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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을 전혀 사용 안 하는 생태자연농법을 12년째 하고 있는 나는 풀을 '키운다'. 풀을 제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동반자로 보기 때문이다. 잡초는 토양에 산소공급을 할뿐더러 보습효과도 있다. 익충을 보호하여 해충방제에도 한 몫을 한다. 풀을 베어 덮으면 밭의 잡초는 더 못 자라게 되고 도리어 2모작 때 좋은 거름이 된다.
제초제를 뿌리고 비닐로 땅의 숨구멍을 다 틀어막는 것을 나는 '과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땅 속의 '미'생물과 '소'생물들을 죽이고 수자원을 오염시키며 땅을 산성으로 만드는 화학농법으로 건강한 생명의 밥상을 차린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참된 과학은 무엇일까?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키지 않고 하늘의 도리와 자연의 운행에 역행하지 않고서도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 바른 과학이지 않을까?
황우석 교수팀이 광우병에 안 걸리는 소를 만들었다. 모든 언론이 열광했다. 광우병이라는 병이 왜 생겼는가? 채식동물인 소에게 소고기와 양고기를 고단백 사료로 만들어 속성으로 사육하는 과정에서 생긴 병이 아닌가. 인간의 탐욕이 빚어 낸 천형이 광우병인데 병의 원인을 없애지는 않고 내성만 키운다면 소에게 무제한의 육식사료를 주겠다는 것인가.
동네 앞개울을 깨끗이 낫으로 깎아 한 시간여 만에 트럭에 가득 풀을 실었다. 덤으로 돌미나리도 한 소쿠리나 뜯었다. 개울가에 버려져 있던 페트병이랑 깡통이랑 농약병, 비닐쓰레기도 한 자루나 수거했다. 이를 본 동네 할아버지가 장마철에 물 잘 빠져 좋겠다고 한마디 했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 일석사조 인 셈이다. 소홀히 할 수 없는 경제외적 가치들이다.
황우석 교수팀은 여성 난자 제공의 윤리문제가 거론되자 인조난자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정란 자체를 생명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제기에 대한 황교수팀의 대응이다. 인조난자의 수정란은 생명이 아니란 말인가? 신발 벗고 방에 들어오라고 했더니 맨발로 돌아다니던 사람이 신발을 신지 않았다면서 그냥 방에 들어가는 꼴이다.
연구팀원인 한 여교수는 자기의 가족이 난치병이라면 자기의 난자를 기꺼이 제공하겠노라고 말했다. 난자제공을 경계하는 것은 난치병자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인간공장'이 만들어져 국가동원체제하에서,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악용되는 끔찍한 가정에 대한 예방이고 주의인 것이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몇 년 전부터 제초제 저항성 잡초가 전국에 걸쳐 번지고 있다. 기존의 '설포닐우레아계' 제초제는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독성이 강한 새로운 제초제를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재앙의 씨앗을 만드는 개발과 연구는 대응기술을 개발하느라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다. 애국주의와 성급한 난치병치료 기대에만 휩싸여 황교수팀에게 열광부터 한다면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내 고추밭에서는 종일 '과학'이 만발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일보 5월 30일자 고정칼럼 [새벽메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