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스승의 날이다. 이날 오늘의 나를 있게 해주신 선생님께 작은 사랑을 바친다. 비록 그 때문에 학부모들은 아이의 선생님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기도 한다.
1964년 청소년 적십자단의 각도 대표들이 불우한 퇴직교사 또는 질병에 걸린 교사를 위로하자는 차원에서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뒤로 매년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지내고 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늘은 스승의 날이기 이전에 세종날, 즉 세종 임금이 탄생한 지 608돌이 되는 날이라는 것이다.
세종 임금은 우리 겨레에게 커다란 선물을 준 조선시대 가장 큰 임금인데 1397년 5월 15일 조선 3대 임금인 태종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세종 임금은 1418년 8월 10일(음력) 아버지 태종을 이어 조선 제 4대 임금에 올랐다.
세종은 천성이 어질고 부지런했으며, 학문을 좋아하고, 취미와 재능이 여러 방면에 통하지 않음이 없었다고 한다. 정사를 펼침에 있어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의 어려운 생활에 깊은 관심을 가졌는데 많은 업적은 오로지 백성을 위한 것이라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세종 임금은 집현전을 두어 학문을 장려하고 많은 인재를 길렀다. 특히 우리 겨레 문화를 높이는 데 기본이 된, 찬란한 문화유산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은 길이 남을 위대한 일이다.
훈민정음 즉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만든 날, 만든 목적을 아는 글이며, 발음기관을 본떠 만든 가장 과학적인 글로 칭송을 받는다. 그러면서 세상의 거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고, 가장 배우기 쉬운 글로 인정되는데 특히 한글은 백성의 쉬운 글자 생활을 생각하여 만들었다는 데 더 큰 뜻이 있다.
권력자, 기득권자들만 알아야할 글자가 아니라 어리석은 백성들도 쉽게 배워 삶을 풍요롭게 가꿔나가도록 하는 따뜻한 백성 사랑의 글자인 것이다.
또 세종 임금은 측우기, 해시계 등을 발명 제작함으로써 농업과 과학 기술을 발전 시키고, 북쪽에 사군과 육진을, 남쪽에는 삼포를 두어 국방을 튼튼히 했다. 또, 의술과 음악, 방대한 편찬 사업, 법과 제도의 정비 등 수많은 업적으로 나라의 기틀을 확고히 한 임금이다.
이중 자명종 물시계인 '자격루'를 만든 까닭을 생각해 본다. 그 때는 백성들이 지금처럼 휴대용 시계가 없었고, 나라에서 만든 해시계 등으로 시간을 측정하여 파루를 침으로서 성문을 열고 닫고 하는 등 온 나라의 생활을 이끌던 시대이다.
그런데 파루를 치던 군사는 종종 졸다가 파루를 치는 시간을 놓쳐 버렸으며, 그래서 매를 맞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 파루를 치는 군사가 졸면 온 나라의 일상이 틀어지기에 막중한 일이었지만 격무에 시달린 군사는 졸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에 세종 임금은 파루를 치는 군사들을 매로 다스리는 것이 옳지 않음을 깨닫고, 이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 위해 장영실 등을 시켜 자명종 시계를 만들게 했는데 바로 그것이 자격루이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세종 임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일 것이다.
세종 임금은 1450년(세종 31년) 4월 8일 세상을 떴으며,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영릉에 묻혔는데 영릉은 사적 제195호로 지정되었다.
이 세종날을 맞아 지난 14일에는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등이 함께 덕수궁(경운궁) 안에 있는 세종 임금 동상에 꽃을 바치는 행사를 가졌다. 또 이 자리에서는 한글 학회가 올해 첫 번째 '우리 말글 지킴이'로 권혁채님을 선정하여 위촉식을 열었다.
한글학회는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 운동'의 하나로 2000년부터 '우리 말글 지킴이'를 선정하여 홍보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우리 말글 지킴이'로 선정된 권혁채님은 평생 동안 교육자로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말글 사랑 정신이 남달리 투철했다고 한다.
권혁채님은 1975년부터 교사, 학생, 방송국을 대상으로 국어 순화 운동을 줄기차게 펼쳐 왔다. 우리말 순화 자료인 표준말 쓰기, 국어 순화 방안, 국어 순화 중간보고, 건의서 등 소책자를 만들어 매월 2회 서울 시내 초,중,고등학교와 교육청, 행정기관 각 부처 등에 나눠줘 국어 정책을 만드는 자료로 제공했다.
세계 모든 나라는 그 나라의 위대한 영웅을 기리고 모시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는데 그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겨레에게 커다란 선물을 준 위대한 스승을 기리는 일을 잊고 있다. 예전엔 세종날 기념식에 대통령까지 참석했다는데 지금은 조촐한 꽃 바치기 행사로 가름하는 부끄러운 후손이 되어 간다.
스승의 날에 스승을 생각하고 기리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겨레의 위대한 스승, 세종 임금은 잊혀도 좋다는 말인가? 은혜를 베풀어준 스승에게 그 은혜에 보답은 못할망정 배은망덕하는 겨레는 되지 말아야 한다. 제발 우리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세종 임금을 기리며 살기를 간절히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