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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인적자원부가 4월 6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무료신문 <더데일리포커스>에 기사형 광고를 1면 전체를 통틀어 싣고 있다.

기사인지 광고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기사형 광고' 범람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마저 이에 뛰어들어 참여정부의 대언론관계 재정립 의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4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무료신문 <더데일리포커스>에 기사형 광고를 1면씩 통틀어 내보내고 있다. 오는 12월까지 운영되며 7314만4480원의 광고료를 지불한다. 1회당 187만 5500원. 일간지 전면광고치곤 매우 싸다. 더데일리포커스 전면(내지) 광고료는 통상최저 250∼300만원, 최고 8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교육부, 기사형 광고 9개월 게재... 7300여만원 소요

교육부 기사형 광고 타이틀은 '교육섹션'. 메인기사와 기획연재(미래의 직업세계), 단신(교육라인) 등의 기사체로 이뤄져 있다. 교육부 정책과 소식, 행사 등이 대부분. 작성자 이름도 없다. 최근 뜨거운 논란을 빚고 있는 새 대입제도를 다룬 기사는 교육부 입장만 반영됐다. '2008년 이후 대입개선안'에 대한 학교현장 반응도 긍정적 평가 일색이다.

기사형 광고란

기사성 광고(advertorial)는 뉴스 기사와 같이 보이도록 만들어진 광고로 advertising(광고)와 editorial(편집)의 합성어(한국광고학회, 1996). 기사형 광고, 기사체 광고로도 불린다. 광고료가 지불된 기사의 형식을 띤 광고 및 관련광고물은 모두 기사성 광고로 분류된다.

광고물 편집이나 배열이 기사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광고면 상단에 전면광고, 전면PR, PR페이지, PR특집 등 표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광고 편집이나 배열이 기사형식이라면 기사성 광고이다. 광고편집과 기사형식의 편집이 혼합된 것도 마찬가지.

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일간지와 잡지 등 인쇄매체 전반에서 부쩍 늘었다. 일부 매체는 광고유치를 위해 기사성 광고를 직접 제작해주거나 광고주가 제작한 기사성 광고를 실었다. 뚜렷한 법적 규제기준이 없는 게 기사성 광고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교육코리아 'e-러닝' 돛을 올리다」(4월 6일), 「학교폭력 그늘서 1253명 양지로」(4월 13일), 「"성과중시 조직·인사혁신 하겠다" 교육부 체질개선 선봉장 김영식차관」(4월 20일), 「부모가 먼저 바뀌면 자녀도 변한다」(4월 27일), 「학생들 수업집중, 진지해진 교실 - 학생부 비중확대된 '2008년 이후 대입개선안'」(5월 4일), 「새 대입제도는 다양화·특성화 위한 것」(5월 11일) 등이 주요하게 지면을 장식했다.

여기에는 장·차관, 과장 등 교육부 관료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4월 6일자에는 EBS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진표 교육부총리 사진을 곁들였고, 4월 20일자에는 김영식 차관의 인터뷰 기사가 올랐다. 5월 11일자에는 스승의 날을 맞아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전국의 선생님들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이 실렸다.

기사형 광고는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 기사작성 등을 모두 교육부가 맡는다. 담당 사무관이 기사체로 작성된 문안을 데일리포커스에 넘기면 교정·교열 뒤 조판, 인쇄에 들어간다. 그러나 교육부의 직접 제작이나 광고임을 알리는 표시는 없다. 다만 섹션 오른쪽 상단에 "교육인적자원부의 자료협조로 제작된다"는 안내가 작게 실려 있을 뿐이다.

<더데일리포커스>, < AM7>, <굿모닝서울> 3개사 투찰

교육부는 이번 기사성 광고제작을 위해 지난 3월 4일 조달청을 통해 '무료신문활용 교육정책홍보 용역1식'이라는 이름의 입찰공고를 냈다. 구매대상 물품명은 '광고대행 용역'. 입찰자격은 ▲3월 1일 기준 수도권 및 전국 주요도시에 6개월 이상 배포중인 지하철 무료신문사로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중이며 ▲ABC(신문발행부수공사제도) 인증 40만부 이상인 종합일간지로 한정했다. 만화, 스포츠 등 분야가 25% 넘는 전문지는 제외됐다.

이에 따라 더데일리포커스와 < AM7>을 발행하는 문화일보, <굿모닝서울>을 발행하는 스포츠서울21 등 3개사가 지원했고 3월 15일 오후 더데일리포커스(7314만4480원)가 최종낙찰자로 선정됐다. 문화일보(7800만원)와 스포츠서울21(8108만1000원)보다 낮은 투찰금액을 써냈기 때문.

교육부 담당 서기관은 이 과정에서 무료신문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투찰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무료일간지 1호 <메트로신문>은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정부 부처가 기사성 광고를 위해 돈주고 지면을 사는 게 윤리에 어긋난다는 내부논의 결과에 따라 제안 자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더데일리포커스측은 정부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할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교육콘텐츠 차원에서 수용했다고 밝혔다. 박상인 편집국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기자 이름도 쓰지 않는다"면서 "처음부터 홍보보다 정보중심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국장은 "기존 언론이 문제점 위주로 교육기사를 쓰니까 정보전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교육정책이나 제도도 자주 바뀌고 복잡하고 자기 얘기를 전달해주는 창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무료신문를 활용한 교육부의 기사형 광고 집행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문화일보 무료신문 < AM7>에 기사형 광고를 시범적으로 게재한 바 있다. 이후 무료신문 광고단가와 효과 등을 분석한 뒤 본격적으로 기사형 광고집행이 추진됐다.

▲ 교육인적자원부가 입찰공고한 '무료신문활용 교육정책홍보 용역1식' 개찰결과. 광고대행 용역업체로 <더데일리포커스>가 선정됐다.
ⓒ 조달청 홈페이지
교육부 "돈 많이 드는 것도 아닌데..."

교육부측은 기사성 광고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교육정책 홍보 제고를 위한 자료이자 콘텐츠일 뿐 광고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K-TV, 국정신문, 인터넷 국정브리핑, 부처 홈페이지 등 다양한 국정홍보 채널도 교육부 정책홍보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련보도가 부정적 비판일색이라는 이유도 제기했다. 정찬구 정책홍보담당관실 과장은 "기존 언론은 긍정적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며 "참여정부 들어 언론보도에 적극 대응하지만 찬반논란이 있을 경우 오보 대응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홍경자 사무관은 "혹시 언론에 대응하기 위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우려를 했지만 부작용 문제제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출입기자들도 알고 있으며 한 메이저신문사 기자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응원까지 했다는 것. 그는 "신문사를 차린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항변했다.

홍 사무관은 "다매체시대 국민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면서 "교육정책이 학교현장에서 활용되는 사례를 발굴, 공유하자는 의도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료를 내더라도 우리 의도대로 국민에게 100% 전달되지 않는다, 언론과 싸우자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은) 평범한 아이템을 다루지 않는다"는 불평도 터뜨렸다.

홍 사무관은 무료신문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입찰정보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신문을 타깃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교육정책의 주 고객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많이 보고 ▲하루 60∼70만부씩 전국 주요도시에서 발행되며 ▲기존 (유료)신문보다 부담이 적으면서 읽기 쉽고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등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광고'임을 명시하지 않은 신문사 책임도 크다

그러나 일선 기자들과 언론학자 등은 정부 부처마저 기사성 광고를 양산하는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부당한 기사성 광고에 대한 법적 규제장치가 없는 문제점과 더불어 구체적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다시금 나왔다.

한 무료신문사 기자는 "교육정책을 적극 알리고 싶은 뜻은 알겠지만 정상적 홍보채널을 통해 언론보도가 잘 되도록 해야지 지면 자체를 사겠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무료신문의 기자도 "무료신문이 언론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하면 독자들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더데일리포커스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강미선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할 수 있는 편집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기사체라도 광고일 경우 광고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광고노출 효과가 큰 전면, 양면 기사형 광고는 독자들이 기사로 오인할 소지가 더욱 높다"고 우려했다.

강 교수는 특히 돈으로 지면을 산 교육부보다 '광고'임을 명시하지 않은 신문사의 책임을 한층 엄중하게 물었다. 그는 "무료일간지 영향력이 유료신문 못지 않게 커졌는데 '광고' 표기를 하지 않은 기사성 광고를 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강 교수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기사체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기사체 광고가 대중화된 미국에서는 9개항(광고표식 유형과 위치, 활자크기, 레이아웃 등)에 걸쳐 자세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고 광고 명시도 이중으로 하도록 했다. 일본에서도 기사체 광고의 크기에 따라 광고표식 글자크기까지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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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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