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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한중인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원기 국회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25일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함께 배석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는 "룰라 대통령이 속한 브라질 노동자당(PT당)과 한국의 민주노동당은 명실공히 자매당"이라며 '동지애'를 나타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99년부터 PT당과 교류해왔다. 브라질 선거가 있던 지난 2002년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은 민주노총과 함께 PT당을 방문했으며, 당시 당 사무총장이던 노회찬 의원은 룰라 후보에게 인삼을 선물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2002년 대선에 히트친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라는 슬로건 역시 룰라 후보가 쓴 '국민 여러분, 행복해지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의 벤치마킹이었다.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슬로건은 PT당이 원조

그러나 이번 방한에서 룰라 대통령은 민주노동당을 방문하지 않았다. PT당에서는 룰라 대통령의 직접 방문이 아닌 형태로 여러가지 만남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결국 노동자 대통령과 진보정당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업인 100여명을 대동하고 투자유치를 위한 방한이었던 터라 민주노동당이 자매당이라고 해도 부담스러운 파트너였던 것 같다.

이번 룰라 대통령 방한과 관련, 교류 사업을 추진했던 배준범 민주노동당 국제부장은 "애초부터 룰라 대통령과의 만남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의 방한 목적이 세일즈외교였던 데다가 소수 의석을 가진 야당과 국가운영을 생각해야 하는 집권 여당의 처지는 처음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PT당 측에 "룰라 대통령 방한에 맞춰 당 대표단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PT당에서는 "전례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으며, 내부 검토를 거쳐 방한 한 달 전에 "룰라 대통령과 PT당이 국제 현안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해서 엇박자가 나면 곤란하다"고 불가 통보를 했다.

대신 PT당에서는 당 소속의 외교안보 보좌관과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회동을 제안했다. 민주노동당에서도 이에 대해 찬성했으나 방한을 며칠 앞두고 브라질 국내사정 때문에 이마저도 취소됐다.

배준범 국제부장은 이같은 과정에 대해 "아쉽지만 PT당이 먼저 여러가지 가능성을 검토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그동안 자매당이 집권정당이 된 경험이 없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제관계에 대해 다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집권하면 룰라 대통령과 같은 고민을 할 수 있어"

이번 방한이 민주노동당에게 남긴 고민은 대외관계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배 부장은 "우리도 의석수가 늘어나거나 집권당이 되면 룰라 대통령과 PT당과 같은 고민을 하지 않게 되겠냐"며 "진보진영에서도 룰라 대통령에 대한 찬반 여론이 있는 것은 룰라 대통령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천영세 의원단대표 역시 룰라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진보진영이 룰라 정부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룰라 정부가 전세계 민중들의 고통을 해결하고 세계 평화에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여전한 기대를 나타냈다.

▲ 지난 2002년 브라질 노동당 대통령 후보 룰라를 만나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이 고려인삼을 선물하는 장면.
ⓒ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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