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는 16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민중연대 등 노동인권단체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새벽을 틈타 첩보전을 방불케 하며 5대의 차량과 30명의 출입국관리소 직원을 동원하여 이주노조 위원장을 표적 연행한 것은 이주노동자들의 조직에 대한 탄압을 전면화한 것"이라며 아노아르 위원장의 강제 연행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주노조 까지만(41·네팔) 사무국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지난 13일 밤 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아노아르 위원장을 30여명의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지하철 뚝섬역 출구를 막고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14일 새벽 1시께 강제로 수갑을 채워 연행해갔다"며 "이 과정에서 위원장은 다리부위와 얼굴, 머리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샤킬(39·방글라데시)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9일 노동부에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노조 설립신고에 대해 조합원들의 취업공장을 밝히라는, 사실상 살인명부를 제시하라는 요청서가 날아오더니 마침내는 위원장을 폭력적으로 끌고 갔다"며 "이주노조는 어떠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40만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차별과 착취, 억압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킬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는 한국정부가 이주노동자의 정당한 노동권을 인정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중단과 아노아르 위원장을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이같은 요구에 한국정부가 응답하지 않을 때는 한국의 양심적인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주노조는 이와 함께 아노아르 위원장을 면담하기 위해 이날 오전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법률지원단을 꾸려 청주외국인보호소로 떠났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10여개의 노동인권단체 대표들이 참여해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조합 사수와 아노아르 석방을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향후 이주노조 합법화 문제가 사회 쟁점화될 전망이다.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참여정부 들어서도 '불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표적 단속과 감시·사찰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민주노총은 이주노조의 완성을 위해 강력한 후속투쟁을 준비하는 한편 조직을 탄압하고 와해하려는 참여정부에 맞서 여러 단위들과 함께 강력 대응을 조직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인권단체들은 기자회견 직후 대책회의를 열고 19일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소 앞에서 규탄집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이주노조 탄압과 위원장 표적 연행에 항의하는 법무부 장관 면담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국제노동기구 제소 및 유엔 인권위 등 국내외의 법적 제도적 대응 ▲국제적 연대 통한 반인권적 노동탄압에 대한 국제적 압력 조직 ▲노동 인권 시민단체들과 공동대응전선 구축 등을 결의하고 한국정부에 대대적인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현재 독방에 구금되어 있으며, 청주외국인보호소측에 연행 과정에서 당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해줄 것과 변호사 입회하에 조사할 것을 요구하며 정부의 일방적인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주노조는 노동조합 설립 신고와 관련 지난 9일 노동부에서 ▲임원 전체 명단 및 조합원 명부 ▲조합원의 사업장 소재지와 대표자 이름 ▲총회 회의록을 20일까지 제출하라는 보완 요구를 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