 관계자와 협의하여 결정키로 함”
그러나 지난 23일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고교야구대회수 줄이기가 무산됐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회를 주최하는 신문사들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라는데, “중앙 언론사들은 대회 전통과 신문사 이미지를 이유로 격년 개최에 근본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며…지방 언론사들은 중앙 언론사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신문사들의 입장이 워낙 완고해 내년부터 성사될지도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회 주최사가 일반 기업도 아니고 공익성이 강한 신문사라는 점에서 문제는 크다. 신문사는 그 어느 사회 조직보다도 어린 학생들의 곤란한 처지를 대변하고 해결에 앞장서야 하는 조직이다. 그런데도 선수들의 문제는 뒷전으로 한 채 자사의 전통이나 이미지만을 우선시해 대회를 강행한다는 처사는 온당치 못하다.
뿐만 아니라 이들 신문사들은 대한야구협회가 대회수 줄이기에 실패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학생선수들의 학업문제나 학부모들의 무거운 경비충당문제 그리고 잦은 출장에 따른 선수보호문제 등에 대해 여론을 환기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언론사에서 오히려 이를 무시한 점은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린 처사라 할 것이다.
촉박한 경기 일정, 4일 연속 경기도
지난해 전국체전을 제외한 전국고교야구대회 8개 가운데 6개(서울3, 지방3)를 분석해 보았다. 대부분 10일 내의 촉박한 경기 일정으로 인해 결승까지 오른 팀은 3~4일 연속 경기를 치러야 했다. 또 줄줄이 이어진 대회에 연거푸 출전하기도 했으며, 결승전에서 승패가 가려지지 않아 다음날 재경기를 하기도 해 어린 선수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지난해 6월 2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청룡기대회에서 준우승한 동성고는 6월 4일, 6일, 8일, 9일, 10일(결승) 경기를 치렀다. 또 동성고는 곧이어 열린 무등기대회에도 출전해 6월18일, 21일, 22일(4강) 연거푸 경기를 가졌다.
그리고 무등기대회에서 준우승한 야탑고는 6월 14일, 16일, 21일, 22일, 23일(결승) 경기를 치렀고 연이어 황금사자기대회에 출전해 6월 25일, 28일, 30일, 7월1일, 2일(결승) 경기를 치르는 등 강행군을 했다.
또 청룡기대회에서 6월 4일, 6일, 8일, 9일까지 경기를 치르며 4강에 올랐던 광주일고는 다시 무등기대회에 출전해 6월 14일, 18일, 21일, 22일, 23일(결승) 연속 경기를 치렀다.
뿐만 아니라 화랑대기대회에서 준우승한 부산고교는 7월 25일~27일까지 3일 연속 8강, 4강, 결승전을 가졌으며, 대붕기대회에서 공동 우승한 동산고는 7월 9일~12일까지 4일 연속 경기를 치렀고, 봉황대기대회에서는 8월 21일 결승전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하자 다음날 곧바로 재경기를 가지기도 했다.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주최하는 신문사들이 대한야구협회에서 제안한 격년제 개최 등의 방안을 받아들여 전체 대회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어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과다한 출전에 선수들이 혹사당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신문사들이 대한야구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한야구협회는 대회를 A/B(각 서울2개 지방2개 개최)군으로 나누어 개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각 군에 출전한 팀은 다른 군 대회에는 출전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각 신문사들의 별다른 양보 없이도 시행할 수 있고 또 이렇게 되면 5월부터 8월까지 꼬리 에 꼬리를 물고 개최되는 대회에 한 고교 팀이 연속해서 출전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어 선수보호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정규이닝 수를 줄이고 연장전과 재경기를 없애도록 규정을 고칠 필요가 있다. 8강까지는 정규이닝을 7회(현재 9회)로 줄이고 4강은 연장전 없이 9회까지만 경기를 하며 결승전만 12회까지의 연장전을 허용하는 쪽으로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정규이닝 동안 승패가 가려지지 않는 경우 4강까지는 추첨(제비뽑기)으로 결정하고 결승전은 재경기 없이 공동우승으로 하면 된다.
더불어 어린 선수 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눈앞의 흥미에만 매달려 혹시 선수들의 성장 잠재력을 죽이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야구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안태준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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