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회의? 검사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검사들이 집단 반발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수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수사의 근본 구조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고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3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위)의 수사권 축소 움직임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 90여명이 '평검사회의'를 연 것에 대해 대수롭지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김 총장은 일부 평검사들이 검찰 지도부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과 관련 "평검사들 입장에서 지도부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조정 회의가 결렬된 것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갖고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총장은 이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대검 청사를 나선 길에 전날(2l일)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오늘 부산지검과 대구지검 등 전국적인 평검사들의 움직임을 놓고 '집단반발'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 "그것을 반발이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의사표시라고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참 뜸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수사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검사뿐 아니라 모든 수사종사자는 다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전체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좀더 구체적으로 "(평검사들의 움직임은) 집단반발보다 소송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 상황에서 이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고, 향후 검찰이 어떤 대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김 총장은 "아직까지 (검찰) 수뇌부에 대한 집단불만 표출이나 집단적인 요구가 있다는 이야기는 못들었다"며 "검사들도 충분한 법률 전문가이므로 이 문제에 대한 생각들을 서로 나눠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 총장은 또 한승헌 사개추위 위원장과 전화통화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통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만 답변했다.
한편 김 총장은 검·경 수사권조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수사권 조정자문위원회가 어제 날짜로 합의안을 만들기로 했는데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절차가 남아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 번 시작한 일이니 서로 충분히 논의해서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조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평검사회의' 전국 확산... 오늘 부산·대구·대전지검 등에서 개최
한편 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초안에 대한 전국 일선 검찰청 평검사들의 '평검사회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부산지검 소속 평검사 40여명과 대구지검 소속 평검사 50여명, 대전지검 소속 평검사 30여명은 3일 오후 7시경 각 지검 내 회의실에서 평검사회의를 열고 형소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대응방안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앞서 순천지청과 천안지청 소속 평검사들은 지난달 28일, 울산지검 소속 평검사들은 같은달 30일에 각각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반면 수원지검 소속의 평검사들은 자칫 '검찰 밥그릇 챙기기'라는 오해를 우려해 별도의 '평검사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3일 오전 각부 수석검사들이 평검사들의 의견수렴 결과를 교환하고 논의하는 선에서 조용히 대응키로 했다. 그러나 수원지검 소속의 평검사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검찰 내부의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적극 공감하고 있어 향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전국 평검사회의'가 개최될 경우 반드시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근 검찰의 반발 움직임과 관련해 "집단적 반발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방법을 취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 대한변호사협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개추위의 사법개혁은 기존 제도를 급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검찰권의 급격한 제한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고 국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