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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 개막행진에서 투기자본에 대한 과세를 주장하는 투기자본감시센터 회원들.
지난 1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 개막행진에서 투기자본에 대한 과세를 주장하는 투기자본감시센터 회원들. ⓒ 투기자본감시센터

외국계 자본의 세금회피를 막는 방안이 적극 추진된다.

정부는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명목회사를 통해 국내에 투자해 얻은 주식양도차익, 이자, 배당 등 투자소득에 대해 실질투자가가 누구냐에 따라 과세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하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조세조약(이중과세방지협약)을 이용, 조세를 회피하는 행위를 막기위한 조세조약 개정도 적극 추진된다.

재정경제부는 6일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와 국내 자본의 해외투자가 갈수록 확대되고 투자형태도 다양화되는 현실을 반영해, 내·외국 자본이 조세조약을 남용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조세조약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두가지 방향

정부가 이날 밝힌 외국계 자본의 조세회피 대응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명목회사)를 세워 국내 투자를 할 경우, 페이퍼컴퍼니의 실제 투자가가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를 추적해 세금을 물릴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세법 개정안은 오는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다른 하나는 이중과세 방지를 규정하고 있는 조세조약을 개정,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우리가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상대방 국가와 조세조약 개정을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말레이시아, 미국, 일본 등 전세계 62개국과 투자소득에 대해 투자자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할 수 있도록 한 조세조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뉴브리지캐피탈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자본들이 조세피난처로 주로 이용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라부안을 조세조약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라부안은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지난 83년 조세조약을 체결한 이후 조세피난처가 됐다. 양국간 조세조약 적용 대상에 포함돼 외국자본들이 이곳을 거쳐 국내에 투자함으로써 세금을 피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계 펀드인 뉴브리캐피탈은 올해 초 제일은행 매각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지만,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법인등록을 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정부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체결한 조세조약에 대해서도 주식 보유비율 등에 따라 투자가의 거주지국 뿐만 아니라 소득발생지국에서도 세금을 물릴 수 있는 방향으로 조약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외국계 펀드가 우리나라 기업이나 금융회사 등에 25% 이상 지분을 투자했을 경우 국내에서 과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또 자산의 50% 이상이 부동산인 회사에 투자한 뒤 주식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서도 소득발생지 국가와 부동산소재지 국가가 과세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는 론스타의 사례를 겨냥한 것으로 론스타는 스타타워를 매각하면서 주식양도 방식으로 처리 세금을 물지 않았다.

배경

정부가 이런 방침을 내놓은 것은 우리나라가 맺은 조세조약이 대부분 70~80년대 체결돼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국제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조약이 자본이 궁했던 시절에 맺어져 우리에게 불리하게 된 경우가 많고 우리의 경제력 등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또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투자한 외국자본들이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세금은 내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권혁세 재산소비세 심의관은 "조세조약 남용행위를 막고 조세피난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번 방침은 외국자본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제를 국제기준에 맞게 구축하고 70~80년대 맺어진 조세조약을 현실에 맞게 고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조약 개정 전망은 "글쎄..."

그러나 조세조약 개정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정부는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말레이시아측과 라부안을 조세조약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지만 쉽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라부안의 경우 일부 국가들이 협의를 통해 조세조약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킨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 그만큼의 반대급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 체결된 조세조약에 대해서도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또 외국자본을 차별한다는 해외 여론과 투자가들의 반발도 변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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