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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학대 사진, 신생아 희롱 사진으로 한동안 뉴스와 인터넷이 떠들석했다. 나 역시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처음 갓 낳은 아기를 안을 때의 조심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몹시 분개했다.
그런 중 지난 11일 지하철 4호선 혜화전시장에서 제3회 간호사진전을 보게 되었다. 신생아 사진과 관련된 최근의 상황과 견주어 어떤 사진들이 전시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전체적으로 여기에 소개된 사진들은 묵묵히 간호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따뜻한 모습이었다. 무엇이든 동전의 양면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기회였다. 지난 9일에 열린 사진전은 오는 13일까지 전시된다.
우리 집 아이들이 4살~8살일 때 자주 하던 놀이가 병원놀이었다. "언니는 의사야, 나는 간호사 할 거야 그리고 넌 환자!"라고 놀던 딸아이와 비슷한 모습의 여자 아이가 사진 속에서 나를 향해 너무나 재미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콧잔등에 잔뜩 주름이 져 있으면서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윗니가 보이게 환히 웃는 여자아이는 자신의 손등에 장난감 청진기가 아닌 제법 묵직해 보이는 청진기를 올리고 있었다.
금상을 받은 심명숙(서울대병원)씨의 '꼬마 나이팅게일의 진찰하기 어! 소리가 안 들리네'는 고급스러운 아파트가 아닌 평범한 다가구 주택의 계단에서 찰칵 찍은 모습이라 더욱 친근했다.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된 큰아이가 4살일 때, 사진 속에서와 같은 계단에 앉아 놀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또 은상을 받은 임용준(이대 동대문병원)씨의 '손길'이란 작품은 손의 여러가지 활동을 담아서 병원 내 간호사들의 활동을 표현하고 있었다.
집에서나 사용할 만한 빨간색 고무장갑을 낀 손, 볼펜과 마우스를 잡은 손, 포대기에 싸여 있는 아기를 안은 손 등 많은 손이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은 손은 역시 주사기를 다루거나 의료 행위를 직접적으로 하고 있는 손이었다.
요즘은 사람이 태어나는 곳도 병원이고 사람으로서의 생을 마치는 곳도 대부분 병원이다. 그 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손은 생로병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그들의 손길이 앞으로 병든 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마음 아픈 이들의 가슴까지 달래주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처음 아기를 낳아 젖을 먹일 때에는 왜 그리도 동작이나 자세가 힘들고 불편한지…. 목을 가누지 못하는 아기는 젖이 제대로 빨리지 않으면 배고픔에 '앙앙' 울어댔다. 또 젖이 많아서 아기가 삼키기도 전에 젖이 나올 때면 아기는 사레가 걸렸다.
수유에 서툰 엄마와 아기, 둘은 그렇게 지치곤 했었다. 그래서일까? 젖을 먹이는 산모 옆에서 간호사가 아기의 목을 받쳐주며 젖먹이가 젖을 빨기 쉽도록 도와주는 사진이 정겨워 보였다.
전시된 사진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면서 사진을 몇 장 찍었을 때, 누군가 다가와 왜 사진을 찍는지를 물어왔다. 전시가 마음에 들어서, 사진이 좋아서 찍는다는 대답을 하자 불안해 하는 기색이 가시고 안도의 빛을 띠었다.
그 표정의 변화가 궁금해서 반대로 내가 몇 마디 되묻자, 자신을 전시를 기획한 서울특별시간호사회 소속의 고덕순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번에 발생한 신생아 관련의 학대사진으로 인해 이 간호사진전의 기획의도가 잘못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사진전의 주제는 "실천하고 행동하는 간호 현장을 담는 것"으로 간호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간호를 널리 알리기 위함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국정넷포터와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