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챙이가 사는 골짜기에 도착하자마자 종이컵으로 올챙이를 잡는 법 시범을 보일 사이도 없이 논가에 쪼그리고 앉은 아이들의 흥분된 목소리가 골짜기를 덮어버렸다.
"아싸, 한 마리 잡았다. 정선아, 주전자 가져와"
"어디? 어디? 나도 좀 보여 줘"
"야, 여기 뒷다리가 나온 올챙이도 있다!"
논바닥 색깔로 보호색을 띠고 있던 올챙이들이 하얀 종이 컵 안에 갇히자 눈곱만하게 나온 뒷다리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기 위해서는 뒷다리가 먼저 나오는 것은 다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죠. 노래에도 나오잖아요."
"그럼, 우리 다같이 올챙이 노래해 보자."
졸지에 나는 아이들의 지도 교사 역할을 떠맡아 시골에 살지만 시골 아이들 같지 않은 아이들에게 올챙이 잡는 법과 올챙이에서 개구리가 되는 과정까지 설명하며 나름대로 신이 났다.
"제선아, 완휘야. 올챙이 잡이가 재미있니? 컴퓨터 게임이 재미있니?"
"올챙이 잡는 게 더 재미있죠!"
아이들의 대답은 의외였다. 컴퓨터 게임이 더 재미있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올챙이를 잡으면서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내가 올챙이들이 불쌍하니까 조금만 잡고 그만 돌아가자고 성화를 해도 올챙이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올챙이 잡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또 한 가지 놀이를 위해서 산 밑으로 흐르는 조그만 개울 속에 돌을 들어내 보았다. 몇 개의 돌을 들어내고 맑은 물이 고이기를 기다려 살펴보니 역시 1급수에만 산다는 가재가 웅크리고 있었다.
"얘들아, 가재도 잡아볼래? 여기 가재도 있다. 이리와 봐."
올챙이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개울가로 모여 들었다. 내가 발견한 새끼 가재 한 마리를 보여주자 아이들의 흥분은 극에 달해서 집게에 물리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서로 만져보려고 다툼이 벌어졌다.
"여기 개울에 있는 돌들을 이렇게 살살 들어보면 가재가 웅크리고 있거든. 가재가 집게발을 떼어 놓고 도망치기 전에 잡는 거야. 알았지?"
그 날 우리 동네 네 아이들의 침입으로 올챙이와 가재가 수난을 당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울려 퍼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로 조용하던 골짜기가 활기를 띠니 참 좋았다.
가재 4 마리와 올챙이 한 바구니를 전리품으로 챙겨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돌아 온 아이들은 마당의 돌절구에 물을 담아서 올챙이와 가재를 키워서 개구리가 되는 과정을 관찰하기로 했다.
다음 날 오후 나는 우리 집에 찾아 온 꼬마 친구를 보고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완휘의 동생 여섯 살짜리 미래가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고 모래 놀이를 하는 장난감 뜰채와 바구니를 든 나름대로 완벽한 차림새와 장비를 갖추고는 올챙이를 잡으러 가자고 우리 집 현관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전날 잡은 가재가 올챙이를 다 잡아 먹어 버려서 새로 잡으러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미래의 동갑내기 친구인 우리 딸 정선이까지 합세해서 김치거리를 절여 놓고 김치 담기 준비에 한창인 내 치마 꼬리만 쫓아다니면서 조르는 데 당할 재간이 없었다.
"정선아, 미래야 올챙이가 알을 낳았어. 이리와 봐."
그래도 학교에 다니는 오빠들이라고 돌절구에 잡아 놓은 올챙이를 살펴보며 내 눈치를 보던 제선이와 완휘의 감동에 찬 목소리에 미래와 정선이가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런데 올챙이가 알을 낳을 수 있던가?'
덧붙이는 글 | 인터넷 부여 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