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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어 여행은 뜨거운 사막에서의 차가운 냉수 한 잔과 같습니다. 지치고 지칠수록 한 잔의 물은 더 달고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주겠죠?

▲ 이런 전철을 탈 때마다 떠나고 싶어집니다.
ⓒ 정상혁
도시의 번잡함에 지쳐 있다면 청산도로 한 번 떠나보는 게 어떨까요?

▲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완도를 떠나 청산도로 향합니다.
ⓒ 정상혁
청산도는 얼마 전 막을 내린 <해신>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완도에서 배로 40여분 떨어져 있습니다. 이곳 청산도는 마치 제주도처럼 섬의 외곽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의 섬입니다.

어떤 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것이 마치 강원도 어느 산골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또 이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 한자락이 산속에 둘러싸인 호수인 양 착각을 불러일으키게도 하지요. 자 그럼 청산도를 한 번 둘러볼까요?

청산도의 첫 번째 볼거리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서 진도 아리랑 대목이 촬영된 돌담으로 쌓은 황톳길입니다.

▲ 서편제 촬영지를 알리는 표지. 너머로 이어진 황토 돌담길이 보입니다.
ⓒ 정상혁
<서편제>에서 유봉이 봉화와 동호를 이끌고 소리공부를 하러 들어가는 길에 진도아리랑을 주고 받으며 한바탕 놀다 가는 곳입니다. 저 길 너머 어디쯤에선가 지금이라도 진도아리랑을 하며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청산도는 어업보다는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많다고 합니다. 청산도에서는 주로 마늘농사를 많이 짓는다고 하는데 바로 지금이 마늘을 수확하는 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이때쯤이면 개도 마늘을 물고 다닌다나요?

▲ 보리와 마늘을 수확이 한창입니다. 참은 음료수와 빵 그리고 시원한 맥주
ⓒ 정상혁
참을 드시는 농부 옆을 지나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해보십시오. 틀림없이 먹을거리를 권하실 거예요. 그러면서 이런 저런 궁금한 것도 묻고 답하면서 또 다른 여행을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질문 하나 할까요? 청산도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범바위입니다. 멋진 일출과 탁 트인 전망이 아름다운 곳인데 이 날은 잔뜩낀 구름때문에 이곳의 진면목은 볼 수 없었습니다. 원래는 오솔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올라가야 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만난 구장리 부녀회장님 부부의 안내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 청산도에 3년 사셨지만 30년 사신 듯 설명을 잘해주셨던 두 분.
ⓒ 정상혁
서울에서 살다가 3년 전 이곳에 내려와 산다는 부부는 서울 토박이라서 청산도에서 서울에 대한 향수를 갖고 계신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서울 번호판 차나 서울 사람들만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서 집으로 모셔와 차라도 한 잔 대접해 보낸다고 합니다.

▲ 오른쪽 중간에 툭 불거진 것이 범바위, 왼쪽 능선꼭대기는 매바위입니다.
ⓒ 정상혁
중간 오른쪽이 범바위이고 왼쪽 위가 매바위입니다. 글쎄요, 호랑이를 닮은 것 같지는 않은데, 미처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매바위가 있어 이곳 청산도에는 잡새들이 살지 않는다고 합니다. 거북이 형상을 한 저 곳은 섬은 아닙니다.

▲ 이곳저곳에 거북이 모양으로 생긴 곳이 많습니다.
ⓒ 정상혁
해안선을 따라 일주도로를 낸다고 공사가 한창인데 거북이 등껍질을 떼어내려 칼집을 넣은 듯해 안타깝습니다.

▲ 산딸기 두 손 가득. 탐스러운 것이 맛도 좋았습니다.
ⓒ 정상혁
돌아다니다 보면 지천으로 널린 것이 산딸기입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딸기를 땄는데 5분이 지나니 두 손바닥을 모두 덮을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덩굴 아래쪽은 굉장히 조심해서 따야 합니다. 뱀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섬인데 바닷가도 둘러봐야겠죠? 이곳은 섬 바깥쪽을 따라 몇 개의 해수욕장이 있는데 제가 가 본 곳은 진산리의 갯돌밭과 100년 넘은 해송 그리고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는 지리해수욕장 두 곳입니다. 진산리 갯돌밭에 가면 잔잔한 파도가 갯돌들을 쓰다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바다속 갯돌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한 바다입니다.
ⓒ 정상혁
오랜 세월 파도와 부딪치며 갯돌들은 둥글둥글한 예쁜 돌로 태어났습니다. 바다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깨끗한 이곳에서라면 여름 피서철에 예쁜 돌 찾기도 하고 수영도 하며 반나절 정도는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합니다.

지리해수욕장은 밀물 때 바다에서 밀려내려온 미역줄기며 홍합 같은 것으로 해변은 좀 어지러웠지만, 두어달 후에 가족단위 피서객들로 가득차 있을 해변가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집니다. 조개가 많은 해변인지 모래에 조개껍질이 많나 봅니다.

▲ 이제 떠나세요.
ⓒ 정상혁
아침배로 청산도에 들어와서 저녁배로 나가려면 무척이나 아쉬움이 많이 남아 망설여질 것 같은 청산도를 사진 몇 장으로 빠르게 돌아봤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은 사진으로 잠시 좋아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짐을 꾸려 길을 나서는 데 있습니다.

언제요? 바로 지금!

덧붙이는 글 | 완도에서 하루에 4번정도 배가 있습니다. 배 시간은 자주 변하는 편이라 미리 확인하고 떠나셔야 합니다. 청산농협 (061) 552-9388(여객선이 청산농협 소속입니다)

청산도 일주 가이드해주신 구장리 부녀회장님 부부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두 분 때문에 이번 여행이 백배쯤 더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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