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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저와 함께 남한강 유적지 답사를 간 아내가 거돈사 절터에서 미나리를 뜯어왔습니다. 유적지 답사를 따라와서 웬 미나리냐고 한 마디 했더니 유적지 답사만 답사가 아니라 생태 기행이라는 것도 있다고 대꾸합니다. 한 줌 정도 뜯었습니다.

저는 한 줌밖에 안 되는 미나리 가져가 어디에 쓰랴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미나리를 깔끔하게 다듬고 씻은 뒤 밀가루와 고추장을 풀어 섞어서 장떡을 부쳤습니다. 얼마 안 되던 미나리는 네 식구가 푸짐하게 먹고도 남을 정도의 음식이 되었습니다.

장떡이 익어가면서 고소한 냄새가 거실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때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와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있는데 산에 갔다가 두릅을 따왔다고 합니다. 조금 나누어 줄 테니 와서 가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전화를 끊자마자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두릅 한 줌을 얻어왔습니다.

아내는 장떡 먹을 때 함께 먹자고 두릅을 살짝 데쳐서 접시에 담아 상에 올려놓았습니다. 저는 먼저 젓가락으로 두릅을 하나 집어 초장을 바른 뒤 입 안에 넣었습니다. 두릅 향기가 입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준수도 광수도 맛있다며 두릅을 계속 입 안으로 집어넣습니다. 아내는 그냥 바라보기만 하더군요. 많지도 않은 두릅을 아내까지 욕심내면 금방 없어질 것 같아 못 먹는 것이지요.

저는 큼직한 두릅을 하나 집어 초장 듬뿍 바른 뒤 아내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아내도 두릅 맛이 참 향기롭다며 웃었습니다. 미나리 넣어 부친 장떡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미나리의 독특한 향기에 장떡 특유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금방 바닥이 났습니다. 아내는 몇 번이고 장떡을 다시 부쳐서 가져다주었습니다.

두릅 향에 취하고 미나리 장떡 맛에 반한 저녁이었습니다. 값진 음식과 귀한 성찬은 아니지만 봄날의 정취를 담뿍 느끼며 아주 맛있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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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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