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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제일 먼저 만난 게 찔레순입니다. 어느새 꽃잎은 다 떨어졌는지 하얀 찔레꽃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찔레순처럼 여린 아이들이 찔레순 꺾어 들고 껍질 까서 먹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찔레순 꺾으려다 가시에 긁히기도 하지만 통통한 찔레순 꺾어들면 의기양양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했었지요.

ⓒ 이기원
두 번째 만난 꽃 이름은 모릅니다. 나무나 잎사귀 생김새로 보면 아카시아와 꼭 닮았습니다. 그런데 꽃은 다릅니다. 동구 밖 과수원 길에 하얗게 피어나던 아카시아 꽃과는 달리 연 보라색 빛깔의 꽃입니다. 꽃으로 보면 등나무 꽃과 닮았습니다.

ⓒ 이기원
다음에 만난 꽃 역시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예전에 금대리 계곡에서 찍어 올린 꽃 중에서 개별꽃이 있었습니다. 기사를 올릴 때는 이름을 알지 못했는데 독자 여러분이 알려준 꽃입니다. 생김새로 보면 개별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개별꽃이라 확신할 만한 눈썰미가 제겐 없습니다.

정상에 올라서 아내는 훌라후프를 돌렸습니다. 결혼한 뒤 아내에게 훌라후프 돌리는 법을 배우려 애도 써봤지만 끝내 배우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주 쉽게 배워 잘 돌리는데 나만 혼자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 이기원
그래서 훌라후프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어디 사진 찍을 만한 꽃 없나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찍은 게 새로 자라는 솔방울입니다. 노란 송화 가루 바람에 다 날리고 연초록 솔방울이 자라고 있습니다. 찍어놓고 보니 어디론가 날아가려고 날갯짓하는 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이기원
내려오는 길목에서 또 다른 꽃을 발견했습니다. 솔방울처럼 생긴 꽃받침을 타고 돌며 꽃잎이 돋아 있습니다. 어릴 때 참 많이 본 꽃입니다. 저 꽃잎을 쏙 뽑아 뒤꽁무니를 빨면 달콤한 꿀이 입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친한 꽃인데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언뜻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몰라도 관심이 있으면 보이는 게 들꽃입니다. 관심을 두고 찾아보면 그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관심 갖고 친해지다 보면 이름도 알게 될 날도 있겠지요.

ⓒ 이기원
산을 다 내려오니 밭두렁에 돌나물 꽃이 만개했습니다. 스쳐 지나며 대충 보면 별 거 아닌 꽃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꼼꼼히 살펴보면 아주 귀여운 꽃입니다. 아는 만큼 보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는 만큼 친근감이 더한 건 사실입니다.

오늘 등산로에서 만난 이름 모를 들꽃들의 이름을 알게 되는 날, 녀석들은 더욱 친근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설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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