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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의원, 언론 탓만 할 게 아니죠

정부가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일을 할 수 있나? 없나? 하는 질문은 매우 바보 같은 질문이다. 정부는 당연히 국민들의 취업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어떻게? 일자리를 많이 만듦으로서 실업률이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나라가 일자리가 없어서 문제인가? 전체적으로 볼 때, 일자리는 사실 그리 부족하지 않다. 문제는 '고학력 청년층'의 실업문제인데, 이 문제는 단순히 전체적인 일자리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등학교 진학 때, 일반계와 실업계로 진로가 나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역시 '대학진학'과 '고졸취업'으로 진로가 나뉜다. 실업계나 고졸 취업이라는 진로 결정은, 반드시 선택만으로 그렇게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가정형편 등 개인이 선택 불가능한 요소에 의해 고려될 수 있으므로), 일반계나 대학진학으로의 진로 결정은, 명백히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임을 명심하자.

'고학력'이라 함은 이렇게 개인의 선택을 통해서 얻어지는 결과일 뿐이다. 개인의 선택에 따른 모든 결과에 대해, 국가가 무제한적인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 유시민씨의 최근 발언은 이러한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 대학진학이나 일반계를 선택하려면, 자기 능력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결정하란 소리다. 진학이나 인문계가 반드시 성공된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당연한 진리. 너무나 당연한 이 진리를 전제로, 유시민 의원은 원론적인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것 뿐이다.

사실, 국가가 '의무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학교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균등한 기회의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일어나는 개인의 모든 선택에 대해서조차, 국가가 끊임없이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난 21일 <오마이뉴스> 양중모 기자는 "이런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아 오랜 시간 공부를 한 것이고, 좋은 기업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아 오랜 시간 공부를 한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현명하지 않은 선택인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의 몫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문제 아닐까? 그런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유 의원이 '립 서비스'를 하는 거야, 어렵진 않다. 그러나, 양중모 기자는 유 의원으로부터 그런 식의 입 발린 소리를 기대하는가?

15년 전만 해도, 입시전쟁에 찌든 학생들을 위해 대학문을 넓히자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 결과 대학 문은 넓어졌다. 그런데 학생들은 여전히 입시전쟁에서 해방되지 못했으며, 오히려 '고학력 청년실업'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대졸자가 많아지는 줄 알면서도, 대졸자 프리미엄을 누리고자 대학진학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감수해야 할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 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나는 되묻고 싶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는 '학력(學歷) 차별'이라는 더 시급하고도 더 중요한 난제가 앞에 놓여 있다. 고학력 청년 실업자들을 만족시키며 취직시키다 보면, 학력 차별에 동조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학력 차별을 철폐하는 것과 고학력 청년실업자들의 입맛을 맞춰가며 그들을 취직시키는 것 중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취해야 할 바람직한 선택은 어디에 있는가? 어느 것이 더 생산적이고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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