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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밭을 한가롭게 가르지르는 마차
유채꽃밭을 한가롭게 가르지르는 마차 ⓒ 허선행
이제야 선선한 기운이 돌아서인지, 도시를 벗어나서인지, 알맞은 기온 덕분에 유채꽃이 더 탐스러워 보였습니다. 얼마나 넓은 꽃밭인지 가늠을 해보기도 전에 우리의 시선은 마차에 주어졌습니다. 어른들이 많이 타고 있는 마차는 유채 꽃길을 한가롭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친정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다리 아프신 어른들도 편하게 구경하실 수 있게 보였습니다.

생태체험관 등을 돌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하나, 둘, 셋”숫자를 세는 방송이 들려 왔습니다. ‘루미나리에’조명 쇼로 불이 밝혀지는 꽃밭은 환상적인 이국의 풍경처럼 보였습니다.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야!”소리를 일제히 질렀습니다. 일몰 쯤 저녁 7시에 밝혀지는 조명은 모두를 색다른 기분에 흠뻑 젖어들게 합니다.

루미나리에로 빛나는 유채꽃밭
루미나리에로 빛나는 유채꽃밭 ⓒ 허선행
저는 같이 못 본 지인들에게 전화하기에 바빴습니다. “이렇게 좋은 구경을 못해서 안됐다. 나만 보려니 아깝다” 이런 내용으로 이곳저곳 전화를 하며 아들과 함께 선선한 저녁시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주 맛있는 밥 냄새가 솔솔 납니다.

계속해서 이어져 있던 먹을거리 천막을 지나며 “순대 먹고 싶다. 옥수수도 맛있겠다. 우리 뭐 먹을까?”고민하던 아들과 저는 결국 늘 먹는 밥을 선택했습니다.

반찬은 딱 세 가지 김치와 어묵조림, 마늘종 무침인데 무국도 시원하고 첫째 밥이 맛있어서 그런지 잘 먹었습니다. 모처럼 집에 온 아들에게 진수성찬을 못 차려 줘서 미안했지만, 사먹는 밥 같지 않고 집에서 차려 준 밥상같이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7시 30분부터 방송녹화를 한다는 안내방송에 따라 사람들이 공연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가보자”고 아들보다 제가 더 서둘렀습니다.

유명가수들도 여럿이 온다지만 최화정씨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들은 시큰둥하니 별로 가고 싶지 않은 표정입니다.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제대로 볼 수 없으니 방송에 나올 때 다음에 보라고 합니다.

우기다시피 간 그 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후식으로 먹던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의자에 앉았습니다. 사전준비를 하느라 앞 무대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고 아직도 시작하려면 더 기다려야 한답니다.

유채꽃밭에 설치되어 있는 조각품 중 하나
유채꽃밭에 설치되어 있는 조각품 중 하나 ⓒ 허선행
우리는 방송녹화 보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유채꽃밭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놓인 조각품들이 하나하나 꽃과 어우러져 멋져 보입니다. “엄마 한 장 찍어봐라.”

조각품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아들을 불러 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요즈음은 누가 사진을 찍어 준대도 나이들은 모습 찍기 싫다고 하는데 멋진 조명등 아래 꽃밭을 배경으로 한 장 찍어두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다른 사람들 사진을 여러 차례 찍어 주기도 했습니다. 다정한 연인도 찍어주고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도 찍어 주고 우리도 찍어 달라고 부탁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세 모녀로 보인 분들인데 어찌나 귀여운 포즈를 취하던지 앙증맞기까지 했습니다.

아들은 시인들의 작품을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저도 덩달아 작품 하나하나를 읽어가며 4월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모처럼의 봄나들이로 마음이 풍요로워진 하루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2005 청원생명쌀유채꽃축제(Rape Flower Festival)   
- 기간 : 2005년 4월 23일 ~ 2005년 5월 15일
- 장소 : 오창과학산업단지내 축제행사장
- http://www.yuch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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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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