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경북대학교(총장 김달웅) 강연회로 인한 '불똥'이 경북대측으로 튀었다. 경북대학교가 학교 공식행사도 아닌 박 대표 강연회를 학교방송국을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3일 오후 6시 박 대표의 강연이 끝난 뒤 경북대 총학생회(회장 김규탁) 소속 간부 등 30여명은 경북대 본관으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날 항의시위는 박 대표 강연회를 '이례적으로' 지원했던 학교측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학생들은 '특정 정당에 굽신거리는 경북대 본부 규탄한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학교측 해명을 요구했다.
김규탁 총학생회장은 "정치인 초청 강연회는 정파를 떠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립대학이 특정 정치인만 유독 지원하는 것은 한나라당에게 알아서 기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학교측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진행된 박 대표 강연회를 학교방송국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했다. 대학측도 아닌 비운동권 학생모임 '희망연대 21'이 주최한 강연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해준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북대는 지난 4월 한나라당 소속 이명박 서울시장의 초청 강연회를 제외하고는 동티모르 대통령 영부인 및 외무장관 강연회,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나 유시민 의원 등 연이은 정치인 강연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해준 전례가 없다.
총학생회는 특히 주최측이나 한나라당쪽에서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일부 대학 관계자 판단만으로 생중계가 가능했던 것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단순한 장소협조뿐만 아니라 방송국 기자재와 인력을 동원해 생중계를 한 것은 범위를 벗어난 특정정당 지원이라는 것.
이에 대해 주달식 경북대 비서실장은 "대학측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했을 뿐 지원요청은 없었다"며 "강연회장을 찾지 못하는 교직원을 위해 생중계할 생각이었다"고 해명했다. 주 비서실장은 "하지만 특정 정당이었기 때문에 생중계해준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요청이 없어서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규탁 총학생회장은 "단순히 정당간 형평성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면서 "민감한 정치적 사안일수록 처신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의구심을 산 것으로 학교측이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