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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 이혼율 40%, 재혼 파경율은 이보다 높은 60%대를 육박하는 '이혼 선진국' 호주에서 최근 '이혼 가정의 자녀 관리 백서'를 발표했다.

미국, 캐나다를 비롯, 소위 선진 유럽 국가들에 못지않은 높은 이혼율을 보이고 있는 호주는 부모의 이혼으로 빚어지는 자녀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빨리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주 사회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인 '이혼 문제'를 자녀들의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는 정부의 이혼중재센터가 최근 35년간 수집해 온 자료를 정리해 이혼 후 자녀보호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전달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흔히 '양친 중 누구와 함께 살고 싶냐'는 '우문'을 하게 되는데 이는 특히 삼가야 할 언행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이유는 부모의 사이가 좋을 때와 달리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자녀들은 '엄마와 아빠 중 누구를 더 좋아하느냐'는 다그침처럼 인식해 심한 불안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혼 후 자녀들의 거취문제는 부모가 합의하여 결정한 후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따르도록 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다.

한편 14세 이상 연령에 달한 자녀라면 부모 중 한 쪽을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고 하거나, 양친 모두 접촉하기 싫다고 할 경우 그 의사를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50:50 양육권 주장도 부모의 상태와 자녀들의 연령, 성별에 따라 융통성있게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적 판결만을 앞세워 부모 양측의 반반 양육을 경직되게 주장할 경우 아이들의 안정된 정서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위상과 역할변화에 대해 부부 당사자는 물론 자녀들에게도 분명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즉 더 이상 아내와 남편이 아닌 상태에서 부모 역할만 하는 것에 대해 충분한 재인식이 필요하다는 것. '부부'가 아니면서 단지 '부모'이기만 한 자신들의 처지를 자녀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호주이혼법정은 부부의 이혼 사유를 물을 때 자녀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자녀들이 너무 어려서 말이나 글로 자기 의사표현을 할 수 없을 때는 그림 등을 통해서라도 자녀들의 정서상태와 심리적 부담감 등을 파악, 이혼 중재 및 양육권 결정 등에 영향을 미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녀개입'은 이혼은 더 이상 '부부'만의 문제가 아닌, 둘 사이에 낳은 아이들이 연루된 '가족'의 문제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최종 결정'에 신중을 기하게 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아래는 이혼중재센터가 발표한 이혼 자녀를 돕기 위한 35년 노하우를 다섯 가지로 요약한 내용이다. 성공한 이혼남녀는 '이것만은 지킨다'.

첫째, 이혼을 결정했다면 더 이상 자녀들 앞에서 싸우지 마라. 자녀들의 연령에 관계없이 부모의 이혼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는 그릇된 죄의식을 좀체 씻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부부는 비록 등을 돌릴지라도 아이들을 위해 조부모, 이모, 고모, 삼촌 등 가능한 친인척을 총동원하여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 줄 것을 적극적으로 부탁하라.

셋째, 부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둘러대지 말고 솔직하게 설명하라. 덧붙여 엄마 아빠는 이제 서로 사랑하지 않게 되었지만 너희들은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라.

넷째, 자녀들 스스로 충격을 받아들이고 사태를 직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어라.

다섯째, 이혼 후에도 가족이 함께 살던 때처럼 자녀들과 변함없이 즐겁게, 재미있게 놀아주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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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호주 이민, 호주동아일보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시드니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비스트로 메메를 꾸리며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부산일보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이민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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