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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요리는 바지락 수제비입니다. 저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지락을 양동이에 담습니다. 물을 붓고 소금을 뿌립니다. 바지락이 머금고 있는 해감이며 모래를 완전히 토해내도록 해야합니다. 바지락에 해감이 남아 있으면 먹을 때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모래라도 씹히면 바지락 맛이 싹 달아납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7시 남짓 되어 돌아왔습니다. 저는 반죽을 하기 시작합니다. 밀가루 반죽이 말처럼 쉽지를 않습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발목이 저립니다. 10분 정도 지나면 팔목까지 아립니다. 15분 정도 지나면 등줄기에 땀이 뱁니다. 아내는 그런 저를 보며 말합니다.
"반죽을 잘해야 수제비가 쫄깃쫄깃하답니다."
아내는 바지락 껍질을 못 쓰는 칫솔로 빡빡 문지릅니다. 껍질에 붙어있는 각종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금세 거무튀튀하던 바지락 껍질이 하얗게 변합니다. 아내는 냄비에 멸치 국물을 끓입니다. 아내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양파를 까고 대파를 다듬습니다. 감자 껍질을 벗기고 마늘을 깝니다. 고추를 송송 썰어 놓습니다.
저는 반죽을 아내에게 보여줍니다. 아내가 반죽을 손으로 만져봅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게, 합격입니다. 아내는 멸치 끓는 물에 바지락을 붓습니다. 보글보글 바지락이 잘도 끓습니다. 우리 부부는 수제비를 떠 넣습니다. 아이들이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무척 재미가 있는 모양입니다. 아이들도 고사리 손으로 수제비를 떠 넣습니다. 아내가 노래까지 부릅니다. 아이들도 따라 부릅니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
냄비에서 하얀 거품이 일어납니다. 아내는 숟가락으로 거품을 제거합니다. 거품은 해감이기 때문에 몸에 해롭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마지막으로 양파와 대파와 감자를 집어넣습니다.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도 넣습니다. 저는 밥상을 폅니다. 아내가 대접에 수제비를 담습니다. 아이들이 바지락껍질로 제 수제비그릇 둘레에 울타리를 만듭니다. 제법 그럴 듯해 보입니다.
아내는 작은 냄비에 바지락을 따로 끓입니다. 그것도 별미라는 것이었습니다. 바지락 속살이 여간 통통한 게 아닙니다. 연분홍 색깔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저는 국물을 떠먹어 봅니다. 맛이 기가 막힙니다. 시원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도 무척 맛있는가 봅니다. 바지락 속살을 잘도 빼먹습니다.
"수제비가 정말 쫄깃쫄깃하네요."
아내가 칭찬을 합니다. 저는 냉장고에서 소주를 한 병 꺼냅니다. 아내에게 먼저 한잔을 권합니다. 아내가 홀짝홀짝 한잔을 다 마십니다. 저도 한잔 마십니다. 그릇째 바지락 국물을 쭉 들이킵니다. 속이 확 풀리는 느낌입니다. 빈 그릇에 바지락 껍질이 수북하게 쌓입니다. 아내가 묻습니다.
"이게 얼마치예요?"
"5000원어치요."
"다음 토요일에 또 사오세요. 바지락이 몸에 참 좋대요. 특히 간에 좋다나 봐요. 숙취 해소에도 좋고요. 비타민, 칼슘, 철분도 많대요."
"아이들도 잘 먹는 걸 보니 좋긴 좋은가 보오."
"우리 다음에는 바지락 된장국을 끓여먹어요. 호박잎에 싸먹으면 맛이 끝내준답니다."
"당신은 참 아는 것도 많소, 하하하."
제 칭찬에 아내가 얼굴을 붉힙니다. 어쩌면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토요일 하루를 위해 월, 화, 수, 목, 금요일을 잘 버텨왔는지도 모릅니다. 넉넉한 시간에 맛깔 나는 음식, 그게 바로 토요일의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다음 토요일이 기다려집니다. 다음 토요일에는 무엇을 해먹을까요.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