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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 신미희 기자(통역 박지혜)
번역 : 토드 태커, 이민정 기자
사진 : 안홍기 기자


▲ 게빈 오렐리 세계신문협회(WAN) 회장대행은 지난 5월 30일 WAN 개막식 연설에서 한국의 새 신문법에 언론자유 침해 요소가 있다고 주장, 논란이 됐다. 그는 3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내 발언은 부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게빈 오렐리 세계신문협회(WAN) 회장 대행이 30일 WAN 개막식 연설에서 한국의 새 신문법에 언론자유 침해 요소가 있다고 주장,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신문법의 시장점유율 제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들고 "언론자유를 제한해 신문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계획이 있다"며 한국 언론입법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신문업계 등에서는 WAN이 기본 사실조차 틀린 편향된 주장으로 한국언론 현황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 5월 31일 오후 세계신문협회 총회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회의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그는 "한국의 신문법 제정은 WAN에게 언론자유 침해로 보였다"면서 "내 발언은 부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새로운 신문법 제정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막는다는 이유에서이다. WAN의 정책상으로도 신문법은 '나쁜 법'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만약 신문의 시장점유율이 악용의 소지가 있다면 기존 공정거래법으로 다뤄야지 미디어 전용의 새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러나 그는 한국의 새 신문법 원문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신문협회 브리핑 내용과 2∼3개월전 신문법 이슈가 WAN에 알려진 뒤 독자적 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에 의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원문을 직접 읽었다면 한국의 동료기자들에 대한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언론권력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의 축사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했지만 WAN의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언론들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그 반대되는 의견에 대응하는 법안을 만들면 안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게빈 오렐리 WAN 회장대행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필요한 말 했을 뿐"

ⓒ 오마이뉴스 안홍기
- 어제(30일) 연설 때문에 매우 유명해졌다
"필요한 말을 했을 뿐이다."

- 한국언론의 자유에 대해 우려했는데 그 요지는?
"한국이 오늘날 언론의 자유를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신문법은 실행단계는 아니지만 언론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 신문 발행인과 정부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존재한다. 정부는 시장권력을 제한하려고 시도하고, 그런 시도가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게 된다."

- (한국 신문법) 원문을 봤는가.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내용에 대한 브리핑을 잘 받았다. 만약 원문을 직접 읽었다면 한국의 동료 기자들에 대한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을 것이다."

- 원문 보지 않고 (자료만) 들어서 팩트가 잘못 전달된 내용도 있는 것 같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오늘날 한국은 언론의 자유를 갖고 있다. 만약 (시장점유율이) 악용의 소지가 있다면 현존하는 시장경쟁 논리로 다뤄야 한다.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제한하는 새로운 신문법을 제정하는 것보다 낫다."

- 한국 언론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른 의견을 접할 기회가 있었나.
"일부는 내가 말한 것에 동의하기도 하고, 혹은 WAN의 입장에 반대하기도 했다. 그 자체가 건강한 구조다. 신문법에 대해 아주 다른 시각을 가진 이해집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WAN은 언론자유의 제약이 없기를 바란다."

- 혹시 신문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나눈 이가 조·중·동 소속인가.
"여러 사람들이 해줬다. 하지만 주로 WAN 회원인 한국신문협회에서 알려온 내용이고 WAN에서 독립적인 조사를 하기도 했다. 자세한 것은 실무자에게 물어봐라. 신문법 제정 이슈가 (WAN)에 알려진 것은 2∼3개월 전이다."

- 그러나 WAN이 한국의 다양한 의견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분명히 하고 싶다. WAN이 하는 일은 국내의 내부 논쟁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다. 외부 압력이나 법제정으로 언론환경이 제약받느냐는 게 우리의 이슈다. 우리 시각에서 볼 때 악용이 있다면, 현존하는 공정거래법으로 다뤄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언론법을 제정할 필요는 없었다."

- 어제 연설 이후 WAN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고 한국신문협회를 탈퇴한 신문사도 있다.
"기자가 말한 것 외에 그런 비판에 대해 모른다(웃음). 그들이 WAN을 비판한다면 우리에게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 (신문사 탈퇴 소식은 모르지만) 그래서 민주주의가 좋은 것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대로 할 자유를 갖고 있다."

- 기본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입장을 발표했다는 지적도 있다.
"내부 논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WAN의 입장은 변함 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 이미 공정거래법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신문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새로운 신문법 제정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막는다고 생각한다. WAN의 정책상으로도 나쁜 법이다.

WAN은 지역적 논쟁이나 경쟁문제 등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저 자유롭고 열린 언론이 있다는 것을 보증한다. 모든 나라가 그들 고유의 '경쟁' 이슈를 주시할 것이다. WAN은 한국의 특정 신문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단지 언론의 자유라는 WAN의 본질적인 이념을 위해 일할 뿐이다."

- 이번 신문법에 대해 환영하는 언론사는 물론 기자들과 시민단체도 많다.
"왜인가."

- 개정법은 민주적으로 더 발전됐으며 노조, 시민단체와 기자, 학자 등이 수년 동안 노력해서 바꾼 법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신문법의 이슈는 특정 보수신문의 권력집중과 연관되어 있다. 신문법은 시장점유율의 악용을 다룰 만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WAN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은 언론의 자유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 신문법은 유럽의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의 관련법 일부를 적용한 것이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서 우리가 본 법들과 상당히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들 사이의 근소한 차이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클지도 모른다."

- 그러나 회장 발언이 새로운 법을 반대했던 쪽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우리 입장은 간단하다. 한국은 언론의 자유를 갖고 있고, 국가가 나서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둘 필요는 없다. 그것이 WAN이 말하는 한 가지다. 만약 특정 이해단체가 이견을 보인다면 그들은 명확하게 그 견해를 표현해야 한다. 세계 어느 시장이든 경쟁의 원리를 이용해서 규제를 가하는데, 이런 것을 왜 미디어법에 직접 도입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신문법 원문 못봤다, 주로 한국신문협회에서 알려준 내용 근거"

ⓒ 오마이뉴스 안홍기
- 이번 법은 정보자유를 제한하는 조항은 전혀 없고, 독과점 이상 비율을 차지한 신문사가 불법으로 경쟁하려고 할 때 그 불법 자체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신문법은 '무죄를 증명하기 전까지 유죄'라는 이미지를 준다. 한국은 궁극적으로 언론 자유법을 갖고 있다. 그것이 한국이 번영하게 된 이유다. 언론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나는 기자가 언급한 불법행위에 대해 알지 못한다."

- 혹시 '조·중·동'을 들어 본 적 있는가.
"들어본 적 없다."

- 한국의 3개 신문이 거의 신문시장의 70∼80% 이상을 점유했던 독과점이 문제가 돼왔다.
"TV, 인터넷, 메트로 같은 무가지 등을 선택하는 것은 대중의 취향이다. 여러 형태의 미디어가 있고, 사람들이 (원하는) 신문을 사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사람들은 원하는대로 결정한다. 만약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매출은 자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전거 신문'이라고 할 정도로 세 신문사가 10년 넘게 불법으로 경품을 많이 줬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들 신문이 그렇게 시장을 장악했다고 보고 법개정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비정부기구(NGO)나 웹 블로거와 같은 특정 이해집단의 논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 신문들의 홍보행사를 불법으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세부적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독자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프로모션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보긴 힘들 것 같다."

- 그 신문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면 독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다른 미디어도 보도하고 있다고 본다. 인터넷, 라디오, TV 등이 보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사람들이 정보를 제공받는 곳이 오직 신문뿐'이라면, 신문 제작자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를 생각하지 않는다. 뉴스와 정보를 위한 다른 수단들이 많이 있다."

- 언론법 당사자들과 공개토론하겠다고 했는데, 정말 토론할 의사가 있는가.
"WAN은 신문법과 같은 이슈에 대해 우리를 이해시킬 수 있는 정부 관계자와 토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신문법에 대해 많이 보고 들을수록 한국 신문과 미디어산업의 경쟁이라는 이슈에 내부 경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상적 경쟁법으로 다뤄져야 한다. 당신들은 조·중·동이나 특정 웹 블로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분명 그들이 소비하고픈 언론을 선택할 권리를 갖고 있다."

- 그럼 한국 언론이 탄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한국의 전문 정치평론가는 아니다. 당신의 생각은 자유롭고 개방적 언론에 나타난다. 우리가 신문법에 대해 우려하는 바는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해하는 바에 의하면, 한국은 자율적인 구조라 기자들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신문이든 방송이든 시장점유율 제한이 없어야 한다고 보는가.
"사견을 묻는 것인가.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에는 그와 관련된 법이 있다. 삼성, 현대, 대우 등 모두가 그런 법의 지배를 받는다. 왜 유독 미디어만 다른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가. 왜 같은 규칙 아래 둘 수 없는가."

- 한국 신문은 그동안 시장점유율을 제한 법률을 적용받지 않았다.
"왜 그런가. 우리가 개념을 혼동하는 것 같다. 신문, TV, 인터넷 등 모두가 기업이다. 그들은 이익을 추구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동차를 만드는 것과 같은 사업이다. 만약 자동차 생산에서 시장점유의 악용이 있다면 관련법으로 제재를 받아야 한다. 자동차 생산업체를 규제할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가 없듯 미디어도 새로운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

다른 산업을 위한 법처럼 미디어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게 적절하다. 서구 민주주의처럼. 불행히도 한국은 새로운 걸음을 내딛기로 결정했고,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이것은 WAN에게 언론자유의 침해로 보였다. 우리는 언론자유에 대한 어떤 제한도 비판적이다."

"미디어 시장점유율 제한은 필요, 그러나 별도 법제정은 반대"

ⓒ 오마이뉴스 안홍기
- 언론의 자유가 독자의 자유인가, 신문을 만드는 사람의 자유인가.
"독자는 매일 선택권을 갖고 있다. 그들은 한국 TV를 보든, 라디오를 듣든, 메트로를 읽든, 뭐든지 할 수 있다. 당신도 선택권을 갖고 있다. 시장은 항상 옳다. 그래서 발행인과는 관계가 없어졌다. 사람들은 매일 선택권을 갖고 있고 그렇게 되었다. 내가 본 경쟁력 있는 시장은 새로운 기술을 봤을 때였다.

- 한국에서도 시장의 자율경쟁은 찬성하지만 자본의 힘에 의해 언론이 영향받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원초적인 논쟁거리이다. 경쟁의 증가는 한국 시장의 두드러진 특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소비자의 더 많은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오마이뉴스>를 봐라. 창간한지 얼마나 됐는가. 언론인들은 새로운 형태를 만들기를 원한다. 더 많은 경쟁과 선택, 다양성을 허용하는 신기술이 생겨난다."

- 노무현 대통령 축사를 영어로 본 적이 있는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했지만 WAN의 입장을 바꿀 수 없다. 한국에 이미 존재하는 공정거래법은 시장우위의 어떠한 인식에도 도전할 만큼 충분히 견고하다. 미디어를 규정한 새로운 법은 필요 없다."

- 노 대통령 견해에 반대하는 면이 있는가.
"많은 발언이 그랬다. 하지만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정치에 밝지 않다. 진실이든 아니든,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말할 입장이 아니다. 대통령이 그런 시각과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언론들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그 반대되는 의견에 대응하는 법안을 만들면 안된다."

- 공개 토론을 대통령과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자유시장경쟁 원리를 이용해 제재를 가하면 가했지 새로운 법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이) 특정 기사를 거론했는데 그것 자체는 시각이 의심스럽고, 자기 자신을 위한 목적인 것 같다."

- 만약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해 파악한 내용이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다면 발표 내용을 수정할 의사가 있는가.
"내 발언은 그렇게 부당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주 간단했다. WAN은 한국이 언론자유의 가치를 믿는다면, 언론자유를 제한할 일련의 법안들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고 본다. 한국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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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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