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추어 도착한 '무비월드'에는 평일인데도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입장권을 구입해 들어가는 데만도 20여분이 걸렸고, 동윤이와 함께 둘이서 '스쿠비 두(Scooby-Doo) 롤러코스터'를 타고 나오는 데 거의 1시간이나 걸렸다. 속도를 내는 놀이기구는 질색이라며, 혼자 밖에서 기다렸던 아내가 많이 무료했으리라.
뿐만 아니라 '폴리스 아카데미 스턴트 쇼'를 보기 위해서도 30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나 25분간 벌어진, 그 유명하다는 스턴트 쇼조차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였다.
3차원 영화를 한 편 보고 어설프게 만들어 놓은 '매트릭스 전시관'을 돌아보고 나니, 구경한 것도 별로 없는데 벌써 점심시간. 대충 점심을 먹고 난 후에도 줄서서 기다리는 것이 지겨워 눈으로만 구경하면서 이리저리 다니다가 '올스타 퍼레이드'를 보는 것으로 '무비월드'에서의 하루를 마감하기로 했다. 퍼레이드는 예전에 잠실 '롯데월드'에서 보았던 퍼레이드보다도 훨씬 초라해서 푸푸 헛웃음이 나오게 했다.
'무비월드'가 이처럼 대작 할리우드 영화로 위장한 또 하나의 놀이동산에 불과해서 나의 실망감을 더했다고 한다면, 마지막 날 갔던 '드림월드'는 이런 위장술을 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봐 줄만 했다.
놀이동산이 으레 그렇듯이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게 만드는 공포와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들에 충실했다. 게다가 한쪽에는 캥거루, 코알라, 악어, 호랑이 등의 야생동물도 볼 수 있도록 해놓았으니 점수를 더 줄만 하다.
우리는 '드림월드'에서 궤도를 천천히 달리는 자동차와 기차, 한두 번 떨어지는 것이 고작인 '플룸 라이드' 등 쉬운 놀이기구들을 탔다. 아내는 말할 것도 없고 누가 우리 자식이 아니랄까봐 동윤이 역시 몹시 겁이 많아서 기네스북에 기록된 세계 최대 높이(120m)의 자이로 드롭이라는 '자이언트 드롭'이나 남반구 최대의 롤러코스터라고 하는 '싸이클론'과 같은 공포와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들은 감히 탈 엄두를 못 냈다.
시시한 것들은 너무 시시해 보여서, 무서운 것들은 너무 무서워 보여서 눈으로만 구경하고 다니자니, 그럴 거라면 '드림월드'에 뭐 하러 왔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이른 시간인데도 나가자고 하는 아내의 말을 동윤이가 순순히 따른 것을 보면, 동윤이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테마 파크인 '레인보우 엔드(Rainbow's End)'와 비교해 볼 때 거의 비슷한 규모이고, '무비월드'와 '드림월드'를 함께 합쳐도 한국의 용인 '에버랜드'에 미치지 못할 정도의 규모와 내용이니, 잔뜩 기대를 하고 간 동윤이가 재미없어 할만도 했다.
하지만 동윤이는 자신이 졸라서 이곳을 오게 됐으니 재미없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있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테마 파크 세 곳 중에서 '씨월드'가 제일 재미있었노라고 솔직하게 고백을 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미국의 '디즈니랜드'를 꼭 가보겠다고 덧붙였다. 나는 동윤이의 그 말에 어이가 없어 오금을 박았다. "이제 테마 파크는 다시는 안 가. 이번이 마지막이야. 정 가고 싶으면 네 돈으로 너 혼자 가!"