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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재보선은 열린우리당이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는 '패배'로 귀결되었다. 이번 선거에서의 최대 수혜자는 한나라당이며, 민주당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민주노동당도 선전했지만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기에는 많이 부족하였다.
이번 기사에서는 대표적인 지역구에서의 선거양상을 파악해봄으로써의 지역 차원의 원인을 살펴보고, 열린우리당의 과제와 향후 정국을 전망해 본다.
돈선거 논란에 대한 성남 유권자의 냉엄한 심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인 조성준 후보는 선거 막바지 불거진 돈선거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선거 당시 언론보도에서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돈선거 논란이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후 조 후보의 지지도가 하락했다는 점에서 볼 때 민주당과의 갈등 양상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이 돌아섰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성남 중원구의 경우 호남 출신 지역주민이 많았다고 하지만, 호남표는 열린우리당 조성준 후보와 민주당 김강자 후보 그리고 무소속 김태식 후보에게 분산되면서 결집되지 못했다. 또한 개혁적 성향을 가진 유권자들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으로 분산되면서 개혁세력의 결집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성남에서 조성준 후보의 패배에는 돈선거에 대한 성남 유권자의 불신이 매우 크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최대 격전지 영천, 중장년층은 야당편?
4.30재보선에서 최대 격전지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경북 영천 선거를 말할 것이다. 그 만큼 열린우리당에게나 한나라당에게 영천지역은 큰 의미를 가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영천지역 수성과 박근혜 대표 체제의 안정성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의미를 가졌고, 열린우리당은 전국 정당화와 영남지역 진출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했다.
그동안 영천 지역은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 불릴 만큼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가 강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운동 기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열린우리당 정동윤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은 영천지역 유세를 강화했다.
정 후보의 높은 지지도는 개표가 시작되면서도 확인되었다. 근소한 차이였지만 한나라당 정희수 후보를 앞서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정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비록 48.7%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보였음에도 정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 이유를 필자는 농촌지역 인구분포에서 찾고자 한다.
그동안 산업화와 도시화로 청년층이 도시로 이주하고 중장년 및 노년층이 많이 남아 있는 농촌의 특성상 인구분포에서 50,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도시보다 매우 높다.
따라서 안정지향, 보수적 성향과 함께 한나라당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호감도을 가진 50. 60대 이상 중, 장년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경우 득표율에서 한나라당에게 유리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행정도시는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중앙 정치권의 이슈로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지난 2월 통과한 행정중심복합도시법에 따른 행정도시 건설일 것이다. 행정도시가 건설될 지역인 공주, 연기군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초반 여당의 우세를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탄탄한 지역적 기반을 가진 무소속 정진석 후보가 약진하면서 전세를 역전시켰고, 충남권의 대표 정치인인 심대평 충남도지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지원은 공주, 연기 지역의 유권자들이 정진석 후보를 충남 정치의 대안으로 인식하게 하였다.
비록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이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지만, 토지보상과 개발문제, 이주문제 등을 놓고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 훗날의 행정도시가 현재 공주, 연기 지역민의 긴급한 관심사는 아니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미래에 건설된 행정도시의 장밋빛 전망만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현재 지역민이 가장 고민하는 것들, 즉 보상문제와 이전문제, 지역개발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실천방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미숙한 공천과 짧은 선거준비 기간, 아산시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충남 아산시는 언론과 국민의 주목을 끌었다. 열린우리당이 전략공천지역으로 아산시를 선정하고 이 지역에 이명수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후보로 정하자 아산지역 우리당 당원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이명수 후보 결정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명수 후보가 작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자민련 당원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전략공천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이명수 후보가 선관위에 아산시 후보로 등록될 뻔하였다. 하지만 자민련 당적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후보등록을 눈앞에 두고 우리당 후보 자리를 임좌순 전 선관위 사무총장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당원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도 열린우리당이 작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자민련 출신 후보를 공천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열린우리당이 개혁성의 후퇴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한 염홍철 대전시장의 열린우리당 입당은 이러한 정치불신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개혁공천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면서 아산지역 당원들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이탈했고,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선거운동에 뛰어든 임좌순 후보는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한나라당 이진구 후보측의 돈선거 의혹과 허위경력 기재 의혹 등이 선기기간 불거졌음에도 임 후보가 당선하지 못한 이유로는 공천 과정에서의 불협화음과 국민들의 실망 그리고 짧은 선거준비 기간과 당내 역량의 결집 불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층 갈수록 모호, 부동층 확대
지난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계속 부진한 양상을 보여왔다. 17대 총선 전 야당이 추진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열린우리당은 3월 말에는 50%선까지 지지도가 올랐으나 총선을 거치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작년 6.5 재보선 패배와 연말 4대 쟁점법안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당내 갈등과 대야관계 등을 거치면서 우리당의 지지도는 30%를 넘지 못한 채, 25%선에서 고정되었다.
또한 올해 당의장 선출을 놓고 이른바 '실용'과 '개혁' 노선의 대립양상, 우리당 내 특정계파간의 대립과 갈등이 불거지면서 열린우리당의 지지층이 다수 이탈하였다.
또한 열린우리당이 원내정책정당이라는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정책적 노선이 불분명해지면서 비영남 중도정당으로 변화하고 있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개혁, 진보적 성향을 가진 국민들은 일부는 민주노동당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이며, 많은 수는 잔존형태를 띠면서 부동층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중도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인구구성상 다수를 점한다는 중위수 투표자 이론(median voter theory)과는 다른 그야말로 부동층인 셈이다. 이들을 지지층으로 확보하지 않는 이상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30%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4.30 선거 이후 정국방향
여당의 과반수 붕괴가 현실이 되고 고정될 것이 확실해지면서 민노당과 민주당의 정국 영향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과반의석이 무너진 상태에서 군소정당의 협조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별, 사안별로 야당들과 협조할 수 있는 정교하면서도 유연한 원내전략이 필요하게 되었다.
과반의석 붕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 합당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여론의 방향과 당원들의 의지에 많이 좌우될 것이지만, 상임중앙위원 중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위원이 있는 만큼, 조만간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합당의 정당성 여부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비영남 중도정당적 특성을 보이고 있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합당에 따른 지분논란과 노선 및 정체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의 합당은 어려운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주, 연기에서 정진석 후보의 당선으로 심대평 충남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충청권 신당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미 자민련에서는 동조자들이 생기고 있다. 앞으로 충청도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울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선거에서 5석을 획득한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 승리가 한나라당이 정책적으로 앞서고 더 많은 지지를 받아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30 선거 전 이루어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열린우리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한나라당이 대안적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실책을 따른 이번 선거결과에 자만하지 말고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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