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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 행복하세요"  정금 효(孝) 한마당 잔치
"할아버지 할머니 행복하세요" 정금 효(孝) 한마당 잔치 ⓒ 박도
오월은 '계절의 여왕'

오월은 만물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달이다. 일 년 중,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가장 활동하기에 좋은 달이다. 그래서 흔히들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정의 달'로, 한 달 내내 숱한 행사들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모시는 글

잔디밭에서 앙금앙금
기어 다니던 봄바람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네를 탑니다.

오월의 신록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처럼
눈부신 웃음이 켜켜이 기다립니다.

그 옛날 소년소녀로 돌아가
개나리처럼 노랗게
진달래처럼 발갛게 활짝 웃는 자리!

정금 효(孝) 한마당 잔치에 초대합니다.

2005. 5.
정금초등학교장 박연화


효 한마당 잔치가 벌이진 정금초등학교
효 한마당 잔치가 벌이진 정금초등학교 ⓒ 박도
어제(5월 3일) 이웃마을인 우천면 정금초등학교에서 벌이는 효 한마당 잔치에 초대를 받고 달려갔다. 요즘은 시골에도 차들이 많아서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승용차로 오셨지만 더러는 걸어오시는 분도, 경운기를 타고 오시는 분도 있었다.

경운기를 타고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
경운기를 타고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 ⓒ 박도
1934년에 개교한 정금초등학교는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지만, 이제는 전교생이 34명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학교다.

전교생 34명 가운데는 29명만 초등학생이고 나머지는 다섯 어린이는 유치부다.(1학년 6명, 2학년 9명, 3학년 3명, 4학년 5명, 5학년 6명, 6학년 없음)

이 학교 12회 졸업생이라는 이계범(68) 정금 민속보존회장은 지난날에는 전교생이 보통 300명 안팎이었고, 최대 700명에 이르기도 하였다는데, 급격한 이농 현상으로 이제는 전교생이 29명으로 줄어버렸다고 매우 가슴 아파하셨다.

흐뭇한 하루

이 날 34명의 어린 학생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하여 준비한 효 잔치 한마당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축제였다. 이 날을 위해 전교 어린이들이 여러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한 달 남짓 준비하였다는데, 이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니까 주연 조연 단역이 따로 없는 학생 모두가 주연인 점이 특이했다.

전교생이 펼치는 사물놀이 한마당
전교생이 펼치는 사물놀이 한마당 ⓒ 박도
모두 16가지 프로그램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즐겁게 하였는데, 한 프로그램을 한 학년이 맡기도 하고, 2~3개 학년이 공동으로 맡기도 하고, 전교생이 모두 맡아서 전원이 출연하기도 하였다.

사물놀이, 무용, 줄넘기, 율동, 수화, 무언극, 포크댄스 등 다양한 볼거리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즐겁게 하였는데 가장 박수를 많이 받은 것은 무언극 심청전으로, 심청이 왕비가 되어 아버지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하는 장면이었다.

손자손녀들의 재롱에 함박웃음을 짓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손자손녀들의 재롱에 함박웃음을 짓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 박도
이날 행사에는 지역사회의 1백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오셔서 손자소녀들의 재롱에 넋을 잃고 하루를 즐겼는데, 그동안 자녀 키우는 노고를 한 순간에 다 씻은 듯이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셨다.

줄곧 사회를 본 송인경(5), 손동국(5) 두 어린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기뻐하시니까 더 없이 기분이 좋고 가슴 뿌듯하다면서, 내년에도 이와 같은 잔치를 마련해 드리고 싶다고 했다. 행사 뒤풀이로 정성껏 점심까지 마련하여 푸짐하게 오신 손님을 접대하기도 하였다.

박연화 정금초등학교장
박연화 정금초등학교장 ⓒ 박도
박연화(56) 교장은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길러주고 지역사회의 어른들을 공경하는 경로효친 사상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하였다"고 하시면서 "학생만 보내주시면 성심성의를 다하여 알뜰히 지도하겠습니다"라고 하셨다.

아울러 아직도 이농현상으로 점점 학생들이 줄어드는 오늘의 농촌 현실을 아파하면서 "훌륭하고 유능한 선생님들이 전교생을 한 가족으로 빈틈없는 지도를 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이제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오히려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효 한마당 잔치가 끝난 뒤 학교를 두루 살펴보았다. 학생 감소와 학급 감축으로 드넓은 학교에는 과학실, 컴퓨터실, 예체능실, 급식실 등 넓은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1학년 교실에는 6명의 학생과 담임선생님이 함께 공부하는 모습이 더없이 정겹게 보였다.

더 없이 청명한 날씨보다 더 맑고 밝은, 흐뭇한 하루였다.

1학년 어린이들의 각시놀이
1학년 어린이들의 각시놀이 ⓒ 박도

2학년 어린이들의 "독도는 우리땅!"
2학년 어린이들의 "독도는 우리땅!" ⓒ 박도

마지막으로 전교생이 부르는 "어머님 은혜"
마지막으로 전교생이 부르는 "어머님 은혜" ⓒ 박도

1학년 어린이 6명과 정희숙(46) 담임선생님
1학년 어린이 6명과 정희숙(46) 담임선생님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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