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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절은 적막하다. 스님들의 수행이 그곳의 주가되면 더 말할 것이 없다. 그 때문에 절에 들어서면 시인 조용미가 말했던 대로 "적막은 참식나무보다 저수지보다 더 오래된 이곳의 주인이다"라는 시 구절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그곳의 종 또한 하루 종일 적막을 키운다. 나무와 쇠가 서로를 마주한 채 입을 다물고 있는 그 둘을 보면 서로를 벽으로 삼은 면벽의 참선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다 저녁이 오면 스님의 손에 이끌려 나무둥치가 범종의 허리에 핀 연꽃에 부딪히고 그러면 산속은 그 은은한 울림으로 그득 찬다. 물론 절에는 바람이 흔들고 갈 때마다 울리는 풍경소리가 있다. 그 소리는 경쾌하고 가볍다.

그 가벼움은 마치 산들바람처럼 귓가를 간지럽히고 지나간다. 그러나 범종의 울림은 우리의 온몸을 감싼다. 그 소리는 울리고 있으나 조용하다. 세상을 조용히 울리며 가득 채우고 싶다면 온 하루의 적막으로 울림을 키울 일이다.

절이 저녁마다 범종의 울림으로 산을 그득 채우는 것은 그 뜻인지도 모르겠다.

ⓒ 김동원

덧붙이는 글 | 양수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수종사에서 촬영했다. 
같은 글이 개인 블로그인 http://blog.kdongwon.com/index.php?pl=77에 동시에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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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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