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시간짜리 장거리 버스는 많이 타봤지만, 장거리 침대버스는 처음이다. 사실 일부러 타보려고 기차예매도 안 하고 버스로 정한거지만…. 하여간 따라가서 배정받은 침대는 화장실옆, 버스 제일 뒤쪽의 침대다. 다른 침대는 나름 대로 몸을 비틀 여유가 있지만 이 끝자리 침대 두 좌석은 누운상태에서 몸을 일으킬 수가 없을 정도로 무척 낮다. '이런 상태로 20시간은 갈 수 없지! 절대로!'. 원래 내 자리인 '6번'으로 교환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에휴~ 정말! 당연히 짐싸들고 환표(퇴표)를 요구했다(이런 경우를 드물지 않게 만납니다. 환표도 무척 힘듭니다. 여러가지로).
운전사와 차장을 겸임한 3명(왜냐면 장거리 침대버스는 보통 2~3명의 기사가 타서 교대로 운전을 합니다. 보통 하루 이틀거리라 '차내화장실'이 있는 침대버스는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차내화장실'이 없는 침대는 식사시간과 부정기적인 화장실 이용시간을 제외하고 역시 종일 운전합니다)이 둘러싼다.
내 짧은 중국어듣기에 '왜! 실내에서 신발을 신고 있느냐!'가 이들이 나를 둘러싼 이유다. '나 내려, 환표한다'고 해도 '신발'을 핑계로 '환표'를 막으려는 거다. 두세 걸음만 디디면 바로 내릴 수 있는데 앞, 옆, 뒤에서 한 명씩 가로 막는다.
'비켜!' 점잖게 요구했지만 막무가내다. 한 십여분 3명에게 가로막혀 내리지도 못 하니 화가 났다. 이번엔 점잖지 못한 한국어가 나왔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시에 주먹들이 날라왔다. '퍼버벅!' 뭐 장소가 워낙 좁은 곳이라 제대로 된 가격은 아니였지만, 그 중 한 발은 정확히 내 눈 부위에 맞았다.
약간의 쇼크 상태. 힘으로 차에게 밀고 내렸다. 여행동호회회원들이 십시일반해서 사준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촬영. 때린 사람, 차, 부러진 내안경…. 폭력을 폭력으로 대응하는건 남의 나라에서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 중 하나다(말은 안 통해도 감정은 통합니다.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만약 물리적 충돌이 생길 경우라면 최대한 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시거나, 아니면 '꽁안(公安, 중국경찰)'을 외치셔야 합니다. 상황이 누구 잘못이냐와 상관없이 설명 가능한 중국어 실력이 없다면 더욱 그래야 합니다. 저처럼 한국어로 감정을 표출하신다면 오해만 더욱 깊어집니다. 여행자의 안전은 여행자 스스로가 지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힘들게 파출소를 하나 찾아갔다. 자기를 관할(구역)이 아니라고 역파출소로 가라고 한다. 에휴~ 철밥그릇들 돌리기인가? 뭐 할 수 있나 가리키는 곳으로 갔다. 여차하면 대사관에 전화할까 하다가 이런 일로 국가외교행정력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해서 혼자 해결하기로 결정! 우리 나라 여행객 중 '중국공안'과 만남을 겪는 여행자가 몇이나 있을까? 이것도 좋은 여행, 좋은 경험이라고 자위하면서(중국여행시에는 반드시 '중국어가 되는 사람'의 전화번호 하나 정도는 준비해 가셔야 합니다. 중국내 지인 전화번호나 아니면 '민박집' 전화번호 하나는 꼭 챙겨가셔서 통역이 필요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역파출소에 가니, 지역 경찰담당이라고 기다리라고 한다. 지역경찰이 와서 해당 차량은 벌써 도주(?)했다고 한다. 지역경찰서에 기다리고 있으니 한 시간 정도 지나고 차주겸 사장 등장. 사건담당 경찰이 묻기에 '박살난 안경 보상, 3명의 사과를 원하다'고 했다. '손해배상'도 청구하고 싶었지만, '한국인이 돈때문에 어쩌고 했다'는 치사한 해석이 될까봐 일부러 뺏다. 담당경찰이 그런다. '그러지 말고 산동 유방에서 호남 장사까지 무료로 가라'고 한다. 흠…. 사전에 차주겸 사장하고 어떤 언질이 있었나? 좋다고 했다.
뭐 나름 대로 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런건지, 경찰 무서워 하는 중국인이라 그런건지, 문제를 해결 해야 하는 업주라서 그런지 몰라도 나름 대로 아주 겸손한 자세로 사과한다. 배고프니까 밥사라고 하니 좋아한다. 뭐. 중국식 해결이나 상담은 '뭘 먹고나서 시작'하는 걸 알기에 화도 좀 풀렸고.
산동요리집에 데려가더니 산처럼 쌓은 돼지갈비간장조림, 닭똥집튀김, 부추돼지고기볶음 그리고 산동 명주라는 '음양춘'을 대접받았다. '친구하자!'고 해서 '좋다!'고 했다. 이틀에 한 편이라더니 내일 떠나는 버스를 타라고 한다. 흠. 안경수리하고 다시 집으로 귀가. 에고 내 피 같은 하루가.
산동 평도에서
배나온 기마민족
자티올림
덧붙이는 글 | ㅇ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ㅇ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ㅇ '여행일기'라 평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제가 올리고 있는 '중국배낭길라잡이'의 내용을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