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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손에 있다."
이것은 피천득님의 <오월>이란 글의 일부분이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라고 시작하는 이 글은 "오월을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이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또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모란의 달"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월은 신록의 달이다"라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이어서 "전나무의 비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라면서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라고 끝을 맺는다.
그 오월이 저물어가고 있는 즈음에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전시실에서 서울지하철공사 서각회의 작품을 만났다. 이 전시는 5월 23일 시작하여 28일에 막을 내렸다.
서각이란 글씨나 그림을 나무나 기타 재료에 새기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서각 전시회는 그림 전시회나 서예전 또는 시화전처럼 흔히 보아오던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서각이란 말이 낯설었다.
그때 이 서각 전시회를 준비한 서울지하철공사 서각회 류영태 회장으로부터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우리나라의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예를 든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계속하여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 음각, 양각의 기법과 음양각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로소 고궁이나 사찰, 정자나 루의 현판 등이 떠올라 고개가 끄덕여졌다.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옛멋이 물씬 드러난다는 점이다. 특히 사군자의 매란국죽과 한국화의 느낌을 가득 담은 매화, 소나무를 나타낸 서각 작품에서 우리 조상의 숨결을 떠올릴 수 있었고 전통적인 서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옛 사찰이나 정자 등에서 보았던 현판과는 달리 새로운 기법이 느껴졌다. 즉, 진한 연두빛의 색상을 채색으로 사용한 것이 새로와 보였다. 이는 칙칙한 나무결과 대조를 이루어 조화로왔다. 이러한 것이 온고지신이 아닐까? 서각을 단순히 옛것으로 여긴 짧은 생각이 현대적 기법과 좋은 글귀들을 읽는 동안에 사라졌다.
"벗을 사귐에 반드시 의협심 지녀야 하고 한 점 순수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땀방울을 흘려가며 무딘 칼끝에 정성을 가득담아 낸 글과 그림이 참으로 멋스러웠다. 채색의 농도를 달리한 이병학 님의 작품 '님'은 친구라는 말이 더 자주 사용되는 오늘날에 벗이란 말의 깊은 뜻을 전해주었다.
서각의 멋을 전해준 이 전시회는 옛스러운 멋을 오늘날에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새롭게 거듭 태어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덧붙이는 글 | * 국정넷포터와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