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열린우리당 중앙상임위원의 대구경북(TK) 챙기기 보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 영천 재선거 패배 이후 다소 잠잠했던 행보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대학 강연, 출신 초등학교 방문... 연이틀 '행군'
유 의원은 13일 오전 10시 자신이 졸업한 대구 수성초등학교를 방문했다. 하루 전날인 지난 12일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북핵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한 다음 일정이다.
유 의원의 이번 모교 방문은 이미 예상된 것. 지난달 재보궐 선거 당시 지역 언론사 기자들과 만난 유 의원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고향 챙기기에 나서겠다"면서 "졸업한 초등학교부터 다니면서 인사를 드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과 같은 기수인 48회 동창생들과 함께 모교를 찾았다. 홍춘자 교장과 환담을 나누고 방송실에 들른 유 의원은 마흔 가까이 터울나는 후배들에게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어 유 의원은 식당에서 학부모들과 함께 학생 급식식사로 점심을 먹은 뒤 모교 방문 일정을 마쳤다.
경북 경주 출생의 유 의원은 경주 계림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대구 수성초등학교로 전학했다. 그동안 개인적 차원에서 모교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국회의원 신분으로 초등학교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같은 날 오후 2시 열린우리당 대구시당 상무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이어 오후 4시 경북 구미로 이동해 경북도당 당원협회장 등과 만났다. 또 저녁 7시 문경을 찾아 문경시의원 및 시장과 간담회를 갖는 등 이틀 연속 대구·경북 지역에서 '강행군'을 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고향 챙기기에 나서겠다"
유 의원이 지난 4·30 재보선 공언대로 고향 챙기기를 본격화 하면서 보폭을 넓히자 그 배경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유 의원은 고향을 '냉대'한다는 핀잔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정치 입문 후 고향을 거론하는 것을 너무 꺼려 했다"면서 "어떤 의도였든 그것이 지역 출향인사인 유 의원에 대한 서운함으로 돌아온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부 언론에서는 유 의원의 이러한 행보를 'TK 맹주', '대권을 위한 행보'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유 의원의 한 측근은 "우려했던 대로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고 있다"면서 "고향 방문이 잦다보니 지역구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어 득보다 실이 많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득보다 실 많을까 걱정"... 기대반·우려반
그렇다고 유 의원이 고향을 챙기지 않을 수는 없다. 현재 열린우리당 의원 중 TK지역 출향인사는 5명. 그중 출생지가 아닌 어린 시절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이 지역에서 보낸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유 의원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구에 살고 있는 유 의원의 한 지인은 "현재로선 유 의원이 지역을 계속 공략해도 성과가 빨리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하지만 하나둘 노력하다 보면 조만간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반 우려반을 나타냈다.
| | '차가운' 유시민도 후배들 앞에선 한없이 부드럽다? | | | |
| | ▲ 유시민 의원이 13일 오전 모교인 대구 수성초등학교 방송실에서 후배들에게 짧은 강연을 생중계 촬영하고 있다. 이날 유 의원은 평소 TV토론에서 딱딱하고 강한 어조보다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 논리정연한 화법으로 차가운 인상이 강한 유시민 의원도 어린 후배들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13일 모교 수성초등학교를 방문한 유 의원의 일정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인사말, 아니 짧은 강연이었다.
교내 방송실에서 후배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각 학급으로 생중계한 유 의원의 방문 행사는 마흔살 가까운 터울의 후배들에게 전하는 강연으로 이어졌다. 애초 5분 정도 인사말로 대신할 요량이었지만 십여분의 강연이 됐다.
유 의원은 후배들에게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어휘를 많이 알아야 하고, 책을 많이 읽고,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치 유치원 선생님 같은 억양과 말투였다. 그동안 유 의원이 TV토론에서 보여줬던 강한 어조와 달랐다. 하지만 평소 유 의원의 TV토론식 화법에 익숙하던 참석자들은 '너무나 부드러워진(?)' 억양과 말투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또 유 의원은 후배들에게 "장시간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 지루했는지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후배니깐 공짜로 해준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